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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언젠가 그곳에 앉아 음악의 일부가 되고 싶었다.

 

나는 집에서 종종 LP로 라이브 재즈를 듣곤 한다. 내가 태어나기도 훨씬 전, 누군가가 객석에 앉아 들었을 공연 실황이 지금 내 공간까지 흘러온다는 사실이 늘 신기하다. 객석을 채우는 웃음소리와 박수소리, 연주자들의 숨소리, 곡이 끝난 뒤 잠시 이어지는 정적까지. 공연장에 있지 않아도 그날의 공기와 분위기를 상상하게 만드는 것이 라이브 재즈의 매력이다. 그 시간을 상상하고 있으면 언젠가는 멋진 공연장에 앉아, 음악의 일부가 되고 싶다는 마음이 자연스레 생기곤 했다.

 

뉴욕에 가면 꼭 가고 싶었던 곳이 있었다. 버드랜드(BIRDLAND). 재즈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들어봤을 이름이다. 비밥의 전설 찰리 파커의 별명인 ‘Bird’에서 이름을 따온 이곳은 오랫동안 뉴욕 재즈를 상징해 온 재즈 클럽이다. 좋은 기회로 다시 뉴욕을 찾게 되었다. 첫 뉴욕 여행에서도 버드랜드에 가고 싶었지만, 크리스마스 시즌이라 공연은 대부분 일찌감치 매진된 뒤였다. 끝내 가지 못한 아쉬움은 여행 후에도 오래 남아 있었다. 그래서 이번 여행에서는 가장 먼저 버드랜드 공연 일정을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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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일정을 확인하다 반가운 이름을 발견했다. Stacey Kent. 겨울이 오면 플레이리스트에 항상 담아두던 재즈 아티스트였다. 그녀의 목소리는 맑고 편안해서 문득문득 다시 찾게 되곤 했다. 어느 날은 위로였고, 어느 날은 조용한 쉼이었다. 망설일 이유는 없었다. 다른 선택지도 없었다. 나는 바로 공연을 예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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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당일, 버드랜드는 생각보다 더 작은 공간이었다.

 

조그만 입구를 지나 지하로 내려가자 공기가 달라졌다. 시끄러운 도시와는 다른 결의 공간이었다. 그 안에는 내가 오래 상상해 온 올드 재즈 클럽의 모습이 있었다. 심플하고 깔끔하게 꾸며진 신식 재즈 클럽과는 달리, 이곳은 오랜 시간이 켜켜이 쌓인 공간이었다. 벽에는 이곳을 거쳐 간 아티스트들의 연주 사진들이 걸려 있었다. 대부분 낯선 얼굴들이었지만 익숙한 얼굴이 보일 때면 마치 보물찾기를 하는 것처럼 반가웠다. 내가 알고 있던 음악도 이곳에 머물렀을 거라고 생각하니 묘하게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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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자리는 맨 앞자리였다. 배치된 마이크와 앰프들, 다양한 퍼커션을 하나씩 바라보며 어떤 음악이 펼쳐질지 상상하며 기다리는 시간마저 공연의 일부처럼 느껴졌다.

 

그렇게 무대를 바라보고 있자니, 내가 LP로만 듣던 라이브의 공간에 들어와 있다는 사실이 조금은 믿기지 않았다. 공연장 소음이 천천히 가라앉고, 사람들의 대화도 자연스럽게 멈췄다. 내 옆에는 무대에 오르기 전의 한 아티스트가 조용히 숨을 고르고 있었다. 그녀였다. 작은 무대 맨 앞자리에 앉아있으니, 이런 순간도 마주하게 되는구나 싶었다. 무대와 객석의 거리가 얼마나 가까운지 그제야 실감이 났다.

 

대부분 그녀의 신곡으로 채워진 무대였다. 뉴욕행 비행기 안에서도 반복해서 듣던 목소리였는데, 눈 앞에서 들리는 순간 전혀 다른 깊이로 다가왔다. 노래 사이사이 건네는 짧은 눈인사마저도 그녀의 목소리처럼 다정했다. 우리는 맨 앞자리에 앉아 모든 순간을 조용히 바라보고 있었다. 작은 테이블에 모여 대화를 나누는 사람들, 고개를 숙인 채 음악에 빠져있는 사람들, 몰래 휴대폰을 들여다보는 사람들 그리고 조용히 눈물을 훔치는 남자까지. 그 모든 장면이 하나의 영화처럼 느껴졌다. 이 모든 장면 위로 그녀의 목소리와 피아노, 콘트라 베이스, 색소폰이 얹히는 순간, 나는 관객을 넘어 그 안에서 음악이 되어 있었다.

 

마지막 박수 소리가 서서히 잦아들고 사람들이 하나둘 흩어지는 동안에도 나는 쉽게 자리에 일어나지 못했다. 그녀의 새 LP를 한 장 사고 사인을 받기 위해 줄의 끝에 섰다. 내 차례에서 어떤 인사를 건네야 할지, 어떤 말을 해야 할지 고민하다가 아주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나의 겨울은 당신의 목소리였어요.”

 

그 말은 어느새 서툰 고백이 되어 있었다. 입 밖으로 나오는 순간 너무 부끄러워 고개를 들기 어려웠다. 그녀는 미소를 지으며 나를 바라보고 고맙다고 전했다. 이상하게도 그 순간에는 망설임보다 감정이 먼저였다. 서툰 영어 문장으로 어떻게든 이 마음을 전하고 싶었다. 그날의 미소는 아직도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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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날의 버드랜드를 떠올리기 위해 가끔 그녀의 LP를 틀곤 한다.

 

나는 이제 언제든 그곳으로 돌아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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