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유일의 독립 애니메이션 영화제인 서울인디애니페스트가 올해로 22번째를 맞이하였다.
애니메이션이라는 주제로 동시대의 작가와 작품이 모여 애니메이션으로 확장되는 시간이 올해 9월 17일부터 22일까지 총 6일간 연남에서 진행되었다.
한국을 넘어 세계로 확장하고 있는 인디애니페스트에서 아시아 3개국의 협업으로 완성된 토 유엔 감독의 '작은 곤충들의 큰 모험'을 관람하였다.
메뚜기는 날 수 없다, 어른에게 혼났죠
숲속에 사는 어린 메뚜기는 어느 날 하늘은 나는 나비를 보았다. 나비는 큰 날개로 날개짓을 하고 있었고, 메뚜기에게는 작은 날개가 있었다. 날 수 있을까? 조심스레 날개짓을 하려는 때 어른 메뚜기가 막았다. 시도조차 하지말라는 경고였다.
날고 싶었던 어린 메뚜기에게는 높이 뛰기 연습이 기다리고 있었다. 다른 친구들은 어른이 가르쳐준대로 폴짝 뛰어올랐는데 우리의 어린 메뚜기는 아무리 노력해도 눈 앞의 한 칸을 올라갈 수 없었다. 몇 번의 도전이 실패하고, 어린 메뚜기는 이내 발길을 돌렸다.
근처에서 어린 메뚜기의 높이뛰기를 응원하던 아기 거미가 있다. 메뚜기가 그러했듯 어른 거미는 아이에게 생존 방법인 먹이잡기를 가르치려고 하지만 남을 해치고 싶지 않은 거미는 도망친다.
발길을 돌린 메뚜기는 나비가 있던 곳으로 향한다. 도망친 거미는 나비를 동경하던 메뚜기가 뛰어올라 나비와 마주치는 장면을 목격한다. 그리고 그순간, 어떤 인간이 둘을 잡아간다. 따라가보니 둘은 자동차에 실린다. 어떡하지, 거미는 발을 동동구른다.
정신을 차려보니 가정집, 메뚜기 혼자 컵 안에 갇혀있었다. 높이 뛰기를 못하던 메뚜기에게 컵을 높은 벽이었다. 그때, 거미가 나타나 메뚜기를 도와주었다. 쓰레기통, 로봇청소기, 사람의 작은 손짓도 둘에게는 커다란 위험이었다. 온갖 것들로부터 도망치다 도착한 곳은 곤충 표본이 가득한 방이었다. 나비는 그런 이유로 잡혀왔던 것이었다. 메뚜기와 거미는 의기투합해서 나비를 구출하고, 살짝 열려있던 창문을 통해 빠져나간다.
이제는 하늘로 날아갈래요
누군가 날린 종이비행기의 도움으로 셋은 어느 건물 옥상에 도착한다. 종이비행기가 떨어지지 않게 쉼없이 날개짓을 하던 나비가 지치자, 메뚜기와 거미는 수도꼭지에서 떨어지는 물을 모아 나비에게 가져다준다. 그리고 기운을 차린 나비는 메뚜기에게 날개짓을 알려주었다. 나비처럼 잘 날지는 못하더라도 메뚜기는 그날 석양을 배경으로 날고 있었다.
다음 날 일찍 일어난 나비는 주변 탐색에 나섰다. 어느 집 어린 소녀는 나비에게 간식을 주려고 했지만, 어느 어른은 친구들에게 물을 가져다 주려는 나비에게 매몰찬 손길을 주었다. 물은 엎어지고, 나비는 날개를 다치고 말았다.
나비가 돌아오지 않는 동안, 두 친구는 나비를 기다리며 물을 모은다. 하지만 나비가 오기 전에 물은 말라 사라지고, 다시 모으고, 또 마르고, 다시 모으고 마르고.. 몇 번 반복한 후에 둘은 둘만의 여정을 시작한다. 쫓기고, 위협받고, 습격당하고, 빠지고 휩쓸리면서.
난 날아올라
긴 여정 끝에 둘은 숲으로 돌아왔고, 메뚜기와 거미는 떠나기 전과 완전히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이제는 말린다고 포기하지 않고 배우고 익힌 대로 행동한다.
어른들은 안 된다고 했지만 메뚜기는 날게 되었고, 날개짓하는 메뚜기를 보며 다른 친구들도 하나둘 하늘로 날아올랐다. 정말 안 되는 일이었을까, 아니면 위험해서 막았던 걸까. 어쩌면 안 된다고 배웠기 때문에 어린 메뚜기의 날개짓을 만류했는지도 모른다. 메뚜기는 날면 안 되니까. 아니, 다들 안 된다고 하니까.
위험에 빠진 메뚜기 앞에 나비가 다시 나타나고, 모든 걸 극복한 둘은 바라던 대로 숲속을 날아다니게 되었다.
GV 감독과의 대화
1) 감독은 오랜 기간 이 작품을 구상하였으며 실제 제작기간은 4년이었다고 한다. 대사가 없는 작품이라 예산의 문제가 있었지만, 3개국의 제작진이 힘을 합쳐 작품을 완성하였다.
2) 감독이 운영중인 스튜디오에서 여러 장르의 작품을 다루고 있는데 애니메이션은 장편만 제작하고 있다고 했다. 이 작품 역시 처음부터 장편으로 제작하기로 생각했다고.
3) 최초에는 다큐멘터리 같은 작품을 구상했지만 결과적으로 다큐멘터리에 애니메이션 성격이 가미된 작품이 완성된다고 했다.
4) 한 관객이 대사가 없는 동물 장편 애니메이션 FLOW를 언급하자 감독은 사람도 대사도 없는 해당 애니메이션의 성공을 보며 이 작품도 할 수 있다는 마음을 받았다고 했다. 실제로 홍콩의 영화에서 수상 이력이 있으며 중국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고 했다.
5) 감독은 이 작품속 등장하는 남자 아이가 또 다른 주인공이라고 했다. 곤충을 좋아해서 열심히 그림을 그리지만, 선생님은 소년에게 A-를 줬다. 소년은 곤충 그림을 가지고 시무룩하게 앉아있었다. 아이가 곤충을 좋아하는 마음, 그 마음을 그림으로 표현하는 것. 어른은 거기까지 헤아려주지 않고 어른의 기준으로 판단했다는 데서 작은 곤충들과 일맥상통하는 스토리를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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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을 보는 내내 동심이 주변에 떠다녔다.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중 곤충에게 호의를 베풀었던 유일한 인물이 어린 아이였다는 점이 떠올랐다. 아이가 아닌 어른을 상상해보니 조금 어색하게 느껴졌다. 작품에서도 나왔듯 현대 사회의 어른은 그런 존재였다.
인디애니페스타가 진행되는 시기는 더위가 한풀 꺾이면서 모기가 활약하기 시작하던 때였다. 지난 며칠 모기를 잡다가 작은 곤충을 보고 있자니 마음이 조금 불편해졌다. 아이들이 이 애니메이션을 보았다면 곤충을 잡지 않고 소중히 하겠다는 소감을 말했겠지만 어른인 나는 그럼에도 모기는 잡을 수 밖에 없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입밖으로 빈말을 꺼내지도 못하는 그런 어른이 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