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insight

아트인사이트에게
문화예술은 '소통'입니다.

[Opinion] 4시 23분에 나를 두드린, 노크(NOK) [공연]

국립국악관현악단 2026 노크 초이스

by 이다혜 에디터
2026.11.03 13:20
이 브라우저에서 최근 읽은 글입니다.
      이전에 읽던 글입니다.
      작년에 휴학하고 이곳저곳을 돌아다닐 때, 내가 가장 즐겼던 것은 국립극장에서 열리는 <정오의 음악회>였다. 매달 정해진 목요일 오전 11시에 시작하는 브런치 콘서트라, 하루를 공연 감상으로 시작하고 혼자 서울 나들이를 즐기는 루틴이었다. 아쉽게도 복학한 이후부터는 목요일 오전에 강의를 듣느라 더는 <정오의 음악회>를 즐기지 못했다. 바빠지면서 국악과 조금 멀어진 것 같다고 느끼기도 했다.

          

      중간고사가 끝나고 오랜만에 집 근처 만화카페에서 밥을 먹고 만화책도 읽으면서 한가로운 시간을 보냈다. 디저트를 먹으러 다른 카페로 가던 중, 우리 동네에 있는 아트홀에서 국립국악관현악단이 공연을 한다는 포스터를 발견했다. 공연 시간은 오후 5시. 지금은 4시 23분. 바로 들어가서 현장 예매를 하고 입장했다. 경기도에 살면서 국악 공연을 보기 위해서는 항상 한 시간 이상 이동해야 했는데, 이렇게 내 생활 반경에서 공연을 볼 수 있다는 게 반갑고 기뻤다. 이렇게 자연스러운 만남이 있다니.

       

       

      20261103130557_ltdsnstd.jpg


       

      설레는 마음으로 공연장에 입장했다. 내가 관람한 공연은 국립극장 소속 국립국악관현악단에서 주관하는 <국립국악관현악단 노크 초이스(NOK Choice)>였다. 전국 각지에서 열리는 지역 문화거점 공연으로, 국악 관현악이나 실내악 레퍼토리를 즐길 수 있다. 국립극장에서 진행되는 대규모 음악회보다는 간소하지만, 그렇기에 각 연주자의 기량이 돋보이는 독주, 실내악 공연을 감상할 수 있는 것이 특별한 점이다.

       

      이번 공연은 총 10곡으로 알차게 구성되어 있었다. '타악 협주곡 「타」', '늴리리야 주제에 의한 염원', '민요의 향연', '신뱃놀이'와 같은 관현악 곡이 시작과 중간, 끝을 장식했다. 강하고 빠른 타악 협주곡이 화려하게 공연의 문을 열었다. 국악을 처음 시작할 때는 가야금 같은 선율 악기가 좋았는데, 국악을 더 잘 알게 될수록 장구나 꽹과리 같은 타악기를 잘하는 게 제일 멋지다고 생각하게 됐다. 나에겐 합주에서 박자를 맞추는 게 제일 어렵기 때문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늴리리야 주제에 의한 염원'이 인상 깊었다. 민요를 기반으로 하는 국악 관현악은 익숙한 멜로디에서 오는 친근함이 있는데, 이를 활용하면서도 특색 있는 악기별 솔로 파트가 들어갔기 때문이다. 나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민요의 향연'은 현재 내가 소속된 국악관현악 오케스트라에서 외부 공연을 나갈 때 주로 선정하는 곡이라 익숙했다. 바로 지난 달 북촌우리음악축제에서도 이 곡으로 우리 동아리가 공연하기도 했다. 익숙하다고 즐겁지 않은 것은 아닌 법. 이 곡은 공연을 볼 때마다 연주하는 단체에 따라서 조금씩 구성이 달라져서 내가 기억하는 솔로 파트를 여러 악기가 연주하는 걸 들으면서 비교하는 재미가 있다.

       

      이어서 '얼음연못'이나 '리베르 탱고', '새야', '화조가' 같은 여러 방면으로 대중에게 알려진 곡을 각각 관현악, 생황 독주, 창 형식으로 선보였다. 지역 거점 공연이다 보니 친숙한 노래를 연주하는 것이 호응을 이끌어내는 데에도 탁월했다. 무엇보다도 공연의 사회를 맡은 국립창극단 소속 김수인 소리꾼이 매끄럽게 진행했기 때문이기 않을까. 흥보가 중 흥보 박타는 대목, 새타령 같은 전통 판소리나 민요까지 곁들여 모든 연령대를 아우르는 공연이 이어졌다.

       

      서울까지 가지 않고도 양질의 공연을 무료로 볼 수 있다는 건 문화예술의 접근성을 높이는 가장 빠른 길이다. 이렇게 국악에 발을 들이는 사람이 많아지면 국립극장에서 진행하는 공연에도 자연히 관심이 생기지 않을까. 나도 국악에 대해 아는 것이 하나도 없을 때 무턱대고 악기 연주부터 시작했다가 이렇게 푹 빠지게 될 줄 몰랐기 때문이다. 우리 음악의 세계가 이렇게 풍요롭고 아름답다는 걸 더 많은 사람들이 알게 된다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공연장을 나섰다.

       

       

      이 이야기는 어떠셨나요?

      이다혜 에디터의 인기글

      많이 읽힌 글 3편
      1. 01 [Opinion] 발밑을 본다는 것 - 지. -지구의 운동에 대하여- [만화]
      2. 02 [Opinion] 그 사랑, 쉽게 빌려와도 되는 것 아니다 - 다음 소희 [영화]
      3. 03 [소설] 귓불의 역사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