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0월 27일 오후 4시경, 서울 강남구 구룡마을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확인된 피해만 77가구, 107명. 구룡마을은 도시개발 과정에서 생활터전을 잃거나 오랫동안 이곳을 삶의 터전으로 삼아 온 사람들이 살아가는 곳이다. 재개발과 이주 문제를 겪으면서도 여전히 그곳에 남아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화재를 처음 인식한 것은 신촌에서 여의도로 넘어가는 마포대교 위에서였다. 대포카메라를 든 사람들이 무언가를 촬영하고 있었다. 잠시 볼일을 보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강변북로를 달리는 내내 화산이 폭발한 듯한 거대한 연기구름이 보였다. 퇴근 시간이기도 했지만 유난히 서행하는 차량이 많았다.
연기구름으로 향하는 소방대가 아닌 헬기가 보였고, 그 사이를 뚫고 지나가는 비행기들도 눈에 들어왔다. 불길은 내 앞에 있다가 뒤로 멀어졌고, 다시 가까워졌다를 반복했다. 나는 차 안에서 그 장면을 지나쳐 갔다.
마지막으로 소식을 확인했을 때만 해도 소방차 51대가 현장에 투입되었다고 했다. 누군가는 집을 잃고 있는데, 도로 위의 사람들은 각자의 목적지를 향해 바쁘게 움직였다.
사고 현장을 뒤로하고 대교를 산책하는 사람도 있었고, 오토바이를 탄 사람은 앞으로 나아가지 않은 채 불길을 바라보기도 했다. 불길은 내 앞에 있다가 뒤로 멀어졌고, 다시 가까워졌다. 한참을 더 달려 우이천에 도착하자 사람들은 평화롭게 산책하고 있었다. 나 역시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그 불길을 보며 과거 재개발 과정에서 철거된 판자촌들이 떠올랐다. 순간적으로 화재의 고의성까지 의심했지만, 그 원인을 알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곳에 살던 사람들의 사정도 내가 아는 것은 많지 않았다.
누군가에게는 삶의 터전이 무너지는 순간이 다른 누군가에게는 퇴근길에 마주친 풍경이 된다. 그 장면을 이상하게 여겼던 나 역시 결국 일상으로 돌아왔다.
그저 그곳에 살던 사람들과 동물들이 무사히 대피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