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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한 조각에 쌓인 시간의 맛 – 피자에 담긴 세계사 [도서]

피자를 통해 바라본 음식의 역사와 문화유산의 가치

by 강효정 에디터
2026.10.22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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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신은 피자를 좋아하는가?


      피자는 세상에 안 좋아하는 사람을 찾기 어려울 만큼 대중적인 음식이다. 지금 당장 내가 가장 먹고 싶은 음식도 피자다. 미국식 피자보다는 화덕에서 구워낸 나폴리식 피자, 그중에서도 마르게리타 피자가 당긴다. 피자를 먹을 때면 괜히 마음이 들뜬다. 함께 곁들일 맥주와 탄산음료를 준비하고, 어떤 영화나 드라마를 보며 먹을지 고민한다. 피자 상자를 열기 전에는 넓고 둥근 반죽 위에 어떤 재료가 올라가 있을지 기대하게 된다. 어떤 재료를 조합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맛과 취향이 만들어진다는 점에서 피자는 참 신비롭고 재미있는 음식이다.


      우리나라의 비빔밥을 떠올려 보면 이해하기 쉽다. 여러 가지 재료를 한데 모아도 조화로운 한 끼가 완성되듯 피자 역시 다양한 재료가 어우러져 각자의 매력을 만들어 낸다. 물론 취향이 갈리는 조합도 있다. 대표적으로 파인애플 피자가 그렇다. 나는 파인애플 피자를 좋아한다. 파인애플 특유의 달콤하고 새콤한 맛이 피자의 기름진 느낌을 덜어주기 때문이다. 피클 한 조각이 입안을 개운하게 돋아주듯이 파인애플도 피자의 맛을 한층 산뜻하게 만들어 준다.


      그런데 우리가 지금 즐기는 피자와 과거의 피자는 어떤 모습이었을까? 오늘날처럼 풍부한 토핑과 다양한 맛을 갖춘 음식이 처음부터 존재했던 것은 아니다. 피자는 누군가에게는 즐거운 외식 메뉴이지만, 과거 나폴리의 서민들에게는 허기를 채우기 위한 음식이었다. 익숙한 음식에도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시간이 담겨 있다.

       

       


      서민의 음식에서 세계인의 음식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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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루카 체사리의 <피자에 담긴 세계사>는 나폴리의 골목에서 시작된 피자가 어떻게 세계인의 식탁에 오르게 되었는지 추적한다. 책에 따르면 피자의 역사는 17세기 말 무렵 나폴리에서 본격적으로 모습을 드러낸다. 당시 나폴리는 가난과 기근에 시달렸고, 서민들은 적은 비용으로 허기를 달랠 수 있는 음식이 필요했다. 밀가루 반죽에 구하기 쉬운 재료를 더해 만든 피자는 그렇게 사람들의 일상에 자리 잡았다.


      오늘날 우리가 떠올리는 피자의 모습은 그때와 상당히 다르다. 토마토와 치즈를 얹은 피자도 처음부터 유일한 형태였던 것은 아니다. 시대와 지역에 따라 재료와 조리법은 달라졌으며 우리가 익숙하게 알고 있는 피자의 모습 역시 오랜 시간에 걸쳐 형성되었다. 피자의 역사를 바꾼 중요한 계기 중 하나는 사람들의 이동이었다. 새로운 삶을 찾아 이탈리아를 떠난 이민자들은 피자와 함께 대서양을 건넜다. 뉴욕을 비롯한 미국의 여러 도시에서 피자는 새로운 재료와 문화, 산업을 만나 변화를 거듭했다. 이후 외식 산업과 대중문화의 발달에 힘입어 더 많은 사람에게 알려졌고 세계 곳곳의 식탁에 오르게 되었다.


      흥미로운 점은 피자가 미국에서 변화한 뒤 다시 이탈리아로 돌아와 피자 문화에 영향을 미쳤다는 사실이다. 오늘날 우리가 정통이라고 생각하는 피자에도 여러 지역과 시대의 흔적이 남아 있는 셈이다. 한 음식이 사람들의 이동과 문화의 교류를 거치며 새로운 모습으로 자리 잡은 것이다. 피자의 역사를 읽으며 음식은 한 나라의 문화를 이해하는 흥미로운 통로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익숙하게 먹는 음식에도 당시 사람들의 생활 환경과 경제적 상황, 이동과 교류의 역사가 담겨 있다. 피자 한 조각을 들여다보는 일은 나폴리의 서민들부터 대서양을 건넌 이민자들, 세계인의 일상까지 살펴보는 일이기도 하다.



      P.14

      ‘피자는 단순한 음식이 아니다. 정체성이 뚜렷한 다른 음식들과 마찬가지로 피자는 사회적, 정치적, 서사적 가치를 지니고 있다. 그리고 이런 가치들이 피자를 너무나 확고하게 정의하고 있어서 음식이라는 본래의 역할이 오히려 뒷전으로 밀려나기도 한다.’
       



      피자에 담긴 전통과 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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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인적으로 인상 깊었던 부분은 2017년 나폴리의 피자 제조 전통 기술이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되었다는 사실이다. 한 나라를 대표하는 음식과 그 음식을 만드는 기술이 국제적으로 인정받고 보호된다는 점이 놀라웠다.


      피자를 떠올리면 자연스럽게 나폴리의 화덕피자가 생각난다. 그러나 그 이름에 담긴 것은 맛과 모양만이 아니다. 오랜 시간 피자를 만들어 온 사람들의 기술과 경험, 지역사회와 맺어 온 관계, 세대를 거쳐 이어진 문화가 함께 존재한다. 피자를 만드는 방식과 그 안에 담긴 지식 역시 보존하고 전승할 가치가 있는 문화유산인 것이다.


      피자를 그저 맛있는 음식으로 바라보는 데서 한 걸음 더 나아가면 한 음식이 지닌 다양한 가치를 발견할 수 있다. 피자가 오늘날의 모습에 이르기까지 축적된 역사와 기술, 사람들의 삶을 이해하고 다음 세대에도 전할 수 있도록 보호하는 일은 음식문화를 지키는 중요한 방법일 것이다. 이 대목을 읽으며 우리나라의 음식문화도 떠올랐다. 김치와 된장, 청국장 같은 발효 음식부터 떡에 이르기까지 한국을 대표하는 음식에는 오랜 생활 방식과 지역의 특성, 조상들의 지혜가 담겨 있다. 재료를 다루고 발효시키는 방법, 특별한 날 음식을 나누는 풍습에도 우리의 역사가 이어져 있다.


      우리 음식문화 역시 그 안에 담긴 역사와 의미를 꾸준히 기록하고 알리며 다음 세대에 전할 수 있으면 좋겠다. 지금 당장 국제적인 인정을 받는 것만이 중요한 것은 아니다. 음식이 탄생한 배경과 이를 만들어 온 사람들의 이야기, 오랜 시간 이어져 온 기술과 생활문화를 차근차근 보존해 나간다면 언젠가 더 많은 사람이 그 가치를 알아보게 될 것이다.

       

       


      다음 피자 한 조각은 조금 다르게


       

      피자 한 판의 가격이 오르면서 예전처럼 유명 브랜드의 피자를 쉽게 사 먹기는 어려워졌다. 평소에는 마트에서 파는 피자나 냉동 피자를 사 두었다가 생각날 때 먹곤 한다. 서민의 허기를 달래기 위해 탄생한 음식이 오늘날에는 생일이나 기념일, 맛있는 음식을 먹고 싶은 날에 마음먹고 사 먹는 메뉴가 되었다는 사실도 새삼스럽다.


      물론 시대가 달라지면서 음식의 가격과 소비 방식도 변한다. 그래도 피자가 사람들에게 기쁨을 주는 음식이라는 점은 여전하다. 피자를 먹기 전의 설렘, 좋아하는 사람들과 한 판을 나누는 즐거움, 각자의 취향에 맞는 토핑을 고르는 재미는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피자에 담긴 세계사>를 읽고 나면 익숙했던 피자 한 조각에 새로운 이야기가 겹쳐 보인다. 나폴리의 서민들이 허기를 달래기 위해 먹었던 음식은 이민자들과 함께 바다를 건넜고, 새로운 재료와 문화를 만나며 변화했다. 그렇게 오랜 시간 쌓인 역사와 사람들의 손길이 오늘날 세계인의 음식으로 이어졌다.


      우리가 매일 접하는 음식에도 누군가의 삶과 문화, 시대의 흔적이 담겨 있다. 다음에 화덕에서 갓 구워낸 마르게리타 피자를 먹게 된다면 그 맛뿐 아니라 지금의 피자를 만들어 온 수많은 사람과 시간도 함께 떠올려 보고 싶다. 피자 한 조각을 통해 세계사를 만나는 경험은 익숙한 일상에서도 새로운 이야기를 발견할 수 있는 소소하지만 값진 시간이다.

       


      P.370

      ‘피자의 진짜 비결은 역설적으로 순수주의자들이 비판하는 지점에 있다. 바로 피자가 지닌 유연성이다. 피자는 자유 그 자체를 상징하며, 무엇이든 담아낼 수 있는 그 형태는 포용과 혼종을 상징한다. 이것이야말로 피자를 전 세계인이 사랑하는 음식으로 만든 가장 큰 힘이며, 앞으로도 오랫동안 사랑받게 할 원동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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