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무슨 글을 쓸 수 있을까 생각했다. 동시에 그 어떤 것에 대해서도 쓰고 싶지 않았다. 그저 노트북 화면을 멍하니 들여다보는 이 무력감이, 아마 세상에서 가장 작은 고통일 것이라는 생각에서 였다. 범람하는 것인지, 무너지는 것인지 모를 어떠한 감정을 정제된 말로써 표현하기 어려워 한참을 고민했다.
무수한 죽음과 고통 앞에서 나는 무엇을 할 수 있는가. 눈을 뜨고 있는 것마저 괴로운 우리는 어디로, 어떻게 나아가야 하나.
‘저는 문화예술이 세상을 바꿀 수 있는 힘을 지닌 가능성의 장이라고 생각합니다.’
아트인사이트 에디터에 지원하며 썼던 구절이다. 누군가는 코웃음 칠지도 모르지만, 나름대로 굳게 믿어왔던 가치관이었다.
그런데, 정말 예술은 세상을 바꿀 수 있나? 예술의 힘이 바닥의 끝까지 기어코 파고드는 가혹한 슬픔과 무력함 속에서도 여전히 유효한가? 그렇다면 돌아올 수 없는 것들 앞에서 예술은 무엇을 할 수 있나?
답할 수 없는 질문들이 종일 머릿속을 부유했다.
이틀이 지나면 2025년이다. 이 질문들은 나의 새해 숙제가 될 테다. 2024년은 그 끝의 끝까지, 매듭짓지 못한 모순과 형용할 수 없는 슬픔이 뒤엉킨 한 해였다. 유달리 길었고, 유달리 짧았다. 많은 것들이 바뀌었고, 많은 것들이 바뀌지 않았다.
한 해가 다 지나도 여전히 긴, 외려 더 새카맣게 젖어 드는 듯한 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이 사뭇 괴롭다.
우리는 이 범람하는 밤을 두 눈 바로 뜨고 지새우다가, 오지 않는 잠을 청하다, 손으로 글을 쓰며 그렇게 다시 한 번 이 쓰디쓴 희망을 붙들고 밤의 끝을 향해 달려갈 것이다.
하루는 가고 새로운 해는 찾아온다. 결국 밤이 지나가고 아침이 오듯이, 겨울이 지나면 봄이 오듯이, 여럿의 아픔이 천천히 아물어 흉터가 잘 만들어질 때까지 또 애도하고 애도하며 싸우리라.
어떤 경우일지라도, 애도에는 이유가 없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