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인간은 생각보다 성숙하지 않다. 존중받고 싶고, 옳다는 말을 듣고 싶고, 자존심 상하는 것이 두렵다.”
한 해를 다시 맞이하고 1월이 마무리되는 시점에서 인생을 되돌아본다. 어느 노래 가사처럼 새로운 시작은 우리 모두를 설레게 한다지만, 반복되는 듯한 시작을 더 겪어본 사람은 점점 그 설렘의 감흥이 줄어드는 법이다. 기본적으로 인생이란 즐거움보다는 단조로움을, 설렘보다는 울적한 날들이 더 많이 흐른다는 것을 한해 한해 시간을 보내면서 체득한다. 어쩌면 우리가 부정적인 순간들을 긍정적인 것들보다 더 크게 반응하고 오래 기억해서 그럴지도 모른다.
그래서 사람들은 나이가 들면서 스스로에게 나는 그리 대단하지 않은 평범한 사람 중 하나다, 이렇게 생각하면서도 여전히 마음 한 구석에서는 중요한 사람이 되고 싶다는 욕구는 온전히 떨칠 수 없는 듯하다. 누군가는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얻고, 사람들을 이끄는 리더가 되고 싶은 마음을 오래 간직할 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우리 모두 최소한 한 사람에게는 대체 불가한 이가 되고픈 마음은 다 가지고 있다. 사실 한 사람의 마음을 얻는 것도 참 어렵지만, 사회에서 누구와도 적이 되지도 않고 모두와 어우러지는 사람이 되는 것 역시 살아가며 가장 얻기 어려운 것이다.
타인과 관계를 만들고 유지하는 것, 그 자체로도 사람이 이루기 가장 어려운 것이라고들 한다. 하지만 어려운 상황을 헤쳐 나갈 때 무엇을 해야 할지 막막한 경우야말로 가장 기본적인 요소로 돌아가는 과정을 거쳐야 할 것이다.

많은 사람이 “데일 카네기”라는 이름을 들어보았을 것이다. 정확히 그가 누구인지, 어떤 사람인지는 몰라도 서점을 들를 때마다 자기개발서 코너에 항상 비슷하면서도 다른 제목으로 그의 이름이 인쇄된 책들이 쌓여 있는 걸 보면서 사람과의 관계를 다루는 방식에 대단한 방안을 제시한 사람이라는 것은 어렴풋이 짐작했을 것이다.
<<데일 카네기 인간관계론>>은 그가 1912년 뉴욕 YMCA 회관에서 성인 대상으로 인간관계기술과 대중 연설을 가르치는데 중점을 둔 커뮤니케이션 수업의 내용을 바탕에 두고 있다. 1936년에 집필한 이 책은 지금까지 독자들의 선택을 받을 뿐 아니라 그 내용을 기반으로 한 ’데일카네기코스‘가 100년 넘게 85개국에서 지속되는 발판이 되었다.
<<데일 카네기 New 인간관계론>>의 저자 홍헌영은 데일 카네기 코리아 전략마케팅본부 상무이자 대한민국에 유일한 ’카네기 마스터‘이다. 카네기가 설립한 데일카네기트레이닝에서 부여하는 최고 등급 트레이너로서 카네기 마스터들은 카네기 교육 프로그램을 수행할 트레이너와 강사를 양성하고 그 자격을 인증하는 역할을 한다.
저자는 데일 카네기 코스의 공식 교재인 인간관계론의 내용을 더 분명하게 전달하기 위해 이 책을 쓰게 되었다고 밝힌다. 저자는 카네기가 제시한 인간관계 원칙 30가지를 4장으로 나누어서 다루며 각 원칙의 정확한 의미와 실천 방법을 설명한다. 30가지 원칙은 영어 원문도, 번역문도 짧고 명확하다. 각 원칙의 소개 글 역시 내용이 분명하며 카네기와 다른 명사들의 일화를 예시로 들면서 독자에게 쉬운 이해를 제공한다. 타인을 대하며 관계를 쌓을 때 반드시 갖추어야 할 것들, 어쩌면 의외라고 느껴지는 30가지의 원칙 중 특히 마음에 닿은 일부를 아래 소개하고자 한다.

1) 원칙 06. 언제 어디서나 상대의 이름을 잘 기억하라. 당사자들에게는 자신의 이름이 그 무엇보다 기분 좋고 중요한 말임을 명심하라.
이 소제목을 보고 많은 독자가 김춘수 시인의 “꽃”을 떠올렸을 것이다. 시에서 화자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던 “그”는 화자에게로 가서 꽃이 된다. 자신이 ’그‘에게 그랬듯이 화자는 누군가 자신의 이름을 그렇게 불러주기를 간절히 바란다.
데일 카네기는 이름을 ‘그 사람에게 가장 소중하고 달콤하게 들리는 소리’로 기억하라고 말했다. 세상에는 수많은 언어가 있지만 이름은 그 한 사람만을 위한 단어이자 세상에서 가장 소중하게 들리는 것이다. 따라서 잠깐이나마 스친 사람의 이름을 기억하는 것처럼 사람들의 ‘이름’을 중요하게 다루는 것을 인간관계의 핵심에서 빠트릴 순 없다.
2) 원칙 10. 의견이 맞지 않는다면 논쟁에서 최선의 결과를 얻는 유일한 방법은 그것을 피하는 것이다.
데일 카네기는 상대와 의견이 다를 때 그 상황을 피하라는 말이 토론과 논의를 피하라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명시했다. 건설적인 내용의 의견을 교류하는 토론이나 논의가 아닌 불필요한 소모 논쟁일 경우 시간을 낭비하지 않고 상대와의 차이를 인정하면서도 나의 의견을 지켜내는 태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우리 주위에도 자기 생각과 조금이라도 다른 의견을 들으면 바로 상대의 의견을 부정하면서 내 말이 다 옳다는 식의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이렇게 큰 언쟁으로 이어질 법할 순간에서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성숙한 사람, 미숙한 사람이 나뉜다. 저자는 성숙한 사람은 장기적 이익을, 미숙한 사람은 당장의 자존심을 쫓는다고 했다. 이 언쟁이 내게 필요한 것인지, 내게 무엇을 줄지, 내가 이 대화에 지나치게 감정적이지 않았는지 고려할 사람은 “다름”을 인식하면서 한 발 물러나 자신을 지키고 시간을 낭비하지 않을 것이다.
물론 항상 자기주장이 없는 태도와 나의 감정이 지나치게 상하는 경우 계속 참는 것도 건강하지 않다. 그러나 저자의 말처럼, 상대의 공격적인 말로 상처받을 시간에 나를 기쁘게 하는 걸로 마음을 채우는 쪽이 현명할 것이다. 다른 사람을 만나며 나의 세계가 넓어지고 있음을, 부정적인 것보다 긍정적인 것들을 마음에 담는 것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상대를 내 감정의 주인으로 만들지는 말자. 내 가치는 상대의 알량한 주장으로 부정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3) 원칙 29. 작은 변화를 끌어내려면 격려해 주어라. 잘못은 쉽게 고칠 수 있다고 느끼게 하라
무의식적으로 우리는 자기의 이익을 타인의 이익보다 우선시한다. 나의 잘못을 타인의 것보다 더 작은 것으로 여기고 타인의 실수로 내가 손해를 보게 된다면 같은 잘못을 내가 했을 때보다 더 비판하기도 한다.
하지만 카네기는 잘못이나 실수하는 이들에게 ‘격려해 주어라. 잘못은 쉽게 고칠 수 있다고 느끼게 하라’는 원칙을 강조했다. “너는 틀렸어”가 아닌 “더 나아질 수 있다”라는 말은 짧고 간결해 보여도 누군가에게는 상황을 받아들이고 개선할 수 있는 길로 더 쉽게 갈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인간관계에서도 상대방이 옳은 길을 가도록 이끌기 위해선 그걸 쉬운 길로 만들어주어야 한다. 단순하고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말을 건넨다면 그 말은 상대에게 힘이 된다. 그 힘을 끌어내는 나는 타인에게 변화를 끌어내는 것이다.
“사람을 움직이는 힘은 결국 믿음과 격려다.”

“우호적이고 단단한 사람은 매력적이다.” - 81 페이지
우호적이며 단단한 사람, 이 두 성향 중 하나만 부족해도 다른 이와 어울리기 어렵다고 저자는 말한다. 하지만 우호적이면서 단단한 사람은 다른 사람의 관심사에 집중해 사람들이 자신을 따르게 한다.
저자는 카네기의 인간관계론을 독자들이 이해하기 쉽게 풀어준다. 그 내용도 간단하고 명료하지만 실천하기에는 어려운 이야기이다. 진정성은 반복이라고 말한 저자의 말처럼 진실로 이런 원칙을 지키는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꾸준한 반복이 필요하다.
우리는 스스로를 돌보기도 어려운 세상에서 살아간다. 남의 마음을 헤아리는 것도 때로는 사치인 것 같고, 손해 보는 쪽은 항상 나인 것 같은 날들도 비일비재하다. 대다수의 마음이 즐거움보다는 고됨으로 차 있고, 경쟁으로 지치는 날들을 살아가지만, 그럼에도 다른 이의 마음을 알아주는 사람은 그야말로 “소유와 지위로 사람을 평가하는 시대에 흐름을 거스르는 용기와 지혜를 가진 자”일 것이다.
그런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오랜 시간 동안 전해진 지혜로운 원칙을 인지하고 실천해야 할 것이다. 내가 아닌 타인에게 중점을 두고 그를 대하고 대화를 하는 연습은 더 나은 다른 시작의 첫걸음이 될 것이다. 그 연습을 위해 나는 이 책을 몇 번이고 다시 꺼낼 것 같다.
“사람은 바뀔 수 있다.
우리가 만나는 사람들로 하여금 그들 안에 숨겨진 보물을 발견하게 도울 수 있다면,
우리는 단순히 사람들을 변화시키는 것을 넘어,
그들의 삶 전체를 빛나게 할 수 있다.”
- 데일 카네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