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화려함, 그리고 그 외의 것들 - 황금빛을 그린 화가, 구스타프 클림트 [도서]

"나는 그저 아침부터 밤까지 매일 그림을 그리는 화가일 뿐이다"
글 입력 2024.11.18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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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채를 든 여인 - 클림트>

 

 

많은 화가들은 자신만의 화풍을 가지고 있다. 그중에서도 클림트라는 이름을 들으면 황금빛, 사랑에 충만한 듯한 그림을 먼저 떠올리게 된다.

 

그렇다면 자연스럽게 이런 질문들도 그려낼 수 있다. 사랑에 충만한 그림을 주로 그리는 작가의 삶은 어땠을까? 그의 작품에 담긴 강렬한 아름다움은 무엇에서 비롯된 것일까? 클림트는 왜 황금빛을 주로 그려냈을지, 그리고 그가 표현한 사랑과 관능은 단순한 낭만적 표현을 넘어서 어떤 메시지를 담았을까? 그의 그림 속 인물들은 왜 그렇게도 신비로운 표정을 짓고 있는지, 그 눈빛에는 어떤 삶이 담겨 있는지 궁금해지는 것이다.


우리가 감탄하는 작품들이 탄생하기까지 어떤 고민과 영감이 있었는지, 그리고 그가 살던 시대와 환경은 그의 예술 세계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자연스럽게 알고 싶어진다. 그의 황금빛 작품들이 화려한 이면에 어떤 감정을 숨기고 있는지, 작품 속 세밀한 장식과 패턴들이 단순히 장식적 요소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면, 그 속에 담긴 상징은 무엇인지도 질문하게 된다.


이처럼 클림트의 그림은 단순히 시각적 즐거움을 넘어, 무수한 질문과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그림에 담아낸 그 세계에서 살아가는 것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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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1월부터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리는 <비엔나 1900, 꿈꾸는 예술가들> 특별 전시를 기념해, 한경arte에서는 "황금빛을 그린 화가, 구스타프 클림트"와 "욕망을 그린 화가, 에곤 실레"를 출간했다. 저자인 제인 로고이스카와 패트릭 베이드는 클림트의 화려한 황금빛 양식과 실레의 강렬한 감정을 독자들이 이해할 수 있게 서술하며 클림트와 실레의 생애와 작품을 통해 두 화가의 예술 세계에 대한 깊은 통찰을 제시한다.


책에서는 독자들이 화가의 그림을 가장 먼저 만나게 구성했다. 페이지를 넘기다 보면 클림트라는 이름에 익숙하면서도 낯선 그림들이 등장하는데, <배나무> 같은 유화 또는 풍경화는 모네나 다른 화가들의 화풍을 떠오르게 한다. <키스>를 그린 클림트가 이런 그림을 그렸다는 점에 잠시 의아하면서도 또 색다른 감성을 일으킨다.


저자가 들려주는 클림트의 인생은 예술가로서의 성공과 도전으로 가득 차 있다. 젊은 시절부터 재능을 인정받아 성공을 거둔 그는, 당시 빈에서 저명한 예술가로 자리 잡을 수 있었다. 그러나 클림트는 안주하지 않고 전통적인 예술계에 반기를 들며 빈 분리파를 이끌었다. 현대 예술가로서의 새로운 길을 개척하고자 한 그의 열정은 빈을 유럽 예술의 중심지로 만드는 데 기여했다. 클림트는 단순히 예술을 창작하는 데 그치지 않고, 도시와 함께 성장하며 빈의 정체성을 형성하는 데 중요한 인물로 자리했다.


클림트의 삶에는 찬란한 성공만이 아니라 논란과 스캔들도 존재했다. 에로틱하고 관능적인 그의 작품은 당대의 보수적인 시선에서 충격적이기도 했으나 클림트는 이에 굴하지 않고, 자신만의 독특한 미학을 더욱 정교히 다듬어 나갔다. 다양한 예술적 전통과 영향을 흡수하여 자신만의 스타일로 재창조했고 특히 여성을 가장 아름답고 강렬하게 표현할 방법을 탐구했다. 그의 작품에 등장하는 여성들은 단순한 모델을 넘어, 생명력과 신비로움을 담은 상징으로 자리한다.


특히 클림트는 남성과 여성의 관계를 섬세하게 다루었다. 그의 그림에서 남성과 여성이 함께 등장할 때, 여성의 아름다움은 찬양되지만 동시에 그들 사이의 간극이 암시되곤 한다. 이러한 묘사는 단순한 사랑의 표현을 넘어서, 각자가 독립적인 세계를 가지고 있다는 그의 인간관을 드러낸다. 이는 남성과 여성이 조화롭게 공존하면서도, 결코 완전히 하나로 융합될 수 없다는 묵직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저자는 클림트와 빈이라는 도시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였다는 것을 짚어낸다. 클림트는 빈의 독창적인 문화와 예술적 토양에서 성장했고, 그의 예술적 성취는 다시 빈의 정체성을 강화했다. 예술가와 도시는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함께 성장했고, 클림트는 이를 통해 20세기 현대 예술의 새로운 장을 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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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나무 - 클림트>

 

 

클림트가 화려하고 아름다운 여인의 모습만을 그린 화가라는 고정된 시선에서 벗어나 그의 풍경화와 스케치를 마주할 때마다, 그의 작품 세계가 얼마나 넓고 다채로운지 새삼 깨닫게 된다. 세밀한 선과 독창적인 구도, 그리고 때로는 간결하지만 강렬한 표현들 속에서, 클림트라는 예술가가 가진 깊이와 풍요로움을 발견하며 내 생각 역시 그의 작품 세계에 발맞춰 점점 확장되고 깊어짐을 느낀다.


그의 풍경화와 스케치를 통해 작품 세계를 넓게 조망할수록, 클림트라는 예술가는 단순히 화려한 아름다움을 담아내는 데 그치지 않고, 자신만의 독창적이고 깊은 예술적 언어로 세상을 해석해 냈음을 느낀다. 세밀한 선 하나하나, 공간과 색의 조화 속에는 단순히 시각적 즐거움뿐 아니라 예술가로서의 사유와 고민이 느껴진다.


그런 마음이 들어서였을까. 내가 책을 마친 후에 가장 많이 계속 떠올렸던 것은 다채로운 그의 그림이 아니라 저자가 인용한 클림트 자신과 자신의 미술에 대해 언급한 구절이었다. 화려한 것을 만들어내는 이도 깊은 고뇌를 한다는 것을, 그리고 자신이 창조한 것을 통해 나라는 사람을 알아주기를 바라는 마음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나는 한 인간으로서 특별하지 않다. 나는 그저 아침부터 밤까지 매일 그림을 그리는 화가일 뿐이다. 나는 특히 나 자신이나 내 작품에 대해 표현해야 할 때 말도 글쓰기도 잘하지 못한다. 간단한 편지를 써야 한다는 생각만으로도 괴로워진다. 초상화건 글이건 나를 표현한 것이 없다는 사실이 매우 두렵지만, 그게 큰 문제는 아니다. 나를 더 잘 알고자 하는 사람, 아마 나에 대해 유일하게 알 만한 가치가 있는 부분은 예술가로서의 측면일 텐데, 아무튼 나를 알고자 하는 사람은 내 그림을 연구하고 그것을 통해 내가 누구인지,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알아내려고 노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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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지예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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