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insight

아트인사이트에게
문화예술은 '소통'입니다.

칼럼·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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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란 삶의 또 다른 형식입니다. Typing은 그 형식을 사랑합니다.
 

 

<타이핑 1호>의 가장 첫 페이지에 등장하는 문구다. 보통 우리가 글쓰기를 접하게 되는 건 글쓰기의 모든 과정을 거친 후의 최종본, 단 하나의 형태로 남은 결과물이다. 그 결과가 나오기까지의 수많은 창작의 고통과 아이디어, 갈피의 발자국과 사유물은 주목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모름지기 예술가란 결과물로 말하는 사람이며 작품으로 대변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타이핑 1호>는 그 하나의 결과물이 나오기까지 무수하게 존재하는 과정에 초점을 맞추었다. 정제되지 않은 과정의 일부를 포착하고 이 자체를 작품으로 담아내는 것이다. 왜 쓰는지, 어떻게 쓰는지, 혹은 어쩌다 쓰게 되었는지, 쓰면서 그리고 쓰고 나서 무엇이 달라졌는지. 삶을 이루어내는 방식이자 삶의 변화를 담아내는 방식인 글쓰기라는 형식 자체에 대한 주목. 이것이 <타이핑 1호>가 기꺼이 글쓰기를 선택한 사람들을 담아내는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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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마다의 글쓰기 여정을 담아낸 문집


 

<타이핑 1호>는 크게 일곱 갈래로 구성되어 있다. 초고를 뜻하는 ‘드래프트’가 첫 갈래이며, 그 이후 인서트 모드, 하이라이트, 그 이전의 행위로 돌아가는 뜻을 담은 ‘컨트롤 제트(Ctrl+Z)’, 인터뷰, 현재 위치한 곳을 알려주는 ‘커서’, 글 자체의 바깥의 이야기를 함께 담은 ‘마진 노트’. 마지막에는 편집자의 말을 담은 ‘타이핑 룸’까지. 이는 실제 우리 글쓰기의 과정과도 비슷한데, 삶의 과정이 글쓰기 자체와 다르지 않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 같기도 하다.


드래프트에는 각자의 글쓰기에 대한 가치관이 담겨 있다. 글을 쓰기 시작한 이유라든가, 글을 쓸 때 중점적으로 생각하는 것, 글을 쓸 때 주로 어떤 주제와 목표를 가지는지에 대한 사유도 있고, 글을 쓰는 과정을 톺아보게 만드는 글도 있다. 말 그대로 ‘초고’를 구성하는 것에 대한 전반적 이야기가 존재한다. ‘모든 것은 초고는 쓰레기(shit)다’라는 헤밍웨이의 문장을 인용한 글을 보며 킥킥 웃었더랬다.


인서트 모드와 하이라이트는 예술을 주제로 하는데, 예술이 그러하듯 짧게 구성 되어있다. 인서트 모드에는 박가은 작가의 항해일지가 수록되어 있다. 바다를 건너는 사람의 단상과 시를 통해 각자의 바다를 건너는 우리는 다른 삶이 파도를 이겨내는 방법을 어렴풋하게나마 느낀다. 하이라이트는 문화 예술 장르 중 공연, 시, 영화 장르에 대한 글이 실려있는데, 하이라이트라는 이름에 걸맞게 응집되어 있는 결과물이다.


컨트롤 제트 챕터에는 글을 쓰며 실패와 실수를 겪었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엮어두었고, 인터뷰 챕터에서는 두 개의 인터뷰가 수록 되어있다. 그중 한 사람이 아트인사이트 대표인 박형주 대표님이었다는 것에 놀라웠는데, 외부에 노출을 즐겨하지 않는 대표님의 컨텍스트를 알 수 있는 기회를 직접 출판물로 담아냈다는 것이 인상적이었기 때문이다.

 

 

Q. 삶의 완성도를 추구하시는 분이란 생각이 드네요.

A. 그런가요? 아무래도 잘 산다는 건 무엇인지 계속 고민해 와서 그런가 봐요. 다채로운 삶을 살고 싶다는 마음도 결국 이런 질문에서 비롯된 거라 생각해요. 물론 남들이 말하는 잘 사는 기준, 이를테면 돈이나 집, 차 같은 건 제 관심사와는 멀었죠.

 

Q. 지금은 찾으셨군요.

A. 현재도 여전히 찾고 있고 지금도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Q. 아, 혹시 죽을 때까지 삶은 과정이라 생각한다고 말씀하시는 건가요?

A. 아니요, 그렇진 않아요. 최종 목표가 있긴 해요.

 

 

낭만을 사랑하는 현실주의자의 대답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웃음이 나기도 했다. 믿음이 간달까. 70대, 80대까지 일하고 싶으시다며, 아트인사이트는 대표님께서 그만두지 않는 한 계속할 수 있는 플랫폼이라고 말씀하시다니. 그때는 문화 예술의 지평이 좀 더 넓어지고, 문화 예술을 사랑하고 향유하는 사람들이 더 많아지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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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예술가가 할 수 있는 이야기


 

가장 인상 깊은 섹션은 ‘커서’ 섹션이다. 마우스의 커서(Cursor)처럼 지금 이 순간을 짚어내는 섹션. ‘화면 위에서 깜박이는 커서처럼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가 놓치지 말아야 할 감각과 목소리를 담았습니다’라는 챕터 소개처럼, 정말로 지금, 2026년에만 할 수 있는 이야기를 담았다. 글의 제목은 임유진 작가님의 ‘혐오 밈에서 홍콩 민주화 운동의 상징이 되기까지, 창작자의 관점에서 바라보다’. 아트‘인사이트’라는 이름에 걸맞게, 인사이트를 쌓을 수 있는 섹션이 아니었나 싶다.


사람의 감정이, 경험이, 사유가 활자로 연결되는 그 핍진한 과정을 담은 ‘마진 노트’에 이어, 편집자의 말을 담은 ‘타이핑 룸’까지. 글쓰기라는 유기적이고도 다채롭고, 고요해 보이지만 치열한 사투가 담긴 그 과정을 오롯이 이해할 수 있는 사람들이 구성한 매거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여러 사람의 글쓰기를 담은 이 매거진이 여러 사람의 삶을 담게 되었다는 사실 자체도 인상적이었으며, 결국 글은 혼자 쓰는 행위지만 각자의 자리에서 함께 애쓰고 있다는 것도 한 몫의 위로가 되었다.


 
창작에서, ‘그냥, 지금, 계속’하는 것보다 더 큰 의미를 아직 나는 찾지 못했다.
 

 

편집자의 말처럼, 창작은 이 행위를 존속하는 것 자체가 예술일지도 모른다. 모든 창작자들의 지속을 위하는 <타이핑> 매거진의 번성을 기원하며. 나도 그 지속을 다시 영위하는 사람이 되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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