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SS] 시대의 숨결을 공유하는 방법 – 퓰리처상 사진전

글 입력 2025.01.13 1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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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기변환][공식포스터] 퓰리처상 사진전 (1).jpg

 

 

전 세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언론 사진상을 수상한 작품들이 서울을 찾았다. 세계 근현대사를 눈으로 보고 가슴으로 느낄 수 있는 전시회 <퓰리처상 사진전>이 지난 12월 21일 서울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개막했다. 관람을 위해 입장 등록을 하고, 대기 번호를 부여받고 차례대로 입장해야 할 만큼 <퓰리처상 사진전>에 대한 열기가 뜨겁다.


퓰리처상은 10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보도, 문학, 음악상이다. 특히, 보도 부문은 언론의 노벨상이라 불리며 최고의 명예로 인정받고 있다. 퓰리처상의 본질적인 목적은 단 한 가지, 훌륭한 언론을 찾아내고 격려하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AP 통신 작품들을 비롯해, 퓰리처상 사진전을 통해 그동안 수상한 보도 사진 부문의 최고 수준의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었다.


전시는 1940년대부터 시작해 2024년까지 이어져 있었다. 시간순으로 관람하고 싶을 경우 줄을 서서 관람하면 되었고,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굳이 줄을 서지 않아도 자유롭게 이동하며 관람할 수 있었다. 줄을 서서 관람하니 느긋한 속도에 맞추어 관람할 수 있었고, 특히 주위 사람들이 같은 작품을 보며 내뱉는 다양한 감상을 들을 수 있어 더욱 풍부한 경험이었다.

 

 

 

순간에 대한 시선의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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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설일 수 없다.

그 순간이 사진 속 모든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사진을 찍는다.”

 

- 캐롤 구지, 퓰리처상 수상자

 

 

사진은 순간이다. 그 사진은 과거의 시점에 머물러 있고, 오랜 시간이 지난 현재의 내가 그 사진을 바라본다. 사진은 그때, 그 순간의 찰나뿐만 아니라 당시의 시대상도 담고 있다. 지극히 사적인 사진일지라도 먼 훗날의 세대가 보기에는 새롭게 깨닫고, 학습하고, 돌아볼 과거의 흔적이 가득한 것이다. 그것이 사진의 매력일 것이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해당 순간을 담은 사진에서 느낄 수 있는 시대상이 다양하다고는 느꼈으나, 보도 윤리의 변화까지 느낄 수 있을 줄은 몰랐다. 개인적으로 초반의 작품을 감상하며 불편함을 느끼는 부분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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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들어 1955년 수상작인 <해변의 비극>은 해변으로 간 아이가 갑자기 밀어닥친 파도에 휩쓸린 직후의 어쩔 줄 몰라 하는 젊은 부부가 담겨 있다. 이후 아이의 시신은 파도에 떠밀려 발견되었다고 한다. 1976년 수상작인 <보스턴 화재 사건>은 비상구에서 구조대원을 기다리던 여자와 아이가 추락하는 순간이 존재하며, 다른 화재 사건을 다룬 수상작에서는 거의 반나체 상태로 건물에 매달려 구조를 기다리는 여성의 모습이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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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6년 베트남에서 폭격을 피해 강을 건너는 가족의 처절한 사진, 1967년 흑인의 참정권 독려를 위해 행진을 하던 제임스가 총에 맞아 죽어가는 사진, 1986년 콜롬비아의 화산 이류 속에서 결국 구하지 못한 소녀를 찍은 사진 등 많은 사진이 마음을 불편하게 했다. 후자의 것들은 역사적으로 큰 획을 그은 사건들이기에 사회적 의의를 지닌다고 해도, 피사체의 불행이 너무 적나라하게 담긴 사진들은 피사체의 입장에서 보도 윤리를 생각하게 하는 것이다.

 

그런데 실제로 시간순으로 관람하다 보니 피사체에 대한 배려가 덧붙여지는 게 느껴졌다. 1986년 수상작 <필라델피아의 노숙자>는 한 노숙자의 사진이 담겨 있는데, 부탁을 통해 해당 노숙자가 촬영해 동의했음을 밝혔다. 그리고 그 피사체의 말도 직접 인용해서 사진 설명에 담았다. “노숙자들은 사회와 규범을 경멸하죠. 그래서 노숙자 수용 시설을 싫어하는 거예요. 그들은 스스로를 마지막 자유인이라 여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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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한 번쯤 보았을 1994년 수상작 <수단 아이를 기다리는 게임>은 이러한 시대적 변화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일 것이다. 난민 캠프 주변에서 굶주림으로, 구호소로 갈 힘조차 없는 소녀와 그 소녀를 바라보고 있는 독수리의 사진. 케빈 카터는 사진을 찍은 후 곧바로 독수리를 쫓아냈지만, 이 사진으로 카터는 많은 이들의 분노를 들었으며, “아이를 안아주지 못해 너무나 미안했다”는 말을 하던 카터는 같은 해 자살했다. 당시 기자들에게 전염 위험 때문에 현지인들과의 접촉이 금지되어 있다는 것은 거론되지 않았다. 참으로 비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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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퓰리처상 사진전은 단순히 과거를 보여주는 전시가 아니다. 퓰리처상 수상작들은 현재와 연결되어 있다. 우리가 이를 이해할 지혜가 있다면 미래는 달라질 것이다. 사진가들이 위험한 현장을 지키는 이유다.”

 

- 퓰리처상 사진전 전시 기획자 시마 루빈(Cyma Rubin)

 

 

전시 기획자의 기획 의도처럼, 퓰리처상 사진전을 통해 사진 그 자체의 예술적 의미 외에도 과거의 순간을 바라보는 시선이 끊임없이 변하고 있는 것을 느꼈다. 사진을 예술 작품으로 받아들이는 것뿐만 아니라 사회와 결부시키는 사고를 통해 과거와의 복합적이고도 입체적인 교감으로 이어졌다. 단순히 사진을 보며 어떠한 감정을 느끼는 1차원 적인 깨달음에서 나아가 더욱 깊이 있는 성찰과 사회적 맥락을 이해하는 계기로 확장되는 경험인 것이다.

 

 

 

역사를 비추는 거울을 바라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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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의 비극, 과거의 참극, 안타까운 재해의 순간들을 담은 사진을 통해 느끼는 감상은 모두 다를 수 있다. 그러나 시대의 흐름에 따라 그 사진들이 전달하는 메시지와 우리가 그것을 받아들이는 방식은 계속 변화하며, 과거의 사건들이 오늘날 우리의 삶과 어떤 방식으로 연결되고 영향을 미치는지를 새롭게 조명하게 되는 것은 공통으로 느낄 수 있는 귀한 경험이다. 사진은 역사를 비추는 거울이고, 우리는 그 역사 속 나를 동시에 바라본다.

 

우리는 매일 역사의 한 페이지를 목격하고 사진가들은 이를 기록한다. 그들은 최루탄을 견디고, 때때로 물리적 폭력에 희생이 되기도 하지만 그들은 여전히 최전선에서 셔터를 누른다. 그 순간, 그들은 시대의 정신을 사진 속에 담아 우리에게 전달한다. 퓰리처상 사진전에는 지난 80년간 헌신적인 사진가들에 의해 남겨진 고요한 기록이 켜켜이 쌓여 있다. 진실은 언제나 그 자리에 있기 때문이다.


퓰리처상 사진전은 언제나 시의성 있었지만, 특히나 민주주의의 의미가 대두되고 각자 치열한 가치를 위해 싸우는 요즘 시국에 더욱 빛이 부각되는 전시이다. 역사 속에서 뜨겁게 살아 내었던 사람들의 생생한 순간을 눈으로 바라봄과 동시에 이를 담는 시선의 역할까지 유기적으로 생각하는 뜻깊은 시간을 가질 수 있다. 지금의 우리 역시 역사의 한 페이지에 살아 숨 쉬고 있음을 더욱 묵직하게 느껴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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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영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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