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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한 인간을 재구성하는 과정 속에서 - 자객열전Ⅱ, 안응칠 워크숍 [연극]

왜와 어떻게를 배열하는, 워크숍

by 양예지 에디터
2026.08.09 15:43

한 명의 인간은 어떻게 위인이 되는가?

 

영웅의 일대기처럼, 위인은 처음부터 위인으로 고귀하게 태어나 시련을 겪고 귀환할 것 같지만, 당연하게도 현실은 그렇지 않다.


작가 '박상현'의 <자객열전 2 - 안응칠 워크숍>은 1909년, 하얼빈 의거 이후 안중근이 수감된 뤼순 감옥과 연극 '안응칠 워크숍'의 연습이 한창인 21세기 연습실을 오가며 인간 '안응칠'에 대해 고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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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극장의 장점은 바로 무대와 좌석의 거리가 코앞까지 가깝다는 것에 있다. 마치 극 안에 나 자신이 참여한 것처럼, 가까운 곳에서 배우들이 그 인물 자체로 생동하는 것을 볼 수 있다.

 

더욱이 이 '안응칠 워크숍'의 주 무대가 되는 곳은 21세기 서울의 어느 한 연극 연습실이다. 자연스럽게 이 연극을 올린 극단이 거쳤을 메타적인 층위가 한층 더해지게 된다.

공연이 시작하기 전 관객들이 입장하는 동안, 배우들은 마치 연습을 준비하는 한가로운 일상처럼 무대에 성큼성큼 나타나 자연스러운 대화를 나눈다. 그러나 이미 연극은 시작된지 오래이다.


비어있는 연습실은 배우와 연출, 조연출, 무대감독이 재구성해내는 인간 '안응칠'로 다시 채워진다. 안중근의 자서전 「안응칠 역사」와 당시 재판 기록을 교차하며 과연 안중근이 어떤 인물일지 고심해가는 과정. 그러나 그 과정은 전혀 순탄치 않다. 오히려 머릿속에 있던 위인 안중근을 다시 재배치하는 과정 속에서 모두가 혼란에 빠진다.


안중근은 왜 그랬을까? 안중근은 정말 두려워하지 않았을까? 안중근은 어떤 인물이었을까? 정말 그렇게 생각했을까요? 정말 그렇게 말했을까요?


역사란 승자의 기록이라고 했나, 생동하는 인물에 대한 기록은 언제나 사후적으로 이루어진다. 그것은 자기자신을 저술하는 것 역시 마찬가지이다. 순간은 늘 분명하나, 지나가면 완전함은 사라지고, 기록은 그것을 어설프게 재현하는 것에 불과하게 된다.


엄숙하게 안중근을 재현하다가도, 곧바로 다시 현실로 돌아와 그가 느꼈을 ‘진짜’ 감정을 고심하게 한다. 그 공간이 깨어지는 과정을 반복하며 관객은 직감적으로 느끼게 된다. 우리가 알고 있던 한 인물은 숱한 기록으로 재조립되고 정렬된 하나의 영웅상이지, 거기 안에서 진짜 인간은 보지 못했음을.


배우들은 워크숍을 지속하며, 이 각본의 작가를 계속해 궁금해한다. 이 ‘안응칠 워크숍’을 써낸 작가인 만큼, 그가 ‘안응칠’에 대해 가장 잘 알 것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그 정체는 중반부터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다. 이 워크숍을 지켜보던 연출은 돌연 연습실을 박차고 나간다. 연출이 나간 후 덩그러니 남은 연습실에서 이들은 일순 당황하나, 오히려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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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 속에서 취조실의 탁자도, 전쟁이 벌어지는 험난한 참호도, 안중근의 처형대가 되기도 하였던 연습실의 널빤지 오브제를 아예 돌려버린 것이다.

 

“늘 한 번쯤 돌려보고 싶었어”라는 신이 난 목소리, “그거, 가운데가 중심입니다.” 이미 알고 있었던 무대감독.


연극에서 오브제란 계속해 의미를 덧입는 것이다. 오브제는 배우들과 함께 연극 속에서 무엇이든 될 수 있다. 해석과 움직임이 더해지면 관객은 그걸 ‘진짜’로 받아들이고 믿는다. 이 ‘안응칠 워크숍’은 그 자리에 계속 있던 오브제를 아예 ‘뒤집어보는’ 것에서 다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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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마천의 《사기(史記)》 <자객열전(刺客列傳)>은 《사기》 130권 중 열전(列傳) 제26권(권86)에 해당하는 목편이다. 이 <자객열전(刺客列傳)>은 춘추전국시대에 자신의 신념이나 의리를 위해 목숨을 던졌던 인물 5명-조말, 전제, 예양, 섭정, 형가-의 삶과 거사를 다룬 유일무이한 역사 기록이다.


비록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고 장렬히 사라졌거나 승자의 역사에서 '자객'이라는 이름으로 폄하될 수 있었던 이들의 내면, 즉 그들이 왜 자신의 목숨을 걸고 그 선택을 내렸는지에 대한 '처절한 동기와 신념'을 집요하게 추적하여 기록으로 남겼다. 성공한 역사에 묻힌 인물의 실존적 고뇌를 되살려낸 것이다.


박상현의 <자객열전> 희곡은 대한민국의 독립운동가, 역사적 인물들을 극중극 구조로 다시 고찰하며, 그들의 신념을 다시 ‘인간’의 관점으로 복원해내는 시리즈이다.


첫 <자객열전>에서 김구와 대비되는 두 젊은 투사 이봉창, 윤봉길을 등장시켜 거사를 앞둔 이들의 인간적인 두려움과 결단, 그리고 실패와 성공의 궤적 속에 숨겨진 실존적 고뇌를 포착해 냈다면, 이번 <자객열전 2 - 안응칠 워크숍>은 그 시선을 '안중근'이라는 거대한 영웅에게로 옮겨온다.


여기서 안응칠은 독립에 모든 것을 던진 투사이기도, 죽음 앞에 공포를 느꼈던 한 인간이기도, 어머니에게서 용기를 얻는 아들이기도, 못난 남편이자 아버지이기도, 감옥의 순사와 친구를 맺는 인물이기도 하다.


앞으로 박상현이 또 어떤 ‘자객’을 인간으로 복원해낼 것인가, 그를 ‘인간’으로서 다시 우리 앞에 해체할 것인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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