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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인간 안중근을 기록하는 방식: 자객열전2 - 안응칠 워크숍 [공연/연극]

위인 안중근, 인간 안응칠.

by 전주현 에디터
2026.07.31 1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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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자객열전 2 - 안응칠 워크숍>은 죽음을 앞둔 안중근 의사의 삶을 다룬다. 조국을 위해 목숨을 바친 독립운동가들의 생애를, 우리는 어떻게 기억해 왔는가? 되돌아보게 만드는 작품이다. 나는 지금껏 안중근 의사를 흑백 사진에 담긴 인물로만 기억해 왔다. 약지 끝을 자르고, 하얼빈에서 이토 히로부미를 향해 방아쇠를 당긴 독립운동가, 그것이 내가 아는 안중근 의사의 전부였다. 작품은 안중근 의사를 하나의 사건으로만 전달하지 않는다. 한 개인이 생사의 갈림길에서 느꼈을 심정을 파헤치며, 인간 안중근을 조명한다.


이야기는 액자식 구성으로 전개된다. 감독과 배우, 조연출이 안중근 의사를 다룬 작품을 준비한다는 독특한 설정. 연극 배우가, '무대를 준비하는 배우'를 연기한다는 설정이 처음에는 낯설게 다가왔다. 어디까지가 연기이고 현실인지 분간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오는 재미가 쏠쏠하다.


연습실에서 안중근 의사를 연기하던 배우. 그는 아리송한 표정으로 감독을 향해 묻는다.


"정말 그가 이렇게 생각했을까요?"


"정말 그가 이런 심정이었을까요?"


배우는 대사를 형식적으로 암기하려 들지 않았고, 캐릭터 그 자체를 이해하고 싶어했다. 처음부터 끝까지 철저하게 만들어진 가상의 캐릭터를 연기하는 것이 아닌, 현실에 존재했던 역사적 위인이자 독립운동가 배역을 맡는다는 건 다소 어려운 일일 것이다. 위인이 처한 시대상을 꿰고 있어야 하며, 진실을 왜곡해서는 안 되니까 말이다.


사건을 바라보는 관점이 제각각이었기에, 안중근 의사를 어떻게 해석하고 전달할 것인지, 논쟁이 끊이지 않는다. 연출이자 작가, 감독과 배우들의 설전이 오가는 걸 보면서, 연극배우들의 실제 리허설을 몰래 훔쳐보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조명이 켜지면 역사의 한가운데에 들어가 뤼순 감옥에 갇힌 안중근 의사와 일본인 간수 치바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다시, 조명이 꺼지면 안중근 의사의 생을 연기하는 배우와 무대를 준비하는 연출, 감독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메인 플롯과 서브플롯을 오가는 듯한 액자식 구성이, 안중근 의사를 역사적 위인을 넘어 한 개인으로 바라보게 만든다.


작품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안중근 의사의 본명은 '안응칠'이다. 우리가 독립운동가로만 기억해 오던 그의 또 다른 이면 '안응칠.' 극은 사형을 선고받고 뤼순 감옥에서 자서전과 동양 평화론, 편지를 쓰는 안응칠의 모습을 비춘다. 약지를 자르고, 이토 히로부미를 암살한 독립운동가의 면모보다, 조국의 자유를 빼앗긴 한 개인의 고뇌를 낱낱이 해부하려는 시도이다.


뤼순 감옥의 일본인 순사 치바는 안중근 의사를 사람으로서 존경한다. 또한, 안중근 의사에게 사형을 선고한 법원장도 '동양 평화론을 완성 짓기 위해 사형을 한 달만 늦춰달라'는 안중근의 부탁에 고개를 끄덕인다. 비록 약속은 지켜지지 못했지만, 안중근 개인의 혜안과 인품이 얼마나 뛰어났는지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생각했다.


인간 안응칠이 죽음을 앞두고 가족들에게 편지를 쓰는 장면, 특히 아내에게 유언과도 같은 편지를 적는 장면에서 감독과 조연출, 배우들의 의견이 분분했다. 천주교 신자였던 그는, 아내에게 아래와 같은 편지를 남겼다.


"(...) 우리들은 이 이슬과도 같은 허무한 세상에서 천주의 안배로 배필이 되고 다시 주님의 명으로 이때 헤어지게 되었으나 또 머지않아 주님의 은혜로 천당 영복의 땅에서 영원에 모이려 하오. 반드시 감정에 괴로워함이 없이 주님의 안배만을 믿고 신앙을 열심히 하고 효도를 다하며 화목하여 자식의 교육에 힘쓰며 세상에 처하여 심신을 평안히 하고 후에 영원의 즐거움을 바랄 뿐이오. 장남 분도를 신부가 되게 하려고 나는 마음을 결정하고 믿고 있으니, 반드시 잊지 말고, 특히 천주께 바치어 후세에 신부가 되게 하시오. 많고 많은 말을 천당에서 기쁘고 즐겁게 만나보고 상세히 이야기할 기회가 있을 것을 믿고 또 바랄 뿐이오."


감독은 이를 두고 아내 입장에서는 가혹한 편지라고 이야기한다. 독립운동하다가 감옥에 간 남편이 사형 선고를 받고, 자식을 홀로 키우게 된 여인의 심정은 어땠을까? 앞날이 캄캄하고 참혹했을 수도, 의외로 덤덤했을지도 모른다. 여인의 마음을 온전히 헤아릴 순 없는 판국이라지만, 그럼에도 죽음을 앞둔 남자가 부인에게 바치는 편지라고 하기엔 다소 차갑게 읽혔을 것 같다. 사랑한다는 말도, 남겨두고 먼저 가서 미안하다는 말도 없이 효와 가정의 화목함, 아들의 장래를 강조하고 있으니 말이다.


감독의 냉소적인 시선에, 안중근 역을 맡은 배우가 '나라면 어떤 편지를 남겼을까?' 가정하며, 대사를 뱉는다. 아내를 먼저 두고 가서 미안하다는 배우의 말에는 사랑과 따뜻함, 여린 마음이 묻어나 있다. 그런데, 배우는 편지 말미에 '10번 태어나서 1번은 아내를 위해 죽고 9번은 조국을 위해 죽겠다'는 말을 덧붙인다. 배우가 안응칠의 삶에 있어서, '동양 평화를 위한 마음'이 가장 중요했으리라, 생각한 것 같았다.


안중근 의사의 사형은 예정대로 3월 26일에 집행된다. 그의 죽음에 씁쓸해하는 치바를 뒤로 한 채, 극 속의 극이 끝난다. 연출이자 작가는 인간 안응칠의 생각과 감정에 대해서 어떻게 다뤄야 할지, 고민이 계속되어야 함을 강조하면서 <자객열전 2 - 안응칠 워크숍>의 막이 내려간다.


사람을 죽였다는 점에서, 그저 '자객'이라고 불리기도 하는 안중근. 하지만 그는 동양 평화를 위한 출발로 이토 히로부미를 암살했기에, 자신은 자객이 아니라고 이야기한다. 오늘날 한국인들은 그를 독립운동가, 위인으로 기록한다. 연극의 제목에는 왜 '자객 열전'이라는 이름이 붙었을까,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아무래도 역사적 사건을 단일하게 다루지 않고, 여러 가지 관점이 충돌하며 각양각색의 해석이 나올 수도 있음을 보여주고자 한 시도가 아니었을까?

 


특정한 대상이나 사건을 바라보면서, 그것을 그저 현상으로만 기록하지 않고 다양한 이면을 낱낱이 탐구하는 방식이 돋보이는 작품이었다. 한 개인을 이해하기 위해선, 그가 처한 상황에 감정을 이입해 보고 여러 관점으로 생각해 보는 것이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얻을 수 있었다.

 

 

역사적 사건과 인물을 소재로 다양한 작품을 집필, 연출해 온 작가 '박상현'의 <자객열전 2 - 안응칠 워크숍>은 오는 8월 2일까지, 연우소극장에서 찾아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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