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상현의 신작 <자객열전 Ⅱ - 안응칠 워크숍>이 7월 23일 개막하여 8월 2일까지 대학로 연우소극장에서 공연되었다. 연극은 역사 속 안중근이 아닌, 그를 연기하려는 연습실을 무대에 올린다. 배우와 연출, 조연출, 무대감독은 안중근의 자서전과 재판 기록을 읽고 토론하며 안중근을 어떻게 재현해야 할지를 묻는다. 연극은 안중근이라는 역사 속 열사를 영웅적으로 묘사하기보다, 한 인물이 연극적으로 표현되는 방식과 역사적으로 기억되는 방식을 질문한다.
영웅 안중근, 인간 안응칠
어떠한 비극도, 어떠한 희극도 인간의 삶이 될 수는 없다. 한 인간에게 주어진 평생이 하루 혹은 백 년일지라도, 사는 중에 그것을 종합하여 이해하기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행복과 불행, 그리고 그 어느 것도 아닌 조각들이 엉기고 쪼개지고 자기 멋대로 따라붙는다. 한편, 연극의 세계는 완결성의 세계다. 연극의 완결성은 그 내용에서 기인하는 것이 아니라 암전과 커튼콜로 이루어진 유구한 형식에서 기인한다. 어찌 됐든 끝이 난다. 또한 어찌 됐든 장면과 내용이 선택된다.
연극 <자객열전 Ⅱ - 안응칠 워크숍>은 연극의 완결성으로 인해 드러나지 못하는 진실에 가닿기를 노력한다. 연극은 시작한다는 말도 없이 배우와 연출의 등장으로 시작한다. 안중근을 연기하는 이설현 배우와 미소부치, 그리고 치바를 연기하는 강연주 배우는 대사를 연습하기에 앞서 여름휴가처럼 시시콜콜한 일상 대화를 이어간다.
연습실의 풍경은 관객들에게 완전한 이입을 경계하기를 요청한다. 배우들은 영웅 안중근의 클라이맥스로 여겨지는 장면, 즉 사형을 겸허히 받아들이는 장면을 연기한다. 그때 연출 역의 이해성 배우가 등장하며 해당 장면은 이번 연극에 포함하지 않을 것임을 통보한다. 연극 <자객열전 Ⅱ - 안응칠 워크숍>에서 연출은 한 사람의 인생이 지나치게 극적이게 되는 것을 경계하는 인물이다.
안중근에 대한 세간의 평가를 넘어, 편향되었을 재판 기록을 넘어, 또한 안중근의 자서전을 넘어 연극을 하는 사람들은 인간 안중근에게 가닿기 위해 끊임없이 토론한다. 같은 장면을 다양하게 반복하며 불을 끄거나 켜고, 무대 장치를 빙글빙글 돌린다. 새로운 사료를 발견하면, 다시 토론을 이어간다. 아내에게 보냈다는 편지가 너무 무정하다며 다시 적기를 시도한다. 그렇게 만드는 조각조각의 장면 역시 ‘진짜’ 일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완전한 이입을 경계하는 태도와 탐구의 자세는 연극의 근간을 이룬다.
극중극의 구조와 연극에 대해서
연극 <자객열전 Ⅱ - 안응칠 워크숍>은 전형적인 극중극 구조로 이루어져 있다. 즉, 안중근에 대한 연극 만들기라는 연극을 관객에게 보여주는 와중에, 극 중 배우들은 연극 속 연극을 만들어가는 구조이다.
이러한 극중극은 삽화된 이야기의 진실성을 높여주는 효과를 지닌다. 즉, 역설적으로 안중근이라는 인물에 대하여 완전히 알 수 없음을 전제하는 극의 구조가 안중근 삶의 진실성을 높여준다는 것이다. 한편, 연극 <자객열전 Ⅱ - 안응칠 워크숍>은 메타극이기도 하다. 연극을 만드는 것에 대한 연극이라는 의미다. 이 차원에서, 삽화된 극의 내용은 연극에 대하여 질문하기 위한 소재이기도 하다.
극중극과 메타극이라는 특성은 안중근이라는 인물을 진실하게 보여주기도, 소재로 활용하기도 한다. 이 점에서 연극 <자객열전 Ⅱ - 안응칠 워크숍>은 연극에 대하여 질문하지만, 연극이 지닌 인간 탐구의 정신을 담아냈다고 평가할 수도 있을 것이다.
연극 내내 이어지던 질문 하나는 “작가님이 누구실까?”였다. 연극 막바지에서 연출은 본인이 연출인 동시에 작가였음을 암시한다. 연극이라는 세계를 주조한 작가인 동시에, 생동하는 인물들의 자발성에 기대고 조율할 수밖에 없는 연출이 한 인물이었다는 설정은 연극 <자객열전 Ⅱ - 안응칠 워크숍>의 질문들을 압축하여 보여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