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Dance2026] 포스터_A2_날짜티켓 수정.jpg](https://www.artinsight.co.kr/data/tmp/2609/20260915165726_rwowgheb.jpg)
이제 세상은 시간과 공간에 구애받지 않고 소통할 수 있게 됐다. 휴대전화 화면만 켜면 지구 반대편 사람과 실시간으로 대화하며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다양한 사람들과 생각을 공유할 수 있는 시대이다. 그러나 기술은 우리를 연결했다고 해서 우리가 정말 연결됐다고 말할 수 있을까.
올해로 29회를 맞은 서울세계무용축제(SIDance)는 바로, 이 질문에서 출발한다. "TRANS×TRANCE"를 화두로 내건 이번 축제는 기술이 아닌 몸으로 우리를 다시 연결하고자 한다. 국가와 문화, 장르와 세대, 예술과 일상을 가르는 경계를 몸으로 넘어서는 것이다. 춤의 기원을 거슬러 올라가면 제사, 농사, 축제 모두 공동체의 정서적 연결에서 비롯됐다는 점에서, 이는 아주 자연스러운 귀결이기도 하다.
한국을 포함한 8개국의 안무가들이 참여해 서울이라는 도시를 하나의 거대한 몸으로 묶어내려는 이번 시도는, 단순한 국제 교류를 넘어 '우리는 어떻게 다시 함께 살아갈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관객에게 되돌려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몸이 기억하는 것

'뉘엿 뉘엿-아스라히'는 한국 전쟁이라는 커다란 역사를 겪은 한 개인의 기억을 바라보는 작품이다.
'뉘엿뉘엿'은 해가 저무는 풍경을 그리는 말로, 치매를 앓는 할아버지의 흐려지는 기억과 '일몰 증후군'을 비유한다. 손주를 전쟁 중 헤어진 형으로 착각하는 할아버지의 시선을 따라 과거와 현재가 교차하며, 전쟁과 이산, 상실과 침묵을 겪은 한 세대의 삶이 무대 위에 펼쳐진다.
그 기억은 전쟁을 몸소 겪은 이들의 과거와 지금을 잇고, 할아버지 세대와 손주 세대를 이으며, 관객에게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상처에 관한 질문을 쥐여준다. 결국 이 작품에서 ‘저묾’은 끝이 아니라 가장 선명해지는 순간이다.
장르의 경계를 넘는 몸
작품은 형식에서도 주목할만한 지점이 많다. 무대 위 할아버지는 춤을 거의 추지 않고 연극에 가까운 연기로 감정을 전달한다. 이처럼 무용수들의 몸짓이 그려내는 감정선과 연극적 화법이 전하는 감정이 한 무대에서 나란히 등장하며 관객을 강한 감정적 몰입으로 이끈다.
여기에 라이브 카메라가 더해져 눈앞의 실제 장면과 화면 속 장면이 교차하며 연극적 순간과 영화적 순간이 동시에 펼쳐진다. 동시에 무대 구조물로 인해 파편화된 모양을 띠는 스크린 속 영상은 할아버지의 흐트러진 기억을 시각적으로 그리며 극의 긴장을 한층 높인다.
발레와 연극, 무대와 영상이 한 곳에서 펼쳐지며 장르 간 경계를 넘어서려는 이번 축제의 화두를 가장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처럼 보였다.

무용 공연을 처음 접하는 입장에서는 연극적 연출이 더해진 덕분에 이야기의 감정선이 한결 또렷하게 와닿았다. 감정의 흐름을 따라가다 보니 낯설게 느껴질 수 있었던 무용의 몸짓도 자연스럽게 눈에 들어왔다.
'뉘엿 뉘엿-아스라히'는 세대와 세대를, 전쟁을 겪은 이들의 과거와 현재를, 그리고 발레와 연극이라는 서로 다른 장르를 몸이라는 하나의 언어로 연결한다. 기술이 아닌 몸으로 우리는 여전히 연결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