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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인사이트에게
문화예술은 '소통'입니다.

 

 

지금 우리는 후퇴하고 있다. 진보와 보수, 남자와 여자, 청년과 노인. 극단적인 흑백 논리에 갇혀 높아지는 목소리 속에서 우리는 하염없이 분열한다. 억압받고 혼란한 현 시대는 나아가지 못하고 뒷걸음질친다.

   

그리고 제28회 서울세계무용축제(SIDance 2025)는 그 사나운 후퇴를 “광란의 유턴”이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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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세계무용축제(SIDance 2025)는 현 시대의 퇴보를 무용 언어로 고찰하고 표현하여, 관객과 함께 담론을 형성하는 장을 만들기 위해 기획되었다.

 

올해는 한국을 포함해 13개국이 참가하고, 18건, 25회의 공연을 통해 38편의 작품을 선보인다. 워크숍이나 예술가와의 대화 같은 부대 행사를 통해 일반 시민들도 현대무용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문턱을 낮춘 점도 인상 깊다. 누구나 9월 동안 서울 곳곳에서 '광란의 유턴' 특집, 국제 합작, 해외 초청, 국내 초청, 기획 제작 등 다채로운 라인업을 즐길 수 있다는 것이다.


SAL의 Bad Spicy Sauce는 작년 <2122.21222>에 이어 '색정 만리(色情萬里)' 시리즈의 두 번째 작품이다. 전복된 해부학적 풍경(SAL)은 단순히 무용에 국한되지 않고 다양한 예술 분야와 함께 여러 과제를 탐구하는 복합 예술 단체다.

 

SAL을 이끄는 배진호 예술감독은 ‘이단아’라고 불릴 만큼 저돌적이고 감각적인 안무가다. 그는 SAL(Subverted Anatomical Landscape)의 의미를 ‘비이성적인 살덩어리의 아름다움’이라고 설명하며, 본인이 추구하는 무용 예술의 방향성을 보여주고 있다.

 

 

(대표사진)배진호 안무가 2122.21222 photo by 김하몽1.jpeg


 

관객석의 불이 꺼지지 않은 채 천천히 시작되는 공연은 작품과 일상의 경계를 훌륭하게 허물었다. 성별을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로 까맣고 단조로운 의상, 어둡게 칠해져 표정이 보이기 어려운 얼굴도 마찬가지였다. 그들이 가진 것은 오로지 몸뿐이었다.


움직임은 솔직함과 본능을 넘어서는 듯 보였다. 사람이 움직인다는 느낌보다는, 움직임이 사람을 전복한 모양새였다. 곧 움직임은 더 힘을 얻어 사람을 잡아먹었고, 사람 대신 움직임만 있었다. 섹스를 연상케 하는 다양하고 반복적인 움직임과 구도에서는 관능보다는 그로테스크함이 느껴졌고, 나는 생각이 많아졌다.


성을 다룬 한국 무용단 작품. 어떻게 풀어낼지 궁금했다. 아무리 세상이 변했다 해도 어쩔 수 없는 유교적 국가 아닌가. Bad Spicy Sauce라는 제목에서도 느껴지듯이 성을 신성시하거나 마냥 아름답게 그려냈으리라 생각하진 않았지만, 생각보다 훨씬 더 직관적이었다. 새빨간 조명, 새까만 의상, 심장이 뛰는 테크노 음악. 그리고 “광란의 유턴”을 나란히 붙여 놓았다.


미친 듯이 후퇴하는 시대 속에서, 성은 새빨갛고 새까맣고 또 맵고 나쁜 소스로만 여겨지고 있다는 것이려나. 익살스럽게 웃으며 빨간 조명 아래에서 공연을 하는 와중에도, 저 어두운 구석에 숨겨둬야 하는 것이려나.

 

단편적으로 그려진 듯한 작품은 시대에 대한 거울이었고, 저돌적으로 선사하는 강렬함은 소중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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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으로 이야기할 수 있다는 것은 참 멋진 일이다.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기도 하다. 고개를 끄덕이고, 손짓을 하며 우리도 이미 몸으로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SAL은 ‘성’을 고찰할 수 있는 가장 친밀하고 밀접한 방식(몸)으로 우리에게 이야기를 건넨다.

 

서울세계무용축제가 바라는 것은 어쩌면 몸의 확장, 더 정확히는 잃어버린 발화로서의 몸의 역할을 되찾는 것이겠다. 일상 속에서도 몸의 대화를 하고, 몸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보는 것은 어떨까.

 

직진을 해야할지, 유턴을 해야할지 알려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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