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하이브 레이블 걸그룹의 컴백이 화제이다. 하이브 산하의 세 걸그룹이 연달에 테크노 기반 사운드를 내세웠다. 캣츠아이는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하이퍼팝 사운드를, 르세라핌은 멜로딕 테크노와 하드 스타일을 기반으로 르세라핌 특유의 서사를, 아일릿은 테크노 하이퍼팝 위에 아일릿의 당돌함을 얹었다.
이 세 그룹 연달아 같은 계열의 사운드를 전면에 내세우며 여러 논쟁이 오가고 있다. 그런데 같은 장르를 했다는 이유만으로 사람들은 왜 이렇게까지 분노하는 것인가?
왜 하이브만 유독 시끄러운가
하이브가 유독 강한 비판을 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르세라핌의 다큐멘터리는 시련을 이겨내는 서사를 강조하며 데뷔 초부터 그룹의 색깔을 공고히 했다. 하지만 이후 데뷔하는 그룹들 역시 다큐멘터리라는 서사적 문법을 빌리면서 르세라핌만의 특징적 정체성이 다소 희석된 점은 아쉬운 대목이다. 이는 레이블이 선호하는 일관된 정체성으로 해석할 수 있으나, 각 그룹이 지닌 고유의 강점을 공유하며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게 되는 결과로도 볼 수 있다.
하이브는 멀티 레이블 체제로, 컴백과 신인 데뷔 주기가 촘촘하다. 방탄소년단의 ‘화양연화’에서 부터 사용된 '청춘의 불안과 성장통을 극복하는 서사', '다큐멘터리형 콘텐츠', '강한 퍼포먼스 브랜딩',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사운드와 비주얼'까지. 앞에서 설명한 성공된 문법이 변주되는 호흡이 짧아지면서 유독 하이브가 도드라져 보인다.
물론 이러한 현상이 하이브만의 문제라고 볼 수 없다. 같은 기획사 안에서 서로의 영역을 잠식하는 현상은 반복되어왔다. 하지만 하이브에서 이러한 문제들이 가장 압축적으로 드러나며, 동시대 케이팝 산업이 겪는 피로감의 ‘상징’처럼 소비된다. 이러한 경향은 하이브와 민희진의 갈등 이후 더 강하게 각인된다.
이 갈등 이후, 현재 케이팝이 겪는 거대한 산업적 과도기를 하이브에 투사하여 비판하는 경향이 더 강해졌다고 생각한다.
노래보다 입장을 먼저 정하는 시대
나 역시 케이팝 산업의 획일화 문제는 충분히 고찰해볼 만한 화두라고 생각한다. 다만 이번 하이브 걸그룹의 ‘테크노 3연타’ 자체에는 큰 문제의식을 느끼진 못했다. 오히려 같은 장르에 대한 세 그룹의 각기 다른 방식의 해석들이 흥미롭게 다가왔다. 특히 이번 아일릿의 EP ’MAMIHLAPINATAPAI’는 서사와 음악 모두 인상적으로 들렸다.
문제는 이 화두가 팬덤 간 대립의 모양으로 흘러가며 피로감을 유발한다는 점이다. 비판하는 이들과 옹호하는 팬덤 모두 과열된 상태에서 음악 자체보다 그를 둘러싼 담론이 먼저 소비된다. 이로 인해 하이브 걸그룹의 컴백은 신곡 발표라기보다 진영 싸움의 개시처럼 소비된다. 누군가에게는 공격의 빌미가 되고 누군가에게는 사수해야 하는 과제처럼 다가온다.
어느 순간부터 우리는 노래보다 입장을 먼저 정하기 시작했다. 그래서인지 이제는 거창한 산업 담론보다도, ‘좋다’, ‘별로다’ 같은 음악에 대한 단순한 감상이 더 반갑게 느껴진다.
지금 필요한 건 단순한 ‘하이브 비판’이나 ‘팬덤 방어’가 아니라, 음악보다 감정과 진영이 먼저 소비되는 구조 자체를 돌아보는 일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