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음악이라는 새로운 행성: 사운드 플래닛 페스티벌 2026
우리는 왜 음악 앞에서 무방비해지는가. 삶의 궤도가 흔들리고 지칠 때마다 왜 약속이라도 한 듯 이어폰을 꽂고 음악 속으로 숨어드는가. 그리고 찬란하게 기쁜 순간에는 왜 기어코 리듬을 곁에 두고 온몸을 들썩이는가.
이 물음의 끝에서 나는 언제나 한 가지 결론에 닿는다. 음악은 단순한 소리의 집합이 아니라, 저마다의 중력과 대기를 품고 있는 ‘행성’이라는 사실이다. 일상의 중력을 벗어나 저마다의 리듬으로 숨 쉴 수 있는 또 다른 차원의 세계. 그 거대한 음악적 우주가 지난 9월 5일부터 6일까지 양일간 인천 파라다이스시티에 착륙했다.
바로 ‘사운드 플래닛 페스티벌 2026(Sound Planet Festival 2026)’이다.

5개의 궤도, 70여 개의 별들이 밝힌 두 번째 우주
‘행성’이라는 타이틀에 걸맞게 이번 페스티벌은 각기 다른 색채와 밀도를 지닌 사운드가 켜켜이 쌓여 하나의 거대한 세계를 완성해 나가는 ‘두 번째 우주’였다. 실내와 야외를 아우르는 플래닛, 브리쎄, 캠프, 크로마, CMYK 5개의 스테이지에는 YB, 적재, 어반자카파, CNBLUE 등 약 70팀에 달하는 아티스트들이 올라 저마다의 고유한 파동을 뿜어냈다.
특히 이번 페스티벌이 남다른 무게감을 가졌던 이유는 오랫동안 홍대 인디 음악 신(Scene)의 심장이자 버팀목이 되어 온 ‘롤링홀’이 주최한 축제였기 때문이다. 긴 시간 동안 수많은 뮤지션의 태동과 성장을 지켜봐 온 공간의 안목답게, 무대 구성과 라인업의 짜임새는 놀라울 정도로 유기적이었다.
관객들은 스테이지를 오가는 것만으로도 익숙한 거장의 노련함과 새로운 신예의 번뜩이는 에너지를 번갈아 마주할 수 있었다. 각자의 궤도에서 자신만의 소리로 세계를 물들여가던 아티스트와 리스너들이 한 시공간에 모여 서로의 존재를 확인하는 순간, 페스티벌 공간 전체는 거대한 공명으로 가득 찼다.

#에.바.뛰!" — 서로 다른 우리가 같은 궤도로 뛰어오를 때
페스티벌의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일상의 번잡함은 순식간에 휘발되고 완전히 새로운 행성으로 ‘침공’당한 듯한 감각이 밀려왔다. 최근 밴드 음악을 사랑하는 이들 사이에서 널리 쓰이는 유행어 중 "에.바.뛰"라는 말이 있다. 무대 위 밴드가 터뜨리는 "에브리바디 뛰어!"라는 외침을 축약한 이 세 글자는, 음악이 가진 가장 원초적이고 폭발적인 에너지를 대변한다.
사운드 플래닛 페스티벌의 한가운데 서서 그 거대한 파도에 몸을 맡겼을 때의 전율은 쉬이 잊히지 않는다. 씨엔블루가 만들어 내는 밴드의 강렬한 사운드와 함께 객석 전체가 약속이라도 한 듯 발을 구르고 뛰어오를 때, 무대 위의 아티스트와 무대 아래의 관객은 하나의 호흡으로 묶였다.

#우리의 행성으로 초대할게
또 기억에 남았던 무대는 원위의 무대였다. 원위의 음악을 가만히 듣다 보면, 마치 그들이 만들어둔 행성에 발을 조심스럽게 내딛는 것 같은 마음이 든다. 사운드플래닛의 컨셉에도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베로니카의 섬'이라는 노래는 페스티벌이 끝난 후에도 직접 찾아 들었다. 파워풀한 멜로디 속에 진정성 있는 가사가 마음을 울리는 듯했다.
원위의 특색은 노래 속 가사에도 선명하게 드러난다. 별과 우주, 행성과 같은 천문학적인 컨셉 속에서 그들은 사랑을 말한다. 사운드플래닛 페스티벌에서 우리는 그들의 사랑을 아주 잠깐 체험한 것이 아닐까?
우리는 평소 사회라는 구조 속에서 끊임없이 타인과의 다름을 계산하고, 때로는 그 차이를 좁히지 못해 갈등하고 방황하곤 한다. 그러나 그 순간만큼은 아무런 계산도, 경계도 남아있지 않았다. 성별도, 나이도, 각자가 짊어진 일상의 무게도 모두 내려놓은 채, 수천 개의 심장이 오직 음악이라는 단 하나의 방향을, 그 끝에 있는 사랑이라는 감정을 바라보며 같은 박자로 고동치고 있었다.

#잔잔함 속 에너지, 마음의 끝에서부터 전해지는
라인업을 봤을 때 어반자카파의 이름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내가 알기로는 발라드를 주로 부르는 그룹인데 밴드 라인업 사이에서 과연 어떤 노래를 부를지 호기심이 생겼다.
하지만 그들이 잔잔한 노래만을 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은 나의 착각이었다. 오히려 어반자카파의 잔잔함을 뚫고 나오는 에너지가 있었다. 그 에너지에 휩쓸려있다 보면 어느새 무대는 다 끝난 상태였다. 음악에서 에너지는 파워풀한 반주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었다. 아티스트의 마음 끝에서부터 올라오는 진심이 에너지를 만들어 내는 것이었다. 온 마음을 다해, 감정을 담아 노래를 부르는 어반자카파를 보며 문득 음악에 대한 의미를 재정립하는 시간이 된 듯하다.
# 다시 일상을 살아갈 회복의 중력
음악의 스펙트럼 역시 다채로웠다. 심장을 요동치게 만드는 파워풀한 록 사운드와 폭발적인 밴드셋 뒤로는, 가만히 귀를 기울이게 만드는 서정적인 발라드와 몽환적인 멜로디가 이어졌다. 뜨거운 열기와 다정한 위로가 교차하는 그곳에서 관객들은 쉼 없이 웃고, 소리치고, 눈을 감으며 온전히 음악의 대기 속으로 빠져들었다.
치열하고 숨 가쁘게 굴러가는 현실에서 벗어나 오직 소리와 리듬에만 온 신경을 집중했던 이틀간의 여정. 서로 다른 개성의 별들이 모여 완벽한 하나의 행성을 이루어냈듯, 나 역시 그 안에서 지친 마음을 온전히 씻어내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 벅찬 에너지를 채워 넣을 수 있었다.
우리가 음악을 찾는 이유는 어쩌면 단순하다. 그곳에는 언제나 우리를 무조건적으로 포용해 주는 따뜻하고 단단한 세계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사운드 플래닛 페스티벌이라는 거대한 행성에서 보낸 시간은, 앞으로 맞닥뜨릴 무수한 일상 속에서도 꺼지지 않을 하나의 든든한 별빛으로 남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