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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좋아하는 음악을 따라, 낯선 행성으로 - 사운드 플래닛 페스티벌 2026

익숙한 노래에서 낯선 음악까지, 새로운 취향과 기억을 만난 이틀

by 김지민 에디터
2026.09.16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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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떤 노래를 들으면 그때의 기억이 떠오른다. 어느 계절, 함께 걷던 사람, 유난히 좋았던 날씨 등등. 노래에는 이상하게도 그 노래를 들었던 순간의 풍경까지 함께 저장된다. 시간이 한참 흐른 뒤 우연히 그 노래를 다시 들으면 음악뿐만 아니라 그때의 내가 함께 돌아온다.

       

      몇 달 동안 너무 바쁘게 지내다 보니 공연을 보고 싶다는 마음도 잠시 접어두고 있었다. 그러다 몇 달 만에 어렵게 짬을 낼 수 있었다. 오랜만에 공연을 보러 가는 만큼 이번에는 일상이고 뭐고 잠시 잊고 제대로 놀다 오기로 했다. 하루만으로는 아쉬웠다. 어렵게 낸 시간인 만큼 좋아하는 음악을 실컷 듣고, 보고 싶은 무대를 마음껏 보고, 할 수 있는 만큼 제대로 놀아보자는 마음으로 이틀 모두 사운드 플래닛을 찾았다.

       

      파라다이스시티 곳곳에서 다양한 무대가 열렸지만 이틀 동안 메인 스테이지에서 공연을 즐겼다. 평소 좋아하는 아티스트들의 무대를 기다리는 마음이 컸기 때문이다. 특히 영케이와 엑스디너리 히어로즈의 공연을 손꼽아 기다렸고, 드래곤포니의 무대도 궁금했다. 평소 한자리에서 만나기 어려운 여러 아티스트를 한꺼번에 볼 수 있다는 것은 페스티벌만이 줄 수 있는 분명한 즐거움이었다. 그렇게 좋아하는 음악을 실컷 듣고 돌아오는 것. 그것이 내가 생각했던 이번 페스티벌의 모습이었다.

       

      그런데 막상 페스티벌을 온전히 경험하고 나니,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많은 것이 남았다. 무엇보다 이번이 처음으로 페스티벌의 ‘무대’를 제대로 즐긴 경험이었다.

       

      평소 공연장에서는 무대 위의 아티스트를 바라보는 데 집중했다. 조명과 영상, 연출 속에서 완성되는 공연을 보는 것이 익숙했다. 그런데 야외 페스티벌에서는 무대가 객석까지 이어지는 것처럼 느껴졌다. 아티스트마다 다른 깃발들이 등장했고, 음악이 시작되면 수많은 깃발이 일사불란하게 펄럭였다. 멀리서 바라보면 마치 음악에 맞춰 움직이는 거대한 군무 같았다. 사람들은 가사에 맞춰 서로 어깨를 붙이고 기차놀이를 하기도 했고, 어느 순간에는 둥글게 원을 만들어 함께 돌기도 했다.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이상하게 마음이 몽글몽글해졌다. 사람들이 음악에 맞춰 온몸을 움직이는 모습을 보고 있으니 나도 그 일부가 되고 싶었다. 한쪽에서 사람들이 서로 부딪히며 음악을 즐기는 모습을 보면서는 다음번 페스티벌에서는 슬램도 한번 해보고 싶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평소 공연을 볼 때라면 상상하지 못했을 일이다. 페스티벌에서는 음악을 듣는 데서 그치지 않고 나 역시 그 안에서 몸을 움직이고, 소리를 내고, 사람들과 부딪히며 함께 즐기고 싶어졌다. 그렇게 정말 열심히 놀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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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장 기다렸던 영케이의 무대는 역시나 좋았다. 불과 2주 전에도 콘서트에서 그의 공연을 보고 왔지만 이번에는 또 다른 설렘이 있었다. 공연장 안에서 조명과 연출로 완성된 무대를 보는 것과 탁 트인 야외에서 하늘을 배경으로 음악을 즐기는 것은 같은 아티스트의 무대라도 전혀 다른 경험이었다.

       

      특히 해가 저물 무렵, 낮의 뜨거움이 조금씩 가시고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기 시작한 순간이 좋았다. ‘이런 게 페스티벌에서만 느낄 수 있는 낭만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얼마전 콘서트에서 들었던 노래도 그날의 공기와 풍경을 만나니 새로운 기억이 되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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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엑스디너리 히어로즈의 무대는 또 달랐다. 강렬한 햇빛이 내리쬐던 오후와 그들의 음악이 묘하게 잘 어울렸다. 뜨거운 햇볕 아래에서 터져 나오는 강렬한 사운드와 에너지에 나 역시 자연스럽게 몸을 맡겼다.

       

      좋아하는 음악을 찾아가는 동시에, 내가 몰랐던 음악을 발견할 수 있다는 것. 이것이 페스티벌의 가장 큰 매력인지도 모른다. 원위의 공연이 그랬다. 평소 잘 알지 못했던 노래들이었는데 무대가 너무 재미있어서 공연이 끝난 뒤 플레이리스트에 노래를 담았다. 드래곤포니의 무대도 직접 만나고 싶었던 만큼 즐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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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크라잉넛과 YB, 체리필터의 무대에서는 또 다른 재미가 있었다. 한국을 대표하는 밴드답게 익숙한 곡들이 많았지만 모든 노래를 정확히 알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그런데도 어느 순간 다른 사람들과 자연스럽게 섞여 함께 노래를 부르는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특히 체리필터의 무대에서는 무슨 노래인지 정확히 알지 못하면서도 어느새 나도 떼창을 하고 있었다.

       

      페스티벌에서 음악을 발견한다는 말은 단순히 새로운 가수의 이름을 알게 된다는 뜻만은 아닐 것이다. 평소라면 일부러 찾아 듣지 않았을 음악을 만나고, 그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 즐기면서 새로운 취향을 발견한다. 그리고 그날의 경험은 다시 하나의 기억이 되어 음악과 함께 남는다.


      파라다이스시티는 사실 교통이 편한 곳은 아니다. 영종도까지 찾아가는 길도 결코 가볍지는 않았다. 그런데 이번에는 그 먼 길마저 좋았다. 평소 생활하던 곳을 벗어나 조금 멀리 이동하는 동안부터 일상과 다른 시간이 시작되는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곳에서 보낸 이틀은 정말 영화 같았다. 낮에는 뜨거운 햇빛 아래에서 마음껏 뛰어놀고, 해가 지면 선선한 바람을 맞으며 좋아하는 음악을 들었다. 모르는 노래를 따라 부르고, 좋아하는 노래가 나오면 누구보다 크게 소리를 질렀다.

       

      수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함께 뛰고 웃다 보니 평소의 나는 잠시 잊어도 괜찮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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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연의 막바지에는 더위를 먹고 제대로 걷기도 힘들 만큼 지쳐 있었다. 그런데도 집에 가고 싶다는 마음과 조금만 더 놀고 싶다는 마음이 동시에 들었다. 이틀이나 실컷 놀았는데도 막상 끝나려니 아쉬웠다. 아마 그래서 더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면 결국 또 바쁜 하루를 보내겠지만, 그날의 플레이리스트를 찾아 들으며 잠시 멈춰 서면 영종도의 어느 초가을 밤으로 다시 돌아갈 것 같다. 선선한 바람이 불고, 무대에서는 음악이 쏟아지고, 수많은 사람들이 함께 노래하던 그날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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