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보았던 영국 드라마 <닥터 후>의 에피소드 중 인상 깊었던 이야기가 하나 있다. 바로 우리에게 친숙하고 잘 알려진 화가 빈센트 반 고흐를 다룬 에피소드였다. 오늘날 반 고흐와 그의 작품들은 위대한 예술가와 작품들로 평가받고 있지만, 당시의 그는 제대로 인정받지 못한 채 비판과 무시를 견뎌야 했던 예술가였다. 그렇다면 그는 어떻게 성공적인 화가가 되었을 까? 그리고 왜 당시에는 인정 받지 못한 것일까?
우리는 이미 유명하고 잘 알려진 작품과 예술가들을 자연스럽게 접하며 살아간다. 때로는 작품이 왜 현재의 가치를 가지게 되었는지 깊이 있게 생각하는것을 잊은 채, 어떤 연예인이나 유명인이 좋아하는 작품이라는 이유로, 혹은 가장 비싸게 팔렸거나 사회적인 논란이 된 작품이라는 이유로, 심지어는 교과서에 실린 작품이라는 이유로 특정 작품과 예술가를 선호하고 좋아한다고 여긴다.
예를 들어, 얼마 전에는 중국의 애니메이션 영화 <뉴라이>가 촌스럽고 부족한 미감 (일명: 밤티)로 유명해지면서 중국에서 큰 인기를 얻었다는 기사를 접한 적이 있다. 예술학적인 관점에서 혹평을 받을 만한 요소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중에게 인기를 얻었다는 점이 흥미롭게 느껴졌다. 이는 예술의 가치나 상품성이 반드시 작품 자체의 완성도나 미적 평가만으로 결정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고 생각했다.
그럼 어떤 작품들과 예술가들이 미술 시장에서 성공하고, 어떻게 대중들의 인기를 얻으며 상업적인 예술이 될 수 있을까? 또한 우리는 예술을 순수한 표현과 창작의 결과물이라고 말하지만, 과연 예술 작품을 대중과 예술가, 그리고 미술 업계의 사람들은 순수하게만 다루고 있을까? 이러한 궁금증에서 출발하여 이 책을 읽기 시작했다.
몇몇 사람들은 미술이 어느 순간부터 수치화되고 계산적인 대상으로 변했다고 말한다. 즉, 미술이 경제적 이득을 창출하는 수단이나 상업적 도구로 바라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작가는 미술 시장의 발전 과정을 살펴보면, 예술은 처음부터 사회, 역사, 경제, 종교등 다양한 요소의 영향을 받아왔으며 작가의 순수한 의도나 예술적 표현만으로 존재해 온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이를 통해 예술가와 미술 작품이 성공하고 대중적인 인기를 얻기 위해서는 다양한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시대적 배경과 변화하는 사람들의 가치관을 비롯해, 메디치 가문이나 거트루드 스타인과 같은 후원가(혹은 투자자와 컬렉터)의 자본과 안목, 뛰어난 신예 화가를 발굴하는 화상의 역할, 데미안 허스트나 페테르 파울 루벤스와 같은 예술가의 통찰력과 독창성, 그리고 박물관과 미술관을 통한 국가의 예술 지원과 시민을 위한 교육 확대 등이 모두 예술의 성공과 가치 형성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인상 깊었던 책의 부분은 팬데믹과 같은 위기의 상황에서 오히려 미술 시장이 호황을 맞이하는 현상이 나타난다는 점이었다. 책에 따르면 과거 흑사병 직후에도 미술 시장은 활기를 띠었으며, 코로나 19 팬데믹 당시에도 미술 시장은 호황이었다고 한다.
개인적으로는 위기의 순간일수록 사람들이 돈을 절약하거나 건강과 관련된 분야에 예산을 집중하고, 예술과 같이 사치재로 여겨질 수 있는 분야에 대한 소비를 줄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따라서 미술 시장 역시 자연스럽게 불황을 겪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반대의 현상이 나타났다는 점이 흥미롭게 느껴졌다. 이를 통해 미술 시장을 단순히 시대적 상황이나 예술가, 작품 자체만으로 바라보아서는 안 되며, 그 이면에서 작동하는 소비자와 대중들의 심리, 변화한 경제적 요소 등 다양한 요인을 함께 살펴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과적으로 작가는 우리에게 미술이 상품이 아닌 순수한 자기표현의 방식으로만 존재했던 적은 없다고 말해준다. 시대가 변화함에 따라 미술을 구매하는시장 역시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변화했고, 주요 무대는 서양에서 중동과 아시아로 확장되고 있다. 또한 크고 비싼 작품보다는 작지만 개인적인 만족을 줄 수 있는 작품을 선호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으며, 고리타분하고 부유한 기성세대의 문화라는 인식에서 벗어나 새로운 것에 흥미를 느끼는 젊은 세대의 문화로도 변화하고 있다.
이처럼 미술 시장은 앞으로도 계속해서 빠르게 변화할 것이다. 따라서 작가는 과거 특정 계층들만이 즐겼던 미술 시장이 아니라 누구나 혹은 우리 모두를 위한 미술 시장으로 변화하고 있다고 말해주는 것 같았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책의 후반부에서 언급한 것처럼 AI가 예술의 가치와 가격을 명확하게 평가할 수없듯이, 예술을 향유하는 소비자와 대중들 역시 자신만의 확고한 기준을 가지고 다양한 작가와 작품을 면밀히 살펴보고 공부하며 좋은 작품을 선별할 수 있는 예술적 안목을 키워야 한다고 말하는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