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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inion] 삶과 죽음, 그 위의 우리 [전시]

<데이미언 허스트: 진실은 없어 그러나 모든 것은 가능하지>를 보며.

by 윤재현 에디터
2026.03.28 09:33

 

 

필자는 새로운 문화예술을 즐기는 것을 좋아하지만, 유독 못 보는 콘텐츠가 있다. 바로 의학드라마의 수술 장면이나 범죄물에 나오는 피처럼 인간의 신체와 관련된 장면, 그리고 귀신이 나오는 공포물이다. 처음에는 단순히 무서운 것을 싫어해서일 거라고 생각했지만, 의학 드라마 속 수술이나 치료 장면을 보기 힘들어 하는 것은 의아했다. 곰곰히 생각해보니, 화면 속 환자에 대해 감정이입 하는 편이기도 하고 삶과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동시에 느껴져서, 그와 관련된 콘텐츠를 보는 것이 쉽지 않았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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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필자의 취향과 정반대인 유명한 예술가가 있다. 바로 영국의 데이미언 허스트 작가이다. 그는 어린 시절부터 시신과 몰래 사진 찍을 정도로 의학과 과학에 관심이 있었으며, 죽음과 영생에 대한 여러 고찰을 바탕으로 예술 작품을 만들어왔다. 필자가 죽음에 대한 불안과 두려움 때문에 특정 콘텐츠를 회피하는 것과 달리, 그는 삶과 죽음, 그리고 그에 따른 욕망을 직시하고 직접 맞서 작품으로 승화했다고 표현할 수 있다.


 

허스트는 삶과 죽음에 대하는 인간의 복합적인 감정과 욕망에 주목했다. 인간은 태어나면서부터 이미 근원을 알 수 없는 불안과 죽음의 공포를 느끼는 존재이다. 그리고 그런 인간의 특성이 역설적이게도 영생을 향한 욕망, 초월적 존재에 대한 믿음, 의학과 과학에 대한 맹신, 그리고 수집과 통제에 대한 강박적 집착을 낳게 된다.

 

- 전시 브로셔 내용 중

 

 

현재 3월 20일부터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에서는 데미안 허스트 작가의 아시아 첫 대규모 회고전이 진행되고 있다.

 

 

 

1부 모든 질문에는 의심이 따른다.


 

전시장을 처음 들어서면 데이미언 허스트가 어떤 사람인지, 그의 10~20대 학창 시절은 어땠는 지 알 수 있는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필자는 데이미언 허스트의 독특한 상상력과, 조금은 무서울 수도 있는 그의 어린 시절 취미가 담겨 있는 전시 공간이었다고 표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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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답게 폭발하는, 그것은 소년, 그것은 소녀, 캘리그라피 괴물 시간과 공간 빨강과 초록 첨벙 고리 안녕 페인팅>, 1999

 

 

1990년 초반 작품인  '스핀 페인팅' 연작을 계속 보고 있으면, 개인적으로는 다소 어지러워 멀미가 날 것 같은 느낌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아름답게 폭발하는, 그것은 소년, 그것은 소녀, 캘리그라피 괴물 시간과 공간 빨강과 초록 첨벙 고리 안녕 페인팅>과 같이 길고 과장된 '스핀 페인팅' 작품들의 제목은 처음에는 무슨 의미인지 알기 어렵지만 계속 작품을 보다보면 그 의미가 직관적으로 느껴졌다.

 

 

 

2부 우리는 시간 속에 산다.


 

2부에서는 데이미언 허스트가 표현하고자 한 죽음의 공포와 삶과 죽음의 순환 메시지가 가장 잘 담긴 예술 작품들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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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있는 자의 마음 속 죽음의 물리적 불가능성>, 1991

 

 

이 작품은 프롬알데히드 용액이 담긴 유리 수조 안에 거대한 상어를 넣은 설치 작품으로, 데이미언 허스트의 대표작 중 하나이다. 작품은 죽음의 공포를 직면하면서도 불멸하고 싶은 욕망을 표현하였으며, 죽음이 닥치는 순간을 실감하지 못한다는 역설적 내용을 담고 있다고 한다. 필자는 상어를 보면서 '슈뢰딩거의 고양이'가 떠올랐다. 과연 저 상어는 살아있는 것일까, 죽은 것일까?

 

 

 

3부 침묵의 사치


 

가톨릭 가정에서 성장한 데미안 허스트는 종교적 주제를 작품에 일부 인용했으며, 과거 종교적 관심이 현대 의학과 과학으로 대체되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3부에서는 의학과 종교에 대한 믿음 속에 존재한 인간의 욕망을 표현한 작품들을 전시한 공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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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사랑을 위하여>, 2007

 

 

데이미언 허스트의 또 다른 대표작 중 하나인 <신의 사랑을 위하여>라는 작품이다. 인간의 두개골과 18세기 추정되는 치아, 그리고 8,601개의 다이아몬드로 장식된 작품으로, 끝없는 인간의 욕망과 삶의 무상함이라는 주제를 담고 있다. 어느 각도에서 보더라도 반짝이는 다이아몬드의 아름다움과 해골이라는 무서운 존재가 동시에 공존하여 묘한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작품이었다. 죽어서도 더 좋은 곳에 가고 싶어하는 고대 이집트인들의 바람과, 피라미드 안에 있는 화려한 장신구가 떠오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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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촬영한 런던의 뉴포트 스트리트 갤러리 모습.

 

 

'알약 캐비닛'과 '약장' 작품들을 포함해, 알약들과 각종 의료 도구들이 즐비한 공간도 있었다.

 

데이미언 허스트는 평소 약과 약국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실제로 런던에 위치한 그의 갤러리 (뉴포트 스트리트 갤러리)에서도 약국처럼 약을 모아둔 공간을 볼 수 있으며, 그는 여러 해외 약국들을 촬영한 책도 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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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을 위한 원형>, 1998

 

 

개인적으로 이 작품은 한국 관람객과 가장 잘 어울린다고 느꼈다. 한국 어디를 가나 볼 수 있는 병원과 약국, 과도하게 복용되는 약과 치료들이 그 이유다. 예를 들어, 영국이나 다른 서양 국가에서는 감기에 걸리면 따뜻한 차를 마시거나 가벼운 약이나 비타민 C,  혹은 목이 부었다면 아이스크림이나 차가운 음료를 먹고 쉬라는 조언과 처방을 준다. 반면 한국에서는 주사과 수 많은 종류의 약을 처방 받는다. 어쩌면 우리는 현대 의학에 가장 의존하는 국가 중 하나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4부 작가의 스튜디오


 

메인 전시 공간에서 나와 위층으로 올라가면, 한쪽에 작가의 런던 작업실을 그대로 재현한 공간이 나타난다. 이곳에서는 데이미언 허스트가 작업 중이거나 작업한 다른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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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필자는 '데이미언 허스트'라는 작가의 이름을 들으면 주로 조형물이 떠오르기 때문에, 이번 전시에서 그의 회화 작품을 처음으로 자세히 접한 것 같다. 그의 회화 작품에서는 쿠사마 야요이의 작품들처럼 반복적인 점(원형)무늬가 자주 나타났으며, 약의 배열과 점(원형)들 사이 간격이 일정한 모습을 통해 작가의 강박과 집착을 엿볼 수 있었다.

 

더불어, 작가가 마냥 어두운 삶, 죽음, 영생만을 주제로 삼는 것이 아니라, 밝은 색채를 사용하고 헤어드라이기나 후라이팬처럼 일상적인 도구들을 작품으로 재해석하는 모습을 보면서, 유쾌하면서도 독특한 아이디어를 가진 작가라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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