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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여름을 희석하려던 시도

초여름의 목표를 녹여버린 폭염의 여름

by 장미 에디터
2026.09.01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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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름을 희석하려던 시도


      일찌감치 여름나기 준비를 했지만, 이중 열돔 앞에서는 속수무책이었다. 쾌적한 실내에 있다가 출근이나 퇴근을 위해 문을 여는 순간부터 뜨겁고 습한 공기가 휘몰아치는데 이건 견딜 수 있는 범위가 아니었다. 건강을 위해 한 정거장 먼저 내려서 집에 가는 것도 불가능했고, 점심시간 짬을 내서 산책했다간 실려 갈 것 같았다. 유난히 버스가 늦어 십여 분 기다렸을 뿐인데 더위 먹은 것처럼 갑자기 몸이 안 좋아지기도 했다. 올여름을 잘 지내보겠다는 목표는 녹아버리고 축축 늘어지는 폭염의 여름만 남았다.


      그래서 더운 여름 쾌적하게 방 안에서 누워지냈다. 만화도 보고 웹소설도 보고 웹툰도 봤다.

       

       

       

      1. 만화 - 백귀야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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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귀야행은 만화가 이마 이치코의 대표작으로 90년대 연재를 시작해 30년 가까이 연재 중이다. 강한 영감을 가진 소설가였던 할아버지의 능력을 일부 이어받은 리츠라는 인물을 주인공으로 하는 미스터리 요괴 환상집.


      요괴가 나오지만 사람과 대적하기보다는 평행 우주처럼 이 현실을 같이 살아간다. 대체로 누군가의 강한 마음이 요괴를 만드는 원인이 된다. 어려서 죽은 자식을 살리지 못한 원망, 인신 공양을 거부하고 도망친 가족, 어린 시절 사고로 인해 기억을 잃고 자신이 가해자라고 의심하는 피해자. 이들의 불안정한 마음 주변으로 요괴와 사령이 맴돌고 뜻하지 않은 일에 휘말리게 된다.


      일본 소설가 오츠 이치가 어느 책에서 사람이 죽는다고 사라지는 건 아니고 그 사람의 목소리, 행동이 어떤 형태로든 이 세상에 남아 있다는 식으로 말한 적이 있다. 이마 이치코가 말하는 요괴는 그런 형태가 아니지만 독자 입장에서는 비슷한 마음으로 생각하고 있다. 실재했던 사람이 남긴 흔적에 그를 향한 원념까지 더해진다면 이제까지 없었던 다른 게 만들어질 수도 있지 않을까. 때로는 그 방향이 잘못될 수도 있지만, 나는 보통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 무언가가 세상에 있었으면 좋다고 생각한다.

       



      2. 웹소설 - 괴담에 떨어져도 출근을 해야 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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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이라는 전작으로 웹소설계에 파란을 일으킨 작가 백덕수의 차기작이다. 몇 년 전 한국 나폴리탄&규칙 괴담 애호가들 사이에서 유행했던 괴담 연재물을 좋아했던 터라 누가봐도 장기 연재물일 백덕수 작가의 신작은 지나칠 수 없는 유혹이었다. 끊없이 제공되는 괴담 시리즈라니 설레지 않을 수 없었다.


      주인공 김솔음은 연차를 내고 좋아하는 괴담 팝업에 방문했다가 운 좋게 굿즈 박스에 당첨된다. 분명 그랬는데 눈을 뜨자 괴담 속이었다. 팝업에서 만든 사원증 굿즈는 정말로 괴담을 수집하는 회사의 사원증이 되었고, 가지고 있는 굿즈는 아이템이 되었다. 자신이 알고 있는 정보를 기반으로 사내 유능한 인재로 성장해 가는데...


      모두가 주인공더러 뛰어나다고 하지만, 본인은 가진 정보값이 많을 뿐 겁이 많다는 겸손한 자기 평가를 내린다. 그런 K-직장인은 괴담에 떨어져도 출근하고 회사에서 구르고... 원래 살던 곳으로 돌아가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촉촉한 눈으로 바라보게 되었다.

       

       


      3. 웹툰 - 용애어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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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래 사냥을 꿈꾸는 어촌 마을의 촌장 채월이와 고래를 무서워하는 용의 아들 포뢰의 로맨스 성장 이야기.


      채월이는 엄마를 이어 작은 어촌 마을의 촌장이 되었다. 어째서인지 갑자기 고기가 잘 잡히지 않게 되자 마을에서는 용왕님께 우물제를 지내기로 한다. 제사 당일 용왕의 사신이 채월이를 찾아와 어획량이 급감한 건 용왕의 셋째 아들 포뢰가 고래에게 납치당했기 때문이라고, 모종의 사정이 있는 용족을 대신하여 황자를 구해 달라는 요청을 한다. 고래잡이에는 전폭 지원할 것이며 채월을 대신해 마을을 돌봐주겠다는 든든한 지원 조건을 내걸고서.


      작은 마을의 촌장인 여자 채월이가 용왕의 아들을 구하러 가는 역 신데렐라 스토리. 용족은 어째서 한낱 인간에게 부탁하러 왔으며, 고래는 어째서 용족을 잡아갔을까? 개인적으로는 전래동화에 21세기의 젠더 감수성이 은은히 눈에 띄는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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