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8월 말, 입추가 지나 공식적으로 가을인 계절이 왔다. 여전히 낮은 뜨겁지만 청량한 하늘과 뭉게구름을 보면 가을은 가을이구나, 생각하게 된다. 계절이 바뀌는 탓인지 여름에 즐겨듣던 신나고 박진감 넘치는 노래들보다 아련해지고 분위기를 타는 노래를 듣게 된다.
오늘은 요즘 자주 듣는 노래 몇 가지를 소개하려 한다.
BoA - Only One
유명한 노래다 보니 이곳저곳에서 많이 들어봤었지만, 처음으로 완곡을 들었을 때 새삼스레 좋은 노래구나, 깨달았던 기억이 있다.
전주가 시작할 때부터 마음이 울렁이다 보아의 목소리를 듣게 되면 절로 창밖을 보며 떠나간 누군가를 떠올리게 되는 노래다. 이별하는 이의 마음을 정확히 대변한 가사 때문일까, 두 연인이 헤어지는 모습이 드라마처럼 머리에 그려진다.
아련하고 청량한 반주 소리가 계속해서 마음을 두드리고 작별을 고하는 슬픔과 어딘가 담담한 듯한 분위기에 가라앉게 된다.
dosii - 춤
지금은 내가 바보 같애
웃음도 널 힘들게 하네
우는 것만큼
널 괴롭힐 때 난
잃는 것 같은
그런 기분들이 한순간에
이젠,
놓을 것 같이, 우린
제발 그러지 않게
내 생각이 너를 괴롭히는 걸까 봐
빛나지 않는 조명 아래
어색한 우리 춤을 춰
아무도 보지 못할 거야
아무도 우릴 찾지 않아
가끔 배우의 얼굴이나 눈빛을 보며 '서사가 있다'고 말하는 것을 보게 된다.
보이는 것 그 이상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얼굴과 눈빛들. 관객으로 하여금 스크린에 비치지 않는 부분을 상상하게 하는 것들. 음악에서는 이것을 때로는 선율, 때로는 가사가 번갈아 가며 담당한다고 생각하는데 그런 의미에서 <춤>은 '서사가 있는' 가사를 가진 게 아닐까 싶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사랑하는 사람이기에, 내 생각이 너를 괴롭히고 내 얼굴이 널 울게 하느냐 물어보는 이의 마음. 그럼에도 계속 춤을 추고 있는 둘. 가장 내밀한 순간 가장 멀어지게 되는 사람들.
이 어색하고도 아무도 보지 않는 춤을 추는 이들은 어떤 일을 겪고 여기에 도달했을지 문득문득 이야기를 덧붙여가게 된다. 음악 그 자체와 더불어 이런저런 상상을 하게 되어 그런지 들을 때마다 이상하게 눈물이 찔끔 흐른다.
에픽하이 - 내 마음 들리나요
에픽하이 노래 중 손에 꼽게 좋아하는 노래 중 하나. 랩도 랩이지만 멜로디 라인을 너무나 사랑한다.
드라마 <달의 연인> OST로 사용되어 그런지 듣고 있으면 드라마가 주던 아련한 느낌과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풍경이 떠오른다. 선율이 전달하는 섬세한 느낌 때문에 자주 찾아듣는 노래다.
Whitney - Before I Know It
플레이리스트를 보다 보면 도대체 이 노래를 어쩌다가 넣어놓았나 궁금해지는 노래들이 있다. 어디에서 추천받았겠거니, 누군가 언급하는 걸 보고 추가했겠거니, 어림잡아 짐작이라도 할 수 있는 다른 노래들과는 달리 제목도 가수도 낯설기만 한 노래.
이 노래 또한 그런 노래 중 하나였다. 그렇지만 노래를 듣고서는 이 노래를 플레이리스트에 넣어놔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위의 세 노래가 멜로디와 더불어 가사 때문에 아련한 느낌을 받게 된다면, 이 노래는 반대로 가사가 잘 들리지 않고 거의 없는 노래라 멜로디가 돋보이는 노래라고 할 수 있다. 가사를 보지 않고 들으면 가사가 있는 건지 허밍으로 채워져 있는 건지 헷갈리기도 하는데, 그렇기에 더더욱 서정적이고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멜로디에 집중해서 들을 수 있다.
곡 자체에 다이내믹이 있다기보단 같은 내용을 반복하는, 어찌 보면 단순하고 단조로운 음악일 수 있는데도 듣고 있으면 이 반복되는 음악을 계속해서 들을 수 있을 것만 같은 느낌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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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완연히 1년의 막바지에 접어들었다. 추석이 지나고 어영부영 시간의 흐름에 몸을 맡기면 금세 11월의 쌀쌀함이 거리를 매울 테고 크리스마스가 찾아올 테다. 음악은 그저 음악일 뿐이지만 가끔은 그 무엇보다 나를 잘 이해해 주고 마음을 감싸주는 친구가 되기도 한다.
여름과 가을 사이, 왜인지 붕 뜨게 되는 이 시기를 닮은 듯한 음악들로 단단히 지나 보낼 수 있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