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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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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브 클럽 데이'는 매달 마지막 주 금요일에 홍대에서 열리는 무경계 음악 축제이다. 올해로 10주년을 맞이한 역사가 오래된 프로그램으로 얼마 전 진행된 제22회 한국대중음악상에서 선정위원회 특별상을 수상하기도 하였다.


홍대와 인디 밴드. 아주 자주 접한 도식이지만 실제로 본 적은 없었고 게다가 올해가 10주년이라 하니 더욱 흥미가 생겨 무작정 예매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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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클데는 기본적으로 입장과 퇴장이 자유로운 형식이다. 같은 시간대에 보고 싶은 아티스트가 여러 명이라 해도 공연장이 가까이 있다면 전부 볼 수도 있다. 다만 공연장 규모에 따라 더 이상 관객을 수용할 수 없는 경우 입장제한을 하기도 한다. 입장 시 신분증을 확인하고 팔찌를 받는데, 이후 다른 공연장에 입장할 때는 팔찌만 보여주면 된다.

 

클럽 공연은 좌석 없이(공연장에 따라 소수의 좌석이 존재하기도 한다) 공연 시간 동안 서서 봐야하기 때문에 3시간을 연속으로 보는 것은 힘들 것 같았다. 그래서 1타임과 3타임의 공연을 보고, 2타임에는 잠시 쉬기로 결정하였다.


꼭 보고 싶은 밴드가 있었기 때문에 3타임 팀은 쉽게 정할 수 있었는데, 다른 한팀을 정하는 것이 어려웠다.

 

고민을 하다가 홍대 앞 무경계 축제, 그리고 인디 밴드들의 공연인 만큼 내가 처음 들어보는 아티스트의 공연을 보기로 했다. 여러 노래들을 들어보고 조금 더 끌리는 밴드의 무대로 결정하였다.


그렇게 해서 보게 된 첫 공연은 벨로주에서 진행된 ‘연정’의 무대였다. 난생 처음 홍대의 클럽 공연장에 들어갔을 때 느낀 감정은 ‘작다’는 것이었다. 무대도 객석도 작았고 무엇보다 무대와 객석 간의 거리가 굉장히 가까웠다. 이렇게 가까이서 무대를 보는 것은 처음이었기에 조금 떨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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객석에 서서 무대를 기다렸고, 시간이 되자 멤버들이 등장해 하나 둘 악기를 메기 시작했다. 그리고 불이 꺼지고 드럼이 연주되는 순간, 큰 충격을 받았다.

 

공연을 많이 다니는 편은 아니나 그래도 매년 꾸준히 가는 공연들이 있었다. 그래서 악기 소리에는 나름 익숙하다고 생각했건만, 웬걸. 드럼 소리가 평소보다 훨씬 크게 느껴졌다. 쨍쨍한 드럼 소리가 귀를 울리고 일렉 기타가 연주되는 순간, 공연장의 크기와 무대-객석 간의 거리에 따라 많은 것이 다르게 들린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공연이 시작되는 그 짧은 순간에 벌써 클럽 공연의 매력에 푹 빠지게 된 것이다.


연정의 무대는 대체로 차분한 분위기였지만 그 속에 조용한 열정이 돋보였다. 연정의 목소리에는 무대에 집중하게 만드는 힘이 있었고, 또한 멤버들이 즐기며 연주하는 것이 느껴졌다. 사람들은 어둠 속에서 숨을 죽이며, 그렇지만 몸을 흔들며 음악을 듣고 있었다. 한곡한곡 이어질수록 사람들의 박수와 함성이 커져갔고 마지막 곡을 하게 되었을 때는 모두가 아쉬움의 탄성을 내뱉었다.

 

타임 테이블엔 1시간 공연으로 나와 있지만 다음 팀과 교체하는 시간을 위해 무대는 10~15분 가량 일찍 끝난다. 그러니 실제 공연시간은 1시간도 되지 않는 것이다. 그럼에도 공연이 끝나고 나니 다른 세상에 다녀온 것 같은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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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카페에 들렸다 '브로콜리너마저'의 무대를 보러 갔다.


연정의 무대는 지금까지 몰랐던 아티스트의 음악을 새롭게 듣는 시간이었다면, 브콜너의 무대는 익숙한 아티스트의 익숙한 음악을 듣는 시간이었다. 연주는 음원으로 듣던 것보다 훨씬 에너지가 넘쳤고 목소리는 따뜻했다. 자주 듣던 노래였음에도 라이브에는 음원 이상의 것이 담겨있음을 잘 느낄 수 있었고, 왜 직접 보는 무대를 ‘살아있다(Live)’고 하는지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내가 잘 안다고 생각했던 곡에 대해 새롭게 발견하는 순간순간들이 색다르게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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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정과 브로콜리너마저의 무대도 좋았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따로 있었다.

 

카페가 일찍 닫는 바람에 공연장에 예정보다 일찍 입장하게 되었고, 브로콜리너마저의 앞 팀이던 ‘해서웨이’의 공연을 살짝 보게 되었다. 관객석에는 사람이 꽉 차 있었고 더군다나 관객석 중앙에 기둥이 있었기 때문에 내가 있는 자리에서는 무대가 거의 보이지 않았다. 게다가 해서웨이는 자주 듣던 팀이 아니라 낯선 노래가 계속 흐르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너무나 즐거웠다.

 

사람들은 다 같이 떼창을 하고 손을 흔들며 음악을 즐기고 있었고, 멤버들이 멘트를 할 때마다 즐거움이 묻어나오는 것이 느껴졌다. 난생 처음 들어보는 노래의 낯선 가사를 자신 없이 따라 부르면서도 주변 사람들을 보니 나까지 덩달아 신이 나기 시작했다. 그야말로 객석까지도 무대가 된 느낌이었다.

 

홍대 클럽 공연이라던가 인디 밴드라던가 하는 말들이 어쩌면 누군가에겐 낯설고 또 어렵게 느껴질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무대 가까이에서 직접 연주를 듣고 음악을 즐기는 사람들 사이에 가만히 서 있다보면 자연스레 같이 즐기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나와 같은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 사이에 있는 경험 또한 이루 말할 수 없는 즐거움이 되어 줄 것이다.


관객들의 환호성과 밴드의 무대가 서로 시너지를 발하는 곳. 그렇게 관객석까지 무대가 되어 곳곳에 에너지가 넘치는 곳.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즐거움을 맛보고 싶을 때 라이브 클럽 데이는 좋은 선택지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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