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과거에 비해 너무나 풍요로운 시대에 살고 있다. 닳고 닳은 옷을 입을 일도, 배가 고파 굶주림에 시달릴 일도, 길거리에 나앉아 잠들 일도 없는 시대에 살고 있다. 의식주뿐만 아니라 우리는 더 다양한 것들을 누리며 살고 있다. 클릭 몇 번으로 배달음식을 시킬 수 있고, AI로 쉽게 답을 얻어낼 수 있으며, 스크롤을 휙휙 넘기며 타인의 삶을 만날 수 있다.
모든 것을 쉽게 얻어낼 수 있는 이 시대, 과연 우리는 행복할까? 물질적인 풍요는 정신적인 풍요를 가져올까? 다 가졌음에도 어딘가 공허하다고 외치는 사람들, 공황장애를 감기처럼 걸리는 사람들, 쉽게 삶을 놓아버리는 사람들을 보며 ‘어떤 삶이 행복한 걸까’라는 의문이 생긴다.
세계화 이전 행복은 삶으로부터 분리된 특정한 개념이 아니었다. 그저 삶을 살아가는 과정에서 만나는 존엄함, 개인의 잠재력을 자연스레 발전시키는 과정 정도였다. 그렇기에 사람들은 각자의 행복 모델이 존재했으며 ‘행복’에 대한 강한 열망을 갖지 않았다. 그러나 세계화의 시대가 도래 하며 과거의 본질과는 전혀 다른 형태의 행복을 좇기 시작했다. 외부에 의해 형성된 가상된 행복의 형태가 만들어졌고, 신중함과 여유, 사색과 관조라고는 찾아볼 수 없게 되었다.
과거의 행복과는 달라진 ‘포스트 행복(post-happiness)’의 시대. 왜 우리는 행복하다고 외치지만 그 누구도 행복하지 않은 걸까.
우아함이 힘을 잃는 시대
우아함은 해롭지 않고 눈에 띄지 않으며, 가능하면 겉보기에 거창하지 않아야 한다. 우아함은, 그 모습을 드러낼 때 결코 전면에 나서지 않으며 절제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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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츠의 파도를 타다 보면 많은 정보와 자극을 소비한다. 콘텐츠는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기 위해 ‘디지털 형식’으로 송출된다. 또한 이 과정은 품격보다 내러티브를 우위에 두는 방식이다. 짧은 시간 안에 많은 것을 효과적으로 보여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빠르게 정보를 습득하고 넘겨버리는 우리는 자연스레 무언가를 해석하려는 힘, 시간을 들여 이해하려는 힘을 잃는다. 품을 들이는 것은 지루한 일이 된다.
그리고 우리는 많은 일들이 ‘동시다발적으로 터져나가는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몇 초 간격으로 업로드 되는 뉴스와 셀 수없는 해시태그, 끊임없이 생성되는 유행 등. 모든 것이 동시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이 복잡성은 우리를 혼란스럽게 만들며, 뒤쳐질 것 같은 두려움에 시달리게 한다. 이것들을 다 취해야 한다는 강박은 일상에 공백과 빈틈을 주지 않는다.
또한 우리는 모든 감정을 SNS에 표출한다. 기쁠 때는 기쁨의 순간을 SNS에 거창하게 올리고, 슬플 때는 위로와 응원을 요청하는 게시물을 올린다. 더불어 분노의 순간도 함께 올려 같이 화를 내줄 것을 바란다. 즉 ‘평온함’을 잃은 시대이다. 평온함은 차분함이며 어떠한 혼란이 없는 상태이다. 17세기 스페인에서 평온함은 ‘불안한 일시정지 상태’라고도 칭해졌다. 불안 속에 부유하는 것을 말한다. 불안함을 제거의 대상으로 여기는 것이 아니라 불안 속에서도 평온할 수 있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이렇게 우리는 조금의 불안도 삼켜 소화할 수 없게 된 것이다.
행복 강박의 시대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 행복에 대해 많이 염려하고, 행복해야 한다는 압박을 강하게 느낀다. 자기계발서는 이미 전 세계적으로 베스트셀러 목록에 올랐고, 이제 하이퍼모던 주체에게 행복은 더 이상 지향해야 하는 목표가 아니라 삶에 필수적인 것으로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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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의 개념은 과거와 많이 달라져있다. 과거의 행복은 우연하게 삶의 여정 속에서 마주한 행운과 즐거움이었다면, 지금은 ‘목표와 철저한 계획 속에서 때마다 쟁취해야 하는 것’이 행복이 되었다. 부수적으로 따라오는 것이 아니라 나의 노력으로 얻어내야 하는 것 말이다. 그래서 우리는 이를 얻어내지 못할 시 박탈감을 얻게 되고 자기 비난에 시달리게 된다.
또한 포스트 행복의 목표는 ‘나의 의지’를 시험한다. 예를 들자면 체중감량, 학위 취득, 사업 시작, 많은 경험 쌓기 등이 그 예이다. 나와 나의 의지력과 인내심, 회복력, 미루는 습관을 늘 시험대에 올리게 설정되어 있다. 이를 달성하지 못할 시 화살은 나에게로 향한다. 나의 의지와 인내가 약해서, 나의 회복탄력성이 없어서, 내가 미뤄서가 그 이유가 된다. 포스트 행복을 달성하지 못하는 내가 싫어지게끔 촘촘하게 설계되어 있다.
그리고 행복이 더 목표화 된 것에는 ‘수치화’도 큰 영향이 있다. 웰빙, 웰페어라는 개념을 들며 사람들의 삶의 질이 데이터화 되어 보고된다. 이는 행복을 단순한 수치로 여겨지게 하고, 복잡성과 다양성은 잃게 만든다. 우리는 그 정량화 된 수치 안에 놓이게 하는 제도 속에 살아가게 되며, 자발적으로 도달하기 위해 애쓰게 된다. 특정 기준치에 속하거나 속하지 못하는 사람 중 하나가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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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에 대한 집착으로 우아함을 잃은 시대. 행복하지 않은 이유를 고찰했음에도 이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단숨에 변화시키기 어렵겠다는 생각에 허망감이 들었는데 이 또한 우아함을 잃은 현대인의 행복 강박이 아닐까 싶어 씁쓸한 웃음이 지어졌다.
행복은 목표가 아닌 삶의 과정 속에 만나는 것, 빠르고 효율적인 태도보다 평온한 우아함을 잃지 않는 태도를 갖는 것임을 곱씹으며 글을 마무리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