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다한 생각을 멈추고 싶거나, 잠시 쉬어가고 싶을 때 나는 미술관에 가곤 했다. 미술작품을 볼 때 잠시나마 생각이 다른 쪽으로 전환되는 것을 느꼈기 때문이다. 작품 표현 방식을 하나씩 자세히 살펴보기도 하고, 분위기나 흐름을 느끼기도 하고, 작품 속 이야기를 추측해보며 잠시 일상의 고민들을 잊곤 했다. 미술관을 좋아하고, 작품을 감상하는 것에 흥미가 있기에 나만의 특별한 스트레스 해소법이라고 자부하곤 했다.
그런데 <뇌가 힘들 때 미술관에 가는게 좋다>를 통해, 내가 미술관에서 느껴왔던 감정들이 단순한 느낌에 불과한 것이 아니라 체계적이고 인과관계가 분명한 과학임을 알게 되었다. 모호하고 추상적이었던 감정이 분명하고 명쾌하게 밝혀졌다.
예술이 개인에게 주는 힘
‘미학적 사고방식’이란 주변의 예술과 아름다움을 알아채고, 그것을 목적의식을 가지고 삶에 들이는 것을 말한다. 그리고 축적된 ‘미적 경험’은 감정과 사고를 확대시켜 삶을 풍요롭게 만든다. 또한 ‘예술 활동’은 작품을 만들거나, 음악을 향유하며 크고 작은 번뇌로부터 해방을 선사한다.
이는 실제로 과학적인 근거에 의해 긍정적으로 작동해왔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청각, 시각, 촉각, 미각 등의 감각수용기는 수많은 자극을 받아들여 뇌에서 많은 작용이 일어나게 만든다. 의식적, 무의식적으로 체감각 정보를 수용하고 해석한다. 이 과정에서 뇌의 회로를 새롭게 빚기도, 신경 연결망이 활발하게 움직이기도, 생리 체계를 조정하기도 한다. 수많은 정교한 감각이 우리의 신경연결회로들에 대단한 영향력을 끼치고 있었다.
그래서 예술을 향유하거나 활용할 때 ‘행복감’을 느끼는 것이었다. 잡념을 날려버리기도, 어떤 쾌감을 체감하기도, 말로 형용할 수 없는 감탄을 느낄 때도 몸속의 수많은 회로들이 움직여 뇌로 전달을 하는 것이었다. 이는 예술을 좋아한다는 것에 더 큰 자부심과 애정을 느끼게 하는 대목이었다. 또한 왜 문화 활동을 가까이 해야 하는가에 대한 설득력 있는 답변을 받아낸 것 같아 든든함을 느꼈다.
예술이 사회에게 주는 힘
이처럼 예술은 개개인들에게 긍정적인 영향력을 끼치는 것을 넘어, 집단과 공동체에도 사회적인 문제를 해소하는 역할을 하고 있었다. ‘안 외로운 영화 축제’는 관람객에게 배우고, 웃고, 울고, 미소짓고, 타인과 연결될 기회를 주자는 취지하에 단편영화를 상영하는 축제이다. 따돌림을 당하는 청소년이 자신을 표출하거나 몰입할 수 있게 하는 예술활동을 하게 함으로써 공동체와 어울리고 인정받는 경험을 선사했다.
함께 창작활동을 하며 강력한 소속감을 느끼고, 타인과 의견을 맞춰가며 협력, 수용, 관용, 신뢰를 쌓게 만든다. 태초에 인간은 무리지어 생활하고 공동체를 이루어 살아왔는데, 이 본체를 회복하고 함께의 가치를 체감하게 하는 것이 예술이었다.
갈수록 심해지는 개인화와 양극화, 고립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어쩌면 예술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실질적인 제도와 경제적인 해결책도 도움이 될 수 있겠지만, 가장 본질적인 인간의 본성을 활용한 예술 활동이 해결의 실마리가 되지 않을까 싶다.
이렇게 예술은 개인의 뇌를 자극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인간을, 사회를, 변화시키고 풍성하게 재구성 할 수 있는 힘이 있다. 단순하게 취미와 여유가 있을 때 누려야할 것으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 예술은 우리를 변화시키고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게 만들기 때문이다.
예술의 영향력을 되새겨보며, <뇌가 힘들 때 미술관에 가는 게 좋다>를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