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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에세이

 

 

벚꽃이 피는 걸 보니 완연한 봄이 온 듯하다. 올해는 일찍 여름이 시작된다고 하니 눈 깜짝할 새 더위가 우리를 반길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여전히 오락가락한 날씨 탓인지 벌써 일 년의 1/4이 지나 더 이상 2025년이라는 말이 어색하지 않기 때문인지 싱숭생숭한 기분이 드는 요즘이다. 여전히 해가 지는 저녁이면 찾아오는 추위처럼 마음 한편에 쓸쓸함이 남아있는 것만 같다. 환한 계절로 탈바꿈하고 있는 세상과 달리 뜬눈으로 밤을 새우는 이들을 위해 노래 몇 곡을 추천하려 한다.




상현씨밴드 - 낙하


 

 

 

다들 그렇대

이때쯤이면

괜시리 더 복잡하대

너는 좀 어때

나와 같다면

심심한 내 위롤 보내

 

<낙하>의 가사는 직설적이지만 가수의 목소리와 음악이 어우러지면서 감정을 담담히 풀어내고 있다는 인상을 준다. 그래서 “이대로 떨어지지 않도록 꽉 붙잡아줘요”라는, 퍽 슬프게 들리는 가사도 마냥 슬프지만은 않은 담담한 이야기로 바뀐다. 감정을 너무 과하지 않게, 있는 사실 그대로 전하는 듯한 담담함은 콕 집어 구체적으로 설명하기 힘든 나의 마음에 조용히 위로를 보내준다.

 

괜히 마음이 복잡한 밤, 별다른 이유 없이 우울한 날, <낙하>처럼 누군가에게 나를 붙잡아달라고 담담히 이야기할 수 있기를 바라본다.

 

 

 

이승윤 - 무명성 지구인


 

 


이름이 있는데 없다고 해

명성이 없으면 이름도 없는 걸까

(...)

안녕 난 무명성 지구인이야

반가워 내 이름은 아무개

기억 할 필욘 없어

 

처음 이 노래를 들었을 때 가사에 충격을 받았던 것이 기억난다. 자신의 이름을 알리고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아야 하는 아티스트의 입장에 서본 적이 없었음에도 가사에 많은 공감을 했기 때문이다. 어떤 노래들은 나의 상황과 완벽히 맞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나의 마음을 정확히 표현해 주는 것만 같다. 비단 나뿐만이 아니라 이 시대를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 자신이 ‘아무것도 아닌’ 존재라고 생각하거나 길을 잃었다고 생각하는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법한 이야기일 것 같았다.

 

그저 암울한 우리네 인생을 반영하는 것처럼 보이는 이 노래는 잘 살펴보면 나를 ‘이름 없는 존재’로 부르는 무언가에 대한 강렬한 반박으로 이루어져 있음을 알 수 있다. “아무리 그래도 무언간데 아무 것도 아니래 필요치 않으면”, “이름 하나 새기지 않고 사는 삶도 자연스러울 수 있단 거잖아” 같은 가사들은 이 노래가 단순한 자조로 끝나지 않음을 보여준다.

 

내가 나를 무의미한 사람으로 생각하고 쓸모없다고 생각할 때, 누군가도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며 그것을 음악으로 만들어 냈다는 사실은 생각보다 큰 위안으로 다가온다.


 

 

브로콜리너마저 - 되고 싶었어요


 


 

행복한 사람이 되고 싶었어요

하지만 그러려면 내일을 잊어버려야 해요

아름다운 사람이 되고 싶었어요

하지만 그러려면 거울을 보지 말아야 해요

영원한 사랑을 하고 싶었어요

하지만 그러려면 사랑에 빠지지 말아야 해요

완벽한 노래를 쓰고 싶었어요

하지만 그러려면 무엇도 남기지 않았어야 해요

 

무언가를 시도할 때 가장 걸림돌이 되는 것은 실패할까 봐 두려워하는 마음일 것이다. <되고 싶었어요>는 그런 마음을 집약적으로 보여주는 노래다. 우리는 행복한 사람이 되고 싶고 영원한 사랑을 하고 싶지만, 그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그래서 우리는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다가도, “그다음 날에는 이게 대체 무슨 소용인가” 생각하기도 한다. 그렇기에 이 노래는 쓸쓸하다. 우리가 바라는 많은 것들이 결국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떤 것들은 그것을 이루는데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향해 가는 데에 목적이 있는 것 같다. 영원한 사랑이 불가능하다고 사랑하기를 멈춰버릴 수가 있을까? 그렇기에 이 노래는 희망적이다. 그럼에도 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유 모를 우울함을 가지고 상승과 하락을 반복하던 요즘, 나에게 어떤 식으로든 위로가 되어 주었던 노래들을 추천해 보았다. 완벽한 노래는 없다는 어떤 노랫말처럼, 완벽한 위로도 어쩌면 불가능한 것일지 모르겠다. 그러나 이 노래 중, 혹은 다른 어떤 노래에서라도 따뜻한 위로의 조각을 얻을 수 있기를. 그리하여 아직 봄이 찾아오지 않은 당신의 마음속에도 조금의 불씨가 생겨나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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