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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웃기는 짬뽕이었다면 - 연극 '짬뽕' [공연]

연극 '짬뽕'이 블랙코미디로 전한 5·18의 슬픔

by 임혜인 에디터
2026.08.06 0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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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글은 연극 '짬뽕'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극단 산] 2026 짬뽕 포스터(0615 최종).jpg

 

 

5·18이 짬뽕 한 그릇 때문에 일어났다는 문구로 호기심을 자극하는 연극 '짬뽕' 은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블랙코미디로 풀어낸 작품이다.

 

22년을 이어온 극단 산의 대표 연극으로 오랫동안 관객들의 많은 사랑을 받아왔다고 한다.


사실 나는 이 작품에 대해 잘 알지 못했다. 그렇기에 대한민국 근현대사의 가슴 아픔 사건 중 하나인 5·18 민주화운동을 어떻게 블랙코미디로 표현했을지 궁금한 마음을 안고 공연을 관람하러 갔다.

 


짬뽕_장면 촬영_사진 장태준 (230).jpg

 

 

연극의 주요 배경은 중국집 '춘래원'이다. 사장 '신작로', 배달원 '백만식', 종업원 '신지나', 그리고 작로의 연인 '오미란'. 네 사람이 함께 하게 된 사연은 자세히 나오지 않지만 티격태격하면서도 서로를 아끼는 평범한 소시민들의 모습이 자연스럽게 그려지는 '춘래원 식구들'이다.


'짬뽕'은 관객과 직접 소통하는 장면이 있다. 덕분에 객석은 단순히 이야기를 바라보는 공간이 아니라 그 시대를 함께 살아가는 시민의 자리가 된다. 극 초반은 유쾌한 대사와 상황들이 이어져 전체적으로 밝은 분위기가 흐른다.

 

그러나 그 웃음 사이로 시대의 비극이 조금씩 스며든다.

 

 

짬뽕_장면 촬영2_사진 장태준 (26).jpg

 

 

배달원 만식은 총을 든 군인에게 짬뽕을 내놓으라는 협박을 받고 뉴스에서는 시민들을 향한 군의 폭력을 비판하던 기자가 총에 맞는 장면이 등장한다.

 

하지만 작로와 지나는 그 소식을 쉽게 믿지 못한다. 만식이 군인에게 짬뽕을 빼앗겼다는 말도 철가방을 든 간첩이 군인을 공격했다는 왜곡된 뉴스도 모두 현실이라기보다 연기처럼 느낀다. 진실과 거짓이 뒤섞인 혼란 속에서 당시 시민들이 겪었을 혼돈이 그대로 전해진다.


"어이없거나 황당한 행동을 하는 사람 또는 그러한 경우"라는 뜻을 가진 '웃기는 짬뽕'이라는 말이 있다.

 

연극 '짬뽕'을 보며 이 표현이 떠올랐다. 극 중에서는 "군인들이 왜 시민을 공격하냐"라는 대사가 나온다. 정말 웃기는 이야기라며 넘길 수 있는 일이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지만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그것이 실제로 일어난 가슴 아픈 역사였다는 사실을.

 

극은 코믹한 분위기를 유지하면서도 현실의 참혹함을 끊임없이 비춘다. 거리에는 최루탄이 퍼지고 작로의 꿈에서는 만식이 고문 끝에 죽음을 맞고 자신 또한 총에 맞는다. 웃음과 비극이 교차하는 연출은 당시의 혼란과 공포를 더욱 선명하게 전달한다.

 

 

짬뽕_리허설_망원_사진 장태준 (173).jpg

 

 

극의 분위기가 반전이 되는 부분은 미란이 거리에서 총을 맞아 죽게 되었을 때다 이 소식을 들은 만식은 분노를 참지 못하고 거리로 뛰쳐나간다. 그를 걱정한 지나도 뒤따르고 뒤늦게 작로 역시 두 사람을 찾으러 나서지만 결국 만식과 지나는 돌아오지 못한다.


극의 마지막은 더욱 깊은 여운을 남긴다.

 

이야기는 잠시 과거로 돌아가 춘래원 식구들이 함께 꽃구경을 하며 사진을 찍는 장면을 보여준다. 행복했던 한순간을 담은 그 모습은 조명의 실루엣이 어느새 영정사진처럼 변하고 홀로 남은 작로가 그 사진을 바라본다. 이때의 먹먹함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공연이 끝난 뒤에도 그 장면은 오래도록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웃음을 통해 시작한 이야기는 결국 광주민주화운동의 슬픔과 상실을 더욱 깊이 체감하게 만들었다.

 

블랙코미디라는 장르가 단순히 비극을 가볍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웃음 뒤에 숨겨진 아픔을 더욱 선명하게 드러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작품이었다.

 

 


임혜인_컬쳐리스트.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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