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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글은 영화
<극장판 짱구는 못말려: 초화려! 작열하는 떡잎마을 댄서즈>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훈이는 겁이 좀 많은 편이고
유리는 리얼 소꿉놀이에 푹 빠져있고, 부자랑 결혼하길 원하고
짱구는 종잡을 수 없는 아이지만 예쁜 누나랑 액션 가면만 보면 사족을 못 쓰고
하지만 맹구는 돌을 좋아한다는 거 말고는 아무것도 아는 게 없네
짱구는 못말려 16기 17화 맹구의 마음이 궁금해요 중
짱구는 못말려의 주인공 짱구와 친구들은 '떡잎 마을 방범대'로 활동 중이다. 위는 그중 한 명인 나서기를 좋아하고 똑똑한 철수의 대사다. 이처럼 방범대 아이들은 짱구뿐 아니라 모두 저마다의 개성을 지니고 있다. 그중에서도 돌을 좋아하는 맹구는 모난 구석이 없고 아이들 가운데 유독 짱구와 개그 코드가 잘 맞는 친구다. 싸우는 일도 거의 없고 언제나 묵묵히 곁에 있어 주는 존재이기도 하다.
짱구와 맹구의 관계가 가장 인상 깊게 드러난 작품은 <극장판 짱구는 못말려 : 폭풍을 부르는 석양의 떡잎 마을 방범대>라 생각된다. 버려진 영화관에서 서부영화를 보던 짱구 일행이 영화 속 세계로 들어가 점점 원래의 기억을 잊어가는 이야기 속, 방범대 아이들 역시 기억을 잃지만 유일하게 짱구와 함께 떡잎 마을을 기억하고 아이들의 기억을 되찾는 데 힘을 보탠 인물이 바로 맹구였다. 이 작품 속에서 둘의 관계는 말 그대로 '영혼의 단짝'처럼 느껴졌다. 그래서인지 짱구와 맹구의 관계는 늘 변하지 않을 듯했다.
그래서 이번에 개봉한 <극장판 짱구는 못말려: 초화려! 작열하는 떡잎마을 댄서즈>에서 맹구가 빌런이 된다는 설정은 더욱 충격적으로 다가왔다. 예고편에서 맹구가 짱구에게 "잘 있어, 짱구야"라고 말하는 장면만으로도 이 영화가 궁금해졌다. 돌을 좋아하고 착하고 느긋했던 맹구가 빌런이라니 쉽게 믿기 어려웠다.

노래와 춤으로 강해지는 인도 파워
이번 극장판의 배경은 인도다. 제목처럼 영화 내내 춤과 노래가 함께하며 인도 특유의 발리우드 영화 분위기가 강하게 느껴진다. 짱구 일행이 인도에 가게 된 계기는 떡잎 마을이 인도의 한 마을과 자매도시를 맺고 우승하면 인도에서 공연할 수 있는 어린이 엔터 페스티벌이 열리면서부터다. 이 대회에서 우승한 떡잎 마을 방범대와 짱구 가족, 그리고 원장님은 설렘 가득한 마음으로 인도에 도착한다.
나마스떼!

들뜬 마음으로 도착한 인도에서 아이들은 새로운 문화와 무대를 기대하며 설렘을 감추지 못한다. 특히 맹구가 유난히 즐거워하는 모습은 보는 사람까지 흐뭇하게 만든다. 그러던 중 짱구와 맹구는 골동품 가게에서 코 모양의 가방을 발견하고 짱구가 이를 구매하게 된다. 다른 친구들과 함께였다면 말렸을 선택이지만 맹구와 함께였기에 가능한 장면 같았다.
하지만, 이 가방에는 위험한 비밀이 숨겨져 있었다. 형제이자 경찰인 '카빌과 딜'은 가방 안에 봉인된 종이를 찾고 있었고 그 종이는 콧구멍에 꽂으면 욕망을 이루어주는 대신 사람을 폭군으로 만드는 힘을 지니고 있었다. 그리고 결국 그 종이는 맹구의 콧구멍에 꽂히게 된다. 이 설정은 황당하면서도 '맹구가 빌런이 되는 이야기'이기에 가능한 장치처럼 느껴졌다. 또한 카빌과 딜이 짱구 일행을 쫓는 과정 역시 노래와 춤으로 표현되며 영화는 끝까지 '인도 파워'를 놓치지 않는다.
맹구다운게 대체 뭔데?
종이가 콧구멍에 꽂힌 이후의 맹구는 우리가 알던 맹구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강해졌지만 착하고 어른스러웠던 모습 대신 떼를 쓰고 말썽을 부리는 듯한 모습의 아이가 된다. 맹구 자신은 뭐든 할 수 있는 힘이 생겼다며 기뻐하지만, 떡잎 마을 방범대 아이들은 당황한다. 나도 같이 당황스러웠다. "저건 맹구답지 않아"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나왔다.
아이들은 맹구를 원래대로 돌려놓기 위해 그의 콧구멍에 꽂힌 종이를 빼려 하지만 실패하고 결국 뿔뿔이 흩어진다. 짱구는 인도의 한 마을에 홀로 떨어지고, 그곳에서 '아리아나'라는 인도 소녀를 만나게 된다. 엔터 페스티벌의 스타인 아리아나는 늘 웃고 노래하며 완벽한 모습만을 보여줘야 하는 인물이다. 하지만 짱구 앞에서는 솔직한 감정을 드러내고 짱구를 돕기 위해 사람들의 시선에도 불구하고 나선다.

다시 모인 떡잎 마을 방범대는 맹구를 되돌릴 방법을 고민한다. 그 과정에서 "저건 맹구답지 않아"라는 말이 반복되는데, 이에 아리아나는 질문을 던진다.
맹구다운 게 대체 뭔데?
이 질문은 영화의 중심을 관통한다. 우리는 가까운 사람이 변하면 '원래 너답지 않다'라고 말할 때가 있다. 하지만 정작 그 사람이 무엇을 원하고 어떤 욕망을 품고 있었는지는 제대로 묻지 않는다. 나 역시 맹구의 변화가 불편하고 낯설다는 이유로 '맹구답지 않다'라고 생각했던 건 아닐까 하는 반성을 하게 되었다.
자신과 먼저 친구가 된다면
이후 영화는 짱구와 맹구의 관계를 극단까지 밀어붙인다. 맹구는 더 강해지기 위해 한쪽 콧구멍에 종이를 하나 더 꽂으려 하고 짱구는 맹구를 되돌리기 위해 그것을 막으려 한다. 두 사람이 서로 싸우는 장면은 처음 보는 모습이라 더욱 인상 깊었다. 특히 짱구가 맹구의 콧물을 되찾기 위해 싸우기로 결심하는 장면이 좋았다. 강해진 맹구가 아니라 함께 웃던 친구를 되찾고 싶다는 마음이 짱구답게 솔직하게 드러났기 때문이다. 어쩌면 이는 가장 짱구다운 방식의 우정이었다.
결국 맹구는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오고 떡잎 마을 방범대는 다시 함께 새로운 적과 맞서 싸운다. 그 장면은 단순한 해피엔딩을 넘어, '함께여서 가능한 힘'이 무엇인지 보여주는 순간처럼 느껴졌다.
이 영화에서 등장하는 인물 '울프' 역시 인상 깊다. 그는 강한 친구를 원했고 그래서 강해진 맹구와 친구가 되고 싶어 했다. 하지만 맹구는 결국 떡잎마을 방범대를 선택한다. "나는 다 해줄 수 있는데 왜 친구가 생기지 않느냐"며 좌절하는 울프의 모습은 처음엔 이해하기 어려웠던 이 인물이 공감되게 만들었다. 친구를 원하지만 그 방법을 몰라 외로워지는 마음은 나도 생길 때가 있기 때문이다. 이때 원장 선생님의 말이 오래 남는다.
먼저 자기 자신과 친구가 된다면 국적도 나이도 상관없이 친구를 만날 수 있다.
그리고 맹구가 울프에게 카레를 건네는 장면은 이미 둘이 친구가 된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을 들게 한다.

이번 극장판은 맹구의 전혀 다른 모습을 통해 캐릭터를 새롭게 조명했다는 점에서 분명 인상적인 작품이다. 노래와 춤이 서사를 이끄는 구성은 뮤지컬을 좋아하는 나에게 한 편의 뮤지컬 영화처럼 다가와 즐거움을 주었다. 전개나 웃음의 밀도에서는 다소 아쉬움이 남았지만 '맹구다움이란 무엇인가'와 '친구란 어떤 존재인가'라는 질문을 끝까지 놓지 않는 태도는 이 작품의 가장 큰 강점이다. 강해지는 것보다 함께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메시지는 아이들뿐 아니라 어른에게도 의미 있게 다가오며 옛날 짱구 오프닝을 새롭게 편곡한 노래는 진한 향수까지 남긴다. 그래서 이 영화는 관람 후에도 계속 생각이 나는 극장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