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여자아이답지 않게 파란색을 좋아했어."
지금도 파란색을 좋아하는 나에게 엄마가 종종 하는 말이다. 어릴 때부터 난 여자아이를 위한 것, 남자아이를 위한 것 따위의 구분 없이 재밌으면 뭐든 보는 아이였다.
그래서였을까, 어린 시절 내가 정말 좋아했던 영웅은 프리큐어, 가면라이더, 그리고 파워레인저였다. '지구를 지키는 영웅' 하면 떠올리는 이미지들은 각자 다를 텐데 어린 시절, 나에게 이 세 작품은 ‘영웅’의 이미지를 만들어준 존재였다.
그중에서도 가장 좋아했던 시리즈는 '파워레인저 매직포스'(마법전대 마지레인저)였다. 매직포스에서 내가 좋아하는 파란색을 상징하는 파워레인저인 매직 블루가 여성으로 나온다. 남자뿐 아니라 여자도 변신해 악당과 싸우는 모습이 어린 나에게는 유난히 멋있게 느껴졌다. 그 시절의 나는 매직 블루가 변신할 때마다 마음이 두근거렸다. 파란색은 그때부터 내게 단순히 좋아하는 색이 아닌 용기의 색이 되었다.
어릴 때는 파워레인저가 우리나라 이야기인 줄 알았다.
하지만 조금 크고 나서 알고 보니 그것은 '특촬물'로 일본에서 방영하는 특수촬영 드라마이다. 파워레인저는 가면라이더, 울트라맨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3대 특수 촬물 중 하나로 원래 이름은 '슈퍼전대 시리즈'다. 하지만, 이 글에서는 보다 익숙한 '파워레인저'라고 부르고자 한다.

지금 파워레인저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얼마 전, 50년간 이어져 온 '슈퍼전대 시리즈'가 올해를 끝으로 막을 내린다는 소식을 접했기 때문이다. 어릴 적 이후로 파워레인저를 꾸준히 챙겨보진 않았지만, 갑작스러운 종영 소식은 생각보다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무엇이든 끝은 존재한다는 것을 알고 있으나 파워레인저만큼은 예외일 것 같았다.
한 시즌이 끝나도 또 다른 파워레인저가 등장했고, 그들은 언제나 지구를, 때로는 우주를 지켜왔다. 그래서 파워레인저는 나에게 끝없이 계속되는 이야기 같았다. 그랬기에 이번 소식은 오래된 친구의 작별 인사를 듣는 듯한 아쉬움을 남겼다. 끝이 아닌 이름을 바꾸어 새롭게 돌아온다는 이야기도 들리는 것 같아서 안심되기도 하지만 내 어린 시절을 함께했던 그 시절의 파워레인저는 이제 하나의 시대가 된다는 사실이 새삼 쓸쓸함이 느껴진다.
파워레인저의 가장 큰 매력은 ‘함께함’에 있다.
그들은 혼자가 아닌 각자의 색과 개성을 가진 다수로 이루어져 있다. 일곱 빛깔 무지개처럼 다채로운 색들이 모여 악당을 물리치는 그 모습이야말로 파워레인저의 상징이었다.
그들의 싸움은 단순히 선과 악의 대결이 아니라 서로를 믿고 도와주는 연대의 이야기였다. 위기의 순간에도 포기하지 않고 다시 일어나 동료들과 함께 변신해 맞서 싸웠다. 어쩌면 나에게 파워레인저는 단순한 어린 시절의 추억이 아닌 넘어져도 다시 일어설 수 있다는 믿음과 용기의 상징이었다.

마법, 그것은 성스러운 힘
마법, 그것은 미지로의 모험
마법, 그리고 그것은 용기의 증표
파워레인저 매직포스!
이 문구는 매직포스의 오프닝이 시작하기 전 들려오는 대사다.
매직포스는 ‘용기의 힘’을 마법으로 바꾸어 싸워나갔다. 그 모습을 보며 나는 자라왔고 그들의 용기를 닮고 싶다고 생각했다. 지구를 지키는 영웅은 될 수 없지만 대신 나는 일상에서 작은 용기를 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파워레인저 매직포스가 ‘용기의 마법’을 사용했듯이 나 또한 누군가에게 따뜻한 마음을 내밀고 선의를 실천하며 다시 일어설 용기를 내고 싶다. 그래서 파워레인저는 내게 단순한 추억 이상의 의미로 남아 있다. 그들이 가르쳐준 용기와 연대의 마음은 여전히 내 안에서 조용히 빛난다.
파워레인저가 새롭게 바뀌어 막을 올릴지라도 내 안에는 여전히 그 시절의 파워레인저가 살아 있다. 세월이 흘러도 그들의 용기는 내 마음속에서 여전히 변신을 준비하고 있을 것이다. 언젠가 다시 한번 그 모습을 보고 싶다. 잊지 않기 위해서 그리고 그들이 내게 남겨준 용기의 의미를 오래 간직하기 위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