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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페이백

by 박형주 에디터
2026.08.25 20:20

포스터 1차.jpg

 

 

식탁에 오르기까지의 생명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청년예술가도약지원 선정작

 

 

농업 3부작 중 마지막 작품 [페이백]은 농촌 세대를 관통하는 육식 문화와 생명 윤리에 대한 질문을 중심으로, 개인의 삶과 공동체의 가치가 어떻게 충돌하고 조율되는지를 다룬다.

 

본 연극은 '식탁에 오르기까지의 생명'이라는 감춰진 진실을 무대 위로 소환함으로써, '소비'에 대한 윤리적 성찰을 유도한다. 연극은 일방적으로 채식의 가치를 권하는 이야기가 아니며, 삶을 선택하는 방식과 그 속에서 우리가 지키고자 하는 가치는 무엇인가에 대한 깊은 성찰을 담고 있다.

 

[페이백]은 [영농일지], [식물은 일하지 않는다]로 이어진 농업 3부작의 출발점이자 핵심 작품으로, 그동안 문학적 평가를 받았던 희곡의 내용을 무대 언어로 구현함으로써 '농업희곡'의 실질적 완성도를 증명하고자 한다.

 

닭을 키워 생계를 유지해온 양계농 두만은 세월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노동의 무게 속에 살고 있다. 그러나 아들 흑이는 도축업을 그만두고 비건 활동가로 전향하면서 아버지와의 갈등이 깊어진다. 닭을 '먹을거리'로 보는 세대와 '생명'으로 바라보는 세대, 그리고 그 사이에서 흔들리는 손녀 제원의 시선이 교차한다.

 

한때 농업과 생명은 분리되지 않았지만, 이제는 '생산'과 '윤리'가 충돌한다. 두만의 닭장은 생명과 폭력, 윤리와 생존이 맞부딪히는 상징적 공간이 된다. 닭을 잡는 행위는 단순한 생계가 아니라, 인간이 생명과 맺는 관계를 되묻는 의식이 된다. 이 과정에서 등장인물들은 각자의 신념과 죄의식, 기억 속에서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무엇을 먹고, 무엇을 지키며, 무엇을 잃어버렸는가?"

 

[페이백]은 농업과 생명의 경계 위에서 인간의 책임과 공존의 가능성을 탐구하는 작품이다.

 

김동국 연출은 연극을 통해 공동체가 원활하게 작동하지 않는 순간에도 사람들이 왜 끝내 함께 머물고자 하는지를 집요하게 질문해 왔다. 지난 5년간 '농업'을 핵심 화두로 삼아 무대 언어를 구축해 왔으며, 농업은 단순한 소재를 넘어 삶을 지탱하는 기본 구조이자 노동과 돌봄, 생존을 둘러싼 선택이 가장 선명하게 교차하는 장으로 기능해 왔다.

 

이러한 문제의식은 '농업 3부작'을 통해 구체화되었다. 사회적 농장을 배경으로 돌봄과 생산의 이상이 제도와 지원 구조 속에서 흔들리는 현실을 포착한 [영농일지]를 시작으로, 토종 씨앗을 지켜온 농부들의 삶과 현장 인터뷰를 통해 노동과 시간, 공동체의 소멸을 기록과 증언의 형태로 담아낸 [식물은 일하지 않는다]로 이어졌다.

 

그리고 3부작의 마지막 작품인 [페이백]에서는 퍼머컬처 농법과 자립의 개념을 무대로 끌어와 동물과 인간, 쓸모와 무쓸모의 경계를 해체하며 농업적 사유를 사회적·철학적 질문으로 확장해 완결을 맺었다.

 

농업 작업을 통해 '함께 살아감'의 구조적 모순을 탐구해 온 작가는, 이제 그 시선을 동시대 가장 첨예한 화두인 '돌봄 3부작' 프로젝트로 확장하고 있다. 장애, 청년, 노인을 둘러싼 돌봄과 자립의 위기를 정면으로 다루며, 개인의 윤리와 공동체의 규칙이 충돌하는 선택과 배제의 현장을 다룬 [공동선], 지역으로 이주한 청년들이 마주하는 자립과 연대의 현실을 추적하는 [다시 시작하는 마을], 복지 제도의 문턱에서 생존을 증명해야 하는 노년의 실존을 짚어내는 [4등급 노인]으로 이어갈 예정이다.


농업에서 돌봄으로 연결되는 일련의 연작을 통해, 시스템의 한계 속에서도 우리가 끝내 타인과 더불어 살아가기 위해 마주해야 할 질문들을 무대 위에 지속적으로 펼쳐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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