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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에세이



‘내 집 마련’은 이제 전설 속 신화나 다름없다. ‘나’는 5년째 원룸에 살며 하루하루 근근이 살고 있다. 그런데 어느 날 문득 집주인이 넌지시 방 뺄 준비를 하라는 말을 해온다. 아니, 당장 의식주를 해결할 돈조차 빠듯한데, 이사 비용을 어디서 구하라고?

 

나는 고민하다 월세인을 보호하기 위해 만든 법인 ‘월세차 보호법’을 이용하기로 한다. 월세인이 자신의 집 일부를 또 월세로 내놓는, 이른바 ‘월월세’다. 이렇게 하면 계약 권리가 복잡해지므로 집주인은 기존 월세인을 내보내기가 쉽지 않아진다.

 

나는 인터넷에 글을 올린다. 하루 만에 연락이 온다. 무려 젊은 신혼부부다. 왠지 기분이 이상하지만, 계약서를 쓴다. 이제 그들은 내 원룸의 화장실에 세 들어 산다.

 

어차피 화장실 정도야 근처 외부 것을 써도 되고, 월세를 나눠 내니 부담도 덜어졌다. 좋은 게 좋은 거야. 그렇게 생각하기로 한다.

 

분명 그러기로 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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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들, 한국 공포 문학의 밤>은 황금가지 출판사에서 2017년에 출간한 국내 공포 소설 단편집이다. 민음사의 자회사이자 장르 소설 전문 출판사인 황금가지는 2006년 <한국 공포 문학 단편선>으로 처음 공포 소설 모음집을 선보인 후 17년도에도 자체 연재 플랫폼인 브릿G에서 총 10편의 공포 단편을 선정해 출간했다. ‘무서움’을 기반으로 다양한 장르를 넘나드는 이야기 중 바로 그것, <천장세>가 있다.

 

장은호 작가의 단편 <천장세>는 한국을 배경으로 하지만, 현실보다는 근미래 디스토피아 분위기가 가미된 공포 소설이다. 읽다 보면 언뜻 조지 오웰의 <1984>가 생각나기도 한다. 작중에는 이름이 언급되지 않는 비밀스럽고 어두운 ‘도시’와 그 속에서 아등바등 살아가는 사람들이 등장한다. 주인공 ‘신동’을 비롯해 사람들은 언제고 그 도시를 벗어나고 싶어 하지만 글쎄. 현실은 그리 녹록지 않은 법이다.

 

끼니마저 삼각김밥, 그마저도 세일 하는 걸로만 골라 먹으며 버티듯 살아가는 와중에 집주인으로부터 이사 권유를 받자 신동은 홧김에 자신의 원룸 화장실에 월월세를 놓아버린다. 단 하루 만에 그를 찾아온 신혼부부는 기이할 정도로 키가 크고 마른 남자와 기형적으로 조그맣고 면사포를 쓴 여자. 반쯤은 장난으로 올린 것을, 그것도 화장실이라는 조건을 보고도 정말로 찾아오는 사람이 있다니? 신동은 얼떨떨한 와중에도 우선 계약을 완료하고 원래의 목적대로 자신을 내보내려던 집주인의 공격을 막아낸다. 그러자 남은 것은 기묘한 그들과의 더 기묘한 동거뿐.

 

수상한 신혼부부를 월세방에 들인 후로 신동은 기기묘묘한 날들을 보내게 된다. 화장실 너머로 기이한 중얼거림이나 이상한 소음이 들려오는 건 예사. 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건지 그가 잠들면 곁에 우뚝 서서 잠자리를 내려다보고, 심한 날에는 잠든 그의 몸을 몰래 더듬어 오기도 한다. 이해할 수 없는 행동들에 스트레스받던 신동은 결국 그들을 다시 내보내기로 하지만, 그런 그에게 남자는 말해온다. “아……. 참. 말씀 안 드린 게 하나 있네요. 월급이 줄어서 살림살이가 빠듯해졌어요. 월월세 내기도 빠듯하네요. 그래서…… 천장세 하나 내놨어요.”

 

작중 도시에는 생활이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마련한 구제 정책으로 ‘천장세’라는 것이 있다. 말 그대로 천장에도 사람이 살 수 있도록 공간을 마련하고, 대신 그곳에 사는 사람들은 천장세를 내는 것이다. 1차 월세민인 신동으로선 ‘월월세’를 넘어선 ‘월월월세’라고도 볼 수 있다.

 

 

“너 원룸으로 옮겼다고 그랬지? 이 도시에 오래전에 통과된 건축법, 월세법이 있어. 원룸 건물을 지을 때 천장에도 사람이 살 최소 공간, 구조를 만들면 세금 혜택을 주는 거야. 표면적인 목적은 말이야. 신용 불량으로 회생불능이 된 인간들 있잖아. 그 놈들 구제해 준다는 거지. 천장에 살면서 천장세를 내는데, 도시에서 백이십 퍼센트를 부담해 주거든. 백 퍼센트도 아니고 백이십 퍼센트는 뭘까? 이십 퍼센트를 모아서 재기하라는 거지 뭐.”

 

”그래서 천장에 사는 사람은 최대한 돈을 안 쓰기 위해서 자신의 공간을 잘 안 벗어나게 돼. 가만히 누워서 지하 인간들처럼 사는 거지. 정서적으로나 건강상으로도 좋을 리가 없겠지? 어쨌든 구제 방안은 구제 방안이야.“

 

“하지만 그 안에는 다른 뜻이 숨어 있지. 도시에서 그런 버러지들을 위해 정책을 만들 리 없잖아.”

 

 

자신도 모르는 사이 신혼부부가 들인 천장 인간과 동거 중이었던 신동에게 어느 날 드디어 도시를 떠날 수 있을지도 모르는 천재일우의 기회가 찾아온다. 조건은 도시에서의 관계를 모두 청산해야 한다는 것. 신동은 신혼부부와 천장세녀(女)를 내보내려 하지만 얼굴도 모르는 천장세녀의 반대에 부딪히고, 결국 그녀를 직접 만나기 위해 문제의 화장실 천장으로 기어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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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현실적이면서도 오싹한 매력을 가진 <천장세>는 2024년 윤은경 감독에 의해 <세입자>라는 제목으로 영화화되기도 했다. 해당 영화는 제34회 싱가포르국제영화제 최고 감독상 및 국제영화비평가연맹 상을 받았고, 2025년에는 한국 SF 어워드 영상 부문의 대상 역시 차지하며 높은 완성도를 입증했다.

 

이렇듯 많은 사람의 관심과 호응을 얻은 <천장세>는 공포 소설임에도 피 튀기는 잔인함이나 귀신, 괴물 같은 존재가 등장하지는 않는다. 그 대신 오히려 진짜 같아 오싹한, 현실 비판적인 무서움을 선사한다. 숨 막히는 도시, 극단적인 양극화, 심한 주거난, 무너지는 청년층. 사람들은 점점 발 디딜 곳 없어지는 도시에서 버티기 위해 자신의 공간을 쪼개기 시작한다. 월세, 월월세, 월월월세……. 누군가의 후기에서 이 세금의 이름을 ‘개 짖는 소리’에 빗댄 것을 보고는 감탄한 기억이 난다.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그야말로 개소리에 가까워지는 이 정책이 과연 진정한 구제 정책이 맞긴 할까? 지금도 천장 인간들은 숨 쉬는 시체처럼 지내는데, 만약 그들이 또 월세를 두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사람들이 점점 잘라내는 게 정말로 자신의 공간뿐일까?

 

주인공 신동은 월월세를 들여 신혼부부와 월세를 나누어 내자 부담이 덜어진다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당장의 급한 불만 끈 미봉책이었을 뿐이다. 실제로 월세인을 한 번 더 받자마자 그대로 발목이 잡히지 않았는가? 그의 말대로라면 많으면 많을수록 서로 좋기만 한 존재일 텐데 말이다.

 

작중 신혼부부 역시, 주인공으로서는 꽤 으스스하게 묘사됐지만 사실은 상당히 열악한 환경에 놓여 있다. 갈 곳 없는 도시에서 그들의 신혼집, 아니 신혼방은 생판 남의 원룸의 화장실이다. 남편은 변기 뒤편에 고개를 박은 채 몸을 말아 눕고, 아내는 판을 덧대 만든 선반 위에서 잠을 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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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의 이름이 <천장세>가 아니라 <화장실세>였어도 이상하지 않았을 기괴한 모습이다. 거대한 도시에 함몰된 채, 시야가 좁아진 사람들은 큰 그림을 보지 못하고 눈앞의 서로를 향해서만 화를 내고, 천장 인간이 아닌 당장의 자기 모습에만 안도한다. 그러고는 악순환에 빠진다. 하지만 이 소설을 공포 소설로 분류되게끔 한 지점이 과연 비단 ‘인간의 오싹함’에만 있을까? 지금 우리가 몸담고 살아가는 사회와 도시에 대해서도 한 번쯤 환기해 볼 기회를 주는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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