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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inion] 너네 그거 사랑이야!? - 동궁 [드라마]

모두가 알고 있었지만, 정작 두 사람만 모르는

by 신수빈 에디터
2026.07.30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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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부터 《동궁》을 기다리고 있던 것은 아니었다. 남주혁이라는 배우 역시 기대보다는 호기심에 가까웠다. 물론 <스물다섯 스물하나>를 너무 좋게 본 사람으로서 배우에 대한 좋은 기억은 있었지만, 이번 작품은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했다.


그런데 "하나만 더 봐야지.", "하나만 더 볼까." 하고 보다가 결국 이틀 만에 전편을 정주행했다.

흥미로운 점은 《동궁》이 속도로 승부하는 작품이 아니라는 것이다. 공개 이후 전개가 느리다는 이야기도 있었지만, 나에게 그 느림은 부족함이 아니라 필요한 호흡이었다. 사건을 급하게 밀어붙이지 않고 인물의 감정과 관계, 숨겨진 사연을 차곡차곡 쌓아 올린다. 왜 그런 선택을 하는지, 왜 그런 마음에 도달하는지를 차분하게 보여주기 때문에 후반부로 갈수록 이야기는 더 깊은 설득력을 얻는다. 《동궁》은 빠르게 소비되는 이야기가 아니라 천천히 스며드는 작품이었다.
 

*


가장 먼저 감탄하게 된 것은 화면이었다.

드라마를 보는 내내 가장 많이 했던 생각은 “촬영감독이 누구일까”였다. 한 장면 한 장면이 마치 잘 만든 영화의 한 컷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찾아보니 《동궁》의 촬영을 맡은 박정훈 촬영감독은 실제로 영화 작업 경험이 많은 촬영감독으로, 작품에 영화적인 질감을 더한 것이었다.

《동궁》에서 공간은 단순한 배경이 아니다. 궁궐은 인물들이 감추고 있는 비밀과 욕망을 담아내는 또 하나의 존재처럼 느껴진다. 빛과 그림자, 정적인 화면 구성, 인물을 둘러싼 여백은 대사보다 먼저 감정을 전달한다. 한국 드라마에서 흔히 보던 화면과는 다른 결이었다. 특히 현실과 귀의 세계를 표현하는 방식이 인상적이었다. 귀신을 단순히 무섭게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다른 세계로 구축한다. 촬영과 조명, 미술이 함께 만들어낸 분위기는 오컬트를 자극적인 공포가 아니라 작품의 정서로 받아들이게 했다.

사실 나는 오컬트 장르를 좋아하지 않는다. 갑자기 튀어나오는 장면을 정말 싫어하고, 보고 나서 잠이 오지 않을 정도로 무서운 작품은 일부러 피하는 편이다. 그래서 《동궁》도 처음에는 조금 망설였다. 하지만 이 작품은 오컬트의 취지를 정확히 살리면서도 공포를 과하게 소비하지 않는다. 갑툭튀보다 분위기와 심리를 통해 긴장감을 만든다. 귀신은 단순히 놀라게 하기 위한 존재가 아니라 인간의 욕망과 죄책감을 드러내는 장치가 된다. 덕분에 오컬트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도 편안하게 몰입할 수 있었다.

물론 아쉬움도 있었다. 작품을 보면서 〈기묘한 이야기〉가 떠오르는 지점들이 있었다. 다른 세계와 연결되는 설정, 보이지 않는 존재를 추적하는 구조 등 익숙한 장르적 문법이 느껴지는 순간들이 있었다. 하지만 그 지점은 동시에 《동궁》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부분이기도 했다. 완전히 새로운 소재를 만들어내기보다, 익숙한 오컬트 장르를 가져와 한국적인 정서와 공간 안에서 다시 해석했다. 서양 오컬트가 미지의 존재에 대한 두려움을 중심으로 한다면, 《동궁》은 궁궐이라는 공간 안에서 권력과 욕망, 죄책감, 인간 사이의 관계를 이야기한다. 익숙한 장르를 어떻게 자신만의 방식으로 변주하는지 보여주는 작품이었다.

어쩌면 《동궁》의 의미는 낯선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데만 있지 않을지도 모른다. 이미 많은 작품이 다뤄온 장르적 소재를 어떻게 한국적인 방식으로 변주하고, 자신만의 분위기로 완성해내는지를 보여주는 데 있다. 익숙한 장르 안에서 한국 드라마가 가진 연출력과 감정 표현의 깊이를 확인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이 작품은 충분히 의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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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들의 앙상블 역시 빼놓을 수 없다.

처음에는 노윤서, 남주혁, 조승우 세 사람이 중심인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작품을 다 보고 나니 《동궁》의 진짜 주인공은 특정 인물이 아니라 그 안에 존재하는 모든 인물들이었다. 특별출연이라는 이름이 무색할 정도로 곽동연, 장영남, 황영희, 태인호, 홍수주 등 모든 배우가 자신의 자리에서 강렬한 존재감을 남긴다. 짧은 등장만으로도 인물의 과거와 욕망이 느껴지고, 각각의 서사가 쌓이면서 궁궐이라는 공간은 더욱 살아난다.
 
특히 〈취사병 전설이 되다〉에서 인상 깊게 봤던 이홍내 배우는 등장하는 순간부터 작품의 분위기를 바꿔놓았다. 마치 작두를 타듯 에너지를 쏟아내는 연기는 오컬트적인 긴장감을 극대화했고, 단순히 무서운 인물이 아니라 하나의 강렬한 존재로 기억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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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결국 《동궁》을 가장 오래 기억하게 만드는 것은 사랑이다. 이 작품은 사랑을 크게 말하지 않는다. 흔한 로맨스처럼 감정을 반복해서 확인하거나 억지로 러브라인을 끌어가지 않는다. 대신 시선과 침묵, 서로를 향한 선택으로 마음을 보여준다.

 

그래서 더 좋았다. (너무)

개인적으로 《동궁》의 가장 큰 매력은 사랑을 전면에 내세우지 않고도 사랑을 보여줬다는 점이다. 궁궐의 비밀과 오컬트라는 장르 안에서 피어난 감정은 오히려 더 선명했다. 억지스러운 러브스토리 없이도 두 사람의 관계가 충분히 애틋하게 느껴지는 작품이었다. 그래서 내게 《동궁》은 단순한 오컬트 사극이 아니다. 예상하지 못한 몰입을 선물한 작품이고, 영화 같은 미장센으로 눈을 사로잡은 작품이며, 모두가 알고 있었지만, 정작 두 사람만 모르는(ㅋㅋ) 사랑을 보여준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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