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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inion] 소녀들의 세계에는 언제나 '우리'가 있다 [음악]

케이팝 걸그룹이 일본에서 그려낸 세 가지 관계

by 정민경 에디터
2026.09.01 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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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녀들이 말하는 '우리'


       

      최근 케이팝 걸그룹의 일본 활동 곡을 듣다 보면 흥미로운 공통점이 눈에 들어온다. 각기 다른 컨셉과 사운드를 내세우고 있지만, 그 중심에는 결국 ‘너와 나’, 친구 사이의 관계가 놓여 있다는 것. 하츠투하츠의 ‘ICONIC HEART’, 아일릿의 ‘I Got Your Back’, 에스파의 ‘KISS N TELL’이 이에 해당한다.


      세 곡 모두 누군가와 함께하는 순간을 이야기하지만, 그 관계를 바라보는 시선은 미묘하게 다르다. 처음 마주한 순간의 짜릿한 설렘부터 힘든 날을 함께 견디는 우정, 그리고 아무에게나 털어놓을 수 없는 이야기들까지. 겉으로는 비슷해 보이더라도 관계의 깊이에 따라 전혀 다른 감정과 장면이 펼쳐진다.

       

       


      함께 뛰어들면, 평범한 세상도 마법처럼 - 하츠투하츠 'ICONIC HEART'



      ‘ICONIC HEART’ 속 멤버들은 더 큰 세상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소녀들이다. “Come as you are”라고 말하며,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나아가고, “小さい宇宙(작은 우주)”가 펼쳐지는 순간을 함께 마주한다. 특히 “Cosmic in your eyes(네 눈 속의 우주)”라는 표현을 통해, 이 곡에서 ‘너’가 나의 세상을 넓혀주는 존재임을 알려준다.

       

      누군가를 만난 후, 새로운 세상으로 달려갈 때 평범했던 일상이 갑자기 반짝이기 시작하는 것. ‘ICONIC HEART’가 말하는 설렘은 바로 관계의 시작 단계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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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서 이들이 가져온 마법소녀 컨셉과도 잘 맞는다. 이 곡에서 반복되는 “飛び出そう(뛰어나가자)”와 “Wanna fly away”는 마치 주문처럼 들린다. 어디로 갈지는 정확히 몰라도 일단 함께 나아가는 것. 완벽하게 준비된 주인공이 아니라, 설렘에 이끌려 새로운 세계로 뛰어드는 소녀들인 셈이다.

       

      세 곡 중 가장 ‘시작’에 가까운 곡인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저 함께 있는 것만으로 전류가 흐른 듯 짜릿해지는 순간. 하츠투하츠는 그 찰나를 가장 환상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힘든 날에도 내 편이 되어주는 사람 - 아일릿 'I Got Your Back'



      아일릿의 ‘I Got Your Back’은 '곁에 함께 있을 것'을 약속하겠다는 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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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목부터 반복되는 “I got your back”이라는 문장과 “ずっと隣さ(계속 네 곁에 있을게)”, “Side by side(나란히)”라는 표현을 통해 알 수 있다. 특히 “ひとりで抱えないで(혼자 끌어안고 있지 마)”라는 말이나 “不安でいっぱい my world(흔들리는 마음 나의 세계)” 같은 가사를 보면, 이 곡의 소녀들은 마냥 밝기만 한 존재가 아니다. 주변을 신경 쓰느라 때로는 지치고 긴장하기도 하지만, 그런 모습을 알아주는 사람이 곁에 있다는 것이 이 곡의 가장 큰 위로다.


      “誰にも摘ませやしないよ(그 누구도 꺾을 순 없을걸)”이라는 가사에서는 친구의 성장을 지켜주겠다는 의지까지 읽힌다. 아일릿은 옆에 조용히 있어 주는 것 자체가 한 사람을 다시 일으켜 세우는 가장 큰 힘이 될 수 있음을 이야기하는 듯하다.

       

       

       

       

       

      말하지 못했던 이야기까지 나누게 될 때 - 에스파 'KISS N TELL'



      ‘KISS N TELL’은 여기서 한 걸음 더 들어간다. “秘密の Girls talk(비밀의 걸스 토크)”로 시작해 “Everything 打ち明けてよ(모든 걸 털어놔)”라고 말하는 이 곡에서 중요한 것은 서로에게 얼마나 솔직해질 수 있는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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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상의 사소한 이야기부터 미래에 대한 불안까지 하나씩 털어놓다 보면 어느새 둘만의 시간이 되고, 그 시간이 관계를 조금씩 단단하게 만든다. 복잡한 감정까지 함께 나눌 수 있을 때 비로소 친밀한 관계가 되는 것.


      따라서 ‘KISS N TELL’은 세 곡 가운데 가장 깊은 관계를 이야기하는 곡처럼 들린다. 에스파 특유의 몽환적인 사운드까지 더해지면서, 함께 나눈 수많은 대화가 어느 순간 둘만의 작은 세계가 되는 듯한 느낌을 준다. 특별하거나 거창한 것보다도, 함께 나눈 이야기들이 관계를 만든다는 점에서 가장 현실적인 공감이 되는 곡이다.

       

       

       

       

       

      서로 다른 방식으로 그려낸 소녀들만의 세계



      세 곡을 이어서 듣고 나면 하나의 관계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보는 듯하다.

       

      ‘ICONIC HEART’가 처음 누군가에게 끌려 새로운 세계로 함께 뛰어드는 마법 같은 순간이라면, ‘I Got Your Back’은 힘든 순간에도 서로의 편에 서는 시간이고, ‘KISS N TELL’은 그렇게 쌓인 신뢰 위에 둘만의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순간이다. 세 곡은 각각 다른 감정을 노래하지만 결국 ‘함께’라는 단어에서 출발한다.


      누군가와 함께라면 낯선 세계로 뛰어들 용기도 생기고, 불안한 하루를 버틸 힘도 생기며, 혼자 고민하던 일들을 꺼내놓을 수도 있다. 결국 세 그룹이 일본에서 그려낸 소녀들의 모습은 모두 완벽한 주인공이 아니다.

       

      누군가와 관계를 맺고, 서로의 세계에 들어가면서 비로소 조금씩 자신만의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존재들이다. 같은 ‘소녀’라는 소재를 각 그룹만의 언어로 풀어낸 세 곡이 흥미로운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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