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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2026년 3월 25일

강아지를 떠나보냈다

by 장수정 에디터
2026.08.19 14:02

평소 연락을 거의 나누지 않는 오빠에게 “소식 들었냐?”하고 카톡이 왔다. 무슨 이야기를 할지 예상이 돼서 더 듣고 싶지 않았다. 밀려오는 불안감을 누르고 애써 침착하게 무슨 일 있냐고 답장을 보냈다. 그러자 오빠는 엄마가 얘기 안 해줬냐고, 강아지가 무지개다리를 건넜다고 했다. 그게 올해 3월 25일이었다.


엄마한테 얘기 못 들었냐는 채팅을 보고 엄마가 내가 주말에 본가에 가서 '어쩔 수 없이' 알게 되기 전까지는 말을 안 하려고 했구나, 생각했다. 몇 주 전부터 그러려는 징조가 보였다. 엄마는 항상 그래왔다. "넌 그런 거 알 필요 없어." 정서에 좋지 않은 것-그 기준은 엄마가 정한다-에 나를 노출하지 않겠다는 엄마의 신념에 따르면 강아지의 죽음도 '그런 거'에 포함되었다. 마지막으로 강아지를 볼 수 있었던 주말, 나는 엄마에게 “이번 주는 학교 가지 말고 집에 있으면서 강아지 옆에 있을까?” 하고 물어보았다. 며칠 전부터 몸의 기능이 급격하게 망가진 강아지는 아무것도 먹지 않기 시작했고, 병원에서 아침, 점심, 저녁으로 나누어 하루 25ml씩 주사기로 단백질셰이크 같은 묽은 음료를 급여하라고 했기 때문이었다. 주말이야 내가 할 수 있었으나 평일에는 다른 지역에 있는 내가 할 수 없었다. 온전히 엄마의 몫이었고, 매일 출퇴근을 하는 엄마가 완벽하게 해내기는 어려울 수 있는 일이었다. 그런 나에게 엄마는 본인이 있는데 네가 굳이 뭘 그렇게 하냐고 반응했고, 나는 늘 그랬듯이 수긍하며-그리고 다음 주에도 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으므로-기차를 탔다. 그게 마지막이었다.


인생의 12년을 함께한 인연이었다. 처음 노란 채팅방의 글자를 읽었을 때는 화장실로 달려가 진정하려고 노력했고, 기차를 타러 가는 택시 안에서는 잃어버린 현실 감각을 되찾으려고 노력했고, 서울에 가는 기차 안에서는 역시 이번 주는 집에만 있을 걸 하고 후회가 밀려왔다. 기차를 내려 집으로 가는 길에서는 아무런 생각도 하지 않으려 노력했다. 집에 도착해보니 움직이지 않는 강아지가 방석 위에 누워있었다. 덮여 있는 얇은 이불을 걷어 보니 자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손을 대보니 확실하게 알 수 있었다. 새벽에 떠난 강아지는 이미 12시간이 훌쩍 지난 상태였다. 털이 빠진 몸이 차갑고 단단했다. 계속 만지작대고 있는 나에게 엄마는 그만 쉬게 내버려두라고 말했다.


다음 주까지 버틸 거라고 믿고 기차를 탄 나의 선택을 후회하냐고 묻는다면, 솔직하게 안 한다고는 못 하겠지만 후회하지 않으려고 노력 중이다. 그 선택을 후회하기 시작한다면 나는 필연적으로 내가 그 선택을 하도록 도운 엄마를 탓할 것이다. 하지만 강아지의 마지막을 지켜준 건 내가 아닌 엄마이기에 난 그럴 자격이 없다. 엄마는 자신이 강아지 이에 구강염 치료 스프레이를 뿌렸기에 애가 밥을 안 먹기 시작한 것 같다며 자책했다. 강아지는 심장병 약을 먹은 지 2년이 넘었고, 폐수종까지 왔었다. 분명 스프레이 때문은 아닐 것이었다. 하지만 엄마는 안 좋은 일이 생기면 습관적으로 자신을 탓하는 기질이 있었고-이 기질은 나에게도 유전된 것 같다-나는 그런 엄마를 알기에 그 이유는 아닐 거야, 밥을 잘 안 먹은 지는 꽤 됐었잖아, 라고 말해주었다.


반려동물 장례식장을 다녀오고 나는 무교지만 종교에 잠시 귀의하기로 했다. 강아지는 어딘가 다른 곳에서 새로 태어나 잘 지내게 될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자, 얼마 뒤 신기하게도 우리 집에는 새로운 생명이 찾아왔다. 베란다 실외기 뒤에 비둘기가 둥지를 짓고 알을 낳은 것이었다. 엄마는 그 둥지 밑에 분홍색 행주를 깔아주었다. 나도 주말마다 본가에 가면 베란다 문을 열고 실외기 뒤 둥지를 한번 들여다보았다. 시간이 지나고, 새끼들이 태어났다. 새끼 비둘기는 처음 보았는데, 정말 못생긴 외형이었다. 엄마와 나는 강아지가 쟤로 환생한 건가, 근데 우리 집 강아지는 되게 예뻤는데 걔가 환생한 것 치고는 너무 못생기지 않았냐, 좀 더 크면 나아지겠지, 따위의 이야기를 나누었다. 아쉽게도 새끼 비둘기가 좀 더 큰 모습은 볼 수 없었다. 최근 비둘기가 둥지에서 떠났기 때문이었다. 새끼 비둘기들이 날 수 있게 되자 어미가 그들을 데리고 다른 곳으로 간 모양이었다. 엄마는 내가 괜히 베란다 문을 열었다 닫았다 해서 그런가, 하며 자책했다. 난 갈 때가 돼서 간 거지 엄마 때문은 아닐 거야, 라고 대답했다. 둥지는 그대로 있으니 언젠가 오고 싶으면 돌아올 거라고도 덧붙였다. 엄마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직 상실감이 온전히 없어진 것 같지는 않다. 펫로스에 대해서 찾아볼까 며칠 고민해 보았는데 억지로 '이겨내야지', '괜찮아져야지'라고 강박을 가질 것 같아 그만뒀다. 강아지가 심장병 약을 먹기 시작한 2년 전부터 쭉 언젠가 찾아올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덕분에 상실감을 끌어안고 웃고 떠들며 생각보다는 일상을 무사히 보내고 있다. 해서 이렇게 글로도 남길 수 있는 것 같다. 종종 가라앉는 기분이 들 때는 있다. 하지만 이걸 아예 없애버리면 강아지를 떠나보내던 저녁의 기억도 없어질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잊고 싶지 않다.


인간은 결말에 맞춰 과거의 서사를 재구성한다고 한다. 아마 나도 지금 그러고 있는 것 같다. 강아지가 떠나기 전 마지막 주말의 선택도, 엄마의 자책도, 베란다에 찾아온 비둘기도 모두 강아지가 떠났다는 결말 위에서 내가 다시 써 내려가고 있는 이야기들이다. 나는 그 새끼 비둘기가 어디선가 밥도 주워 먹고 사람들 발도 피해 다니고 잘 날아다니고 있을 거라고 믿는다. 너무 뚱뚱해져서 못 나는 일만 없으면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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