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며.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사람과 세상에 관심이 많은 대학생 한별입니다. 국어국문학을 전공하고 있고, 더 나은 사회를 위해 학교 안팎으로 활동하며 살고 있어요. 만나서 반갑습니다. 에디터님과는 고등학생 시절부터 인연을 이어온 친구 사이랍니다.
Part 1. 문학과 한별
문학 작품을 읽을 때 가장 중요하게 보는 건 무엇인가요? (문장, 인물, 이야기, 시대적 배경 등)
소설을 읽을 때는 아무래도 인물이 중요합니다. 제 삶에는 ‘사람’이란 요소가 엄청 중요하게 작동하기에 작품을 읽을 때도 자연스레 인물부터 보게 되는 것 같아요.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 어떤 마음으로 살아가는지를 따라가며 읽는 편입니다.
문학으로부터 위로받은 순간이 있으신가요?
셀 수 없는 밤을 문학과 함께 보냈어요. 최근 “모든 문학에는 질곡이 있다”라는 말을 전공 수업에서 들었습니다. 모든 인생에 질곡이 있듯이 모든 문학에도 저마다의 질곡이 있기에 우리가 그 안에서 위로받을 수 있는 게 아닐까라 생각해요. 제 학창 시절을 위로해 준 최대의 시인은 ‘최승자’ 시인이에요. 시를 만나지 않은 평행 세계의 나를 생각하면 안타까울 만큼, 문학은 언제나 저의 곁이 되어주었답니다!
아트인사이트 독자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작품은?
최은영 작가의 단편집 『아주 희미한 빛으로도』를 추천하고 싶습니다. 그중에서도 「몫」이란 작품을 가장 많이 좋아합니다. 앞선 질문의 답처럼 이 작품 역시 인물에 주목하며 읽었는데요. ‘희영’이란 인물에게 자꾸만 마음이 가더라고요. 작중 희영은 “읽고 쓰는 것만으로 나는 어느 정도 내 몫을 했다, 하고 부채감 털어 버리고 사는 사람들 있잖아. 부정의를 비판하는 것만으로 자신이 정의롭다는 느낌을 얻고 영영 자신이 옳다는 생각만으로 사는 사람들”이 되기 싫었다고 고백합니다. 주변으로부터 필력을 인정받아 오던 희영은 결국 글쓰기를 관두고 기지촌 활동가의 삶을 택하게 되는데요. 희영처럼 자신의 믿음을 말이나 글로만 남겨두지 않고 삶으로 보여주는 사람에게 마음이 가요. 저 역시 그렇게 살고 싶다고 생각해 왔으니까요.
Part 2. 한별과 인권
인권에 관심이 많다고 하셨는데, 관련 활동 경험 중 기억에 남은 것은? 특히 관심 있는 주제도 좋습니다.
정말 좋아하는 활동 중 하나는 바로 행진입니다. 정보라 작가의 『아무튼 데모』에는 다음과 같은 구절이 나옵니다. “동지들을 실제로 보면서 실제로 땅을 딛고 같이 행진하는 것을 좋아한다. 글자 그대로 걸을 때마다 조금 더 좋은 세상에 가까이 갈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된다.” 제가 행진을 좋아하는 이유도 비슷해요. 올해 다녀온 3.8 여성대회에서의 행진이 지금까지도 제게 커다란 용기가 되어주고 있어요. 페미니즘이 금기어가 되어버린 대학에 있다가 현장에 나와 많은 페미니스트를 보니까 엄청난 긍지가 솟아올랐죠.
원래 가장 관심을 가진 의제는 페미니즘이었는데, 요즘은 노동 의제에 더 많은 관심을 쏟고 있습니다. 서로의 노동 없이 살아갈 수 없는 세상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일하다 죽거나 부당한 노동환경을 강요받는 사람들이 많으니까요. 대학생인 저 역시 예비 노동자이기도 하고요. 활동을 하면 할수록 노동 의제에 관심을 기울일 수밖에 없게 됩니다.
‘인권’이라는 말은 중요하지만 때로는 조금 크고 추상적으로 느껴지기도 하는데, 한별 씨에게 인권은 일상에서 어떤 모습으로 존재한다고 생각하시는지.
사실 우리가 인권을 '천부인권'의 개념으로 배워왔기 때문에 추상적이고 거대하게 느끼기 쉬운 것 같아요. 하지만 정말로 모두의 인권이 보장되고 있느냐고 물어보면 그렇지 않잖아요. 노동자가 자신의 권리를 외치기 위해 고공으로 올라가고, 장애인이 지하철에서 끌려 나오는 작금의 현실을 볼 때 ‘아, 누군가에게는 당연한 권리조차 이렇게 싸워야만 쟁취할 수 있구나' 생각합니다. 우리가 지금 당연하다고 여기는 많은 권리 역시 앞선 이들의 저항과 투쟁을 통해 얻어낸 것이고요. 그래서 인권은 태어날 때부터 주어진 추상적인 개념에 머무르지 않아요. 계속해서 요구하고, 지키고 함께 싸워야 하는 사회적 개념이죠.
국문학을 공부하는 것과 인권에 관심을 두는 것이 한별 씨에게는 서로 연결되어 있다고 느껴지시는지. 또, 문학이 다른 사람의 삶을 이해하는 데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네, 저는 너무나도 연결되어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문학을 좋아하게 된 이유도, 인권에 관심을 가지게 된 까닭도 두 영역이 모두 긴밀하게 얽혀 있기 때문인 것 같네요. 문학은 현실에 발 딛고 사는 사람이 쓰기 때문에 어떤 식으로든 사회가 반영될 수밖에 없거든요. 문학이 사회에 순응하기보다 저항과 질문으로 뻗어나갈 때 참 좋습니다.
무엇보다 문학을 통해서는 제가 살아보지 못한 삶을 책을 읽는 동안 몇 번이고 살아볼 수 있죠. 그러한 체험은 분명 다른 사람의 삶을 이해하는 일에 도움을 주지요. 물론 문학을 읽는 것만으로 타인의 삶을 온전히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내가 놓여 있지 않던 곳에 나를 놓이게 만든다는 점에서, 문학은 타인을 이해하려는 마음의 시작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Part 3. 한별과 삶
지금의 한별 씨를 만든 사소한 습관을 꼽자면?
사소한 표현도 꾸준히 하는 게 제 습관인 것 같아요. 좋으면 좋다고, 고마우면 고맙다고 그때그때 말하려 합니다. 말하지 않아도 상대가 나의 진심을 다 알아줄 거라는 건 어찌 보면 환상이죠. 마음은 표현하지 않으면 알 수 없어요. 그래서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제 마음을 아끼지 않고 보여주려고 해요.
인생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는 무엇인가요?
진부한 대답이겠지만 사랑이라고 답하고 싶어요. 사람을 향한 사랑, 세상을 향한 사랑이요. 생각해 보면 제가 문학을 좋아하는 것도, 사회의 여러 문제에 관심을 두는 것도 결국 사랑과 연결되어 있네요. 슬픔도 분노도 전부 사랑으로부터 비롯된 것이고요. 지치지 않고 오래 사랑하고 싶습니다.
어떤 순간에 살아있음에 행복을 느끼시나요?
존재함으로만 얻어지는 것들을 가만히 느낄 때 행복합니다. 요즘은 가을 아침의 찬 공기를 맡을 때가 그렇네요. 또 모두가 각자의 삶을 살아가다가 수많은 사람 중 누군가와 만나 관계를 맺는 일도 신기해요. 원래는 내 삶에 없던 사람들이 어느 순간 깊숙이 들어와 있다는 걸 느낄 때면, 산다는 게 참 신비롭고 귀해요.
Part 4. 한별과 에디터
제 첫인상은 어땠나요?
에디터님도 아실 것 같은데 우리, 서로의 첫인상을 기억 못하지 않나요? 스며들듯이 친해져서 그런 것 같아요. 특별한 계기 없이 어느 순간 서로를 너무 좋아하던 우리가 떠올라요. 그래서 오히려 첫인상보다는 언제부터 이렇게 친해졌지? 하는 생각이 먼저 드네요.
우리가 닮았다고 느끼는 지점 하나, 다른 지점 하나를 꼽는다면?
우선 관심의 분야가 비슷합니다. 예술을 좋아하고 사회문제에도 관심이 많아요. 그래서 한번 만나면 몇 시간이고 떠들 수 있어요. 다른 지점은 ’쿨함‘의 농도네요. 어렸을 때부터 쿨한 사람이 멋있다고 생각했고, 에디터님 역시 제가 멋있어하는 타입의 사람이거든요. 같은 일도 저보다 담백하게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며 닮고 싶다는 생각을 종종 합니다. 그렇다고 그냥 무심한 사람은 아니에요. 에디터님에게는 다정함이 섞인 쿨함이 있어요.
저와의 대화가 한별 씨의 생각이나 글에 영향을 준 적이 있는지.
많습니다. 에디터님이 제 열아홉 생일에 써준 편지를 아직도 가끔 읽어보는데요. “사람을 좋아하고, 지구를 사랑하는 한별아! 네가 좋아하는 사람들, 너를 좋아하는 사람들까지 모두 행복해져서 네가 더 큰 사랑을 살아가면서 꾸준히 오래오래 돌려받을 수 있도록 기도할게. 행복한 열아홉이 시작되길!” 지금 다시 읽어보니 신기하네요. 지금의 저도 여전히 사람을 좋아하고 지구를 사랑하며 살고 있으니까요. 사실 편지를 받고, 에디터님이 바라봐준 제 모습이 참 마음에 들었어요. 그래서 그 문장에 적힌 사람처럼 살아가기 위해 나름대로 노력해 왔습니다.
마무리하며. 자유 발언을 부탁드립니다.
즐겨보던 아트인사이트에 제 인터뷰가 나오다니! 이거 완전 텔레비전에 내가 나왔으면~ 아닌가요?
먼저, 좋은 질문을 준비해 준 에디터님께 고맙습니다. 질문에 답을 해나가며 제가 무엇을 좋아하고 또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하며 살아가는 사람인지 다시 한번 들여다볼 수 있었어요.
인터뷰를 읽는 분들도 각자의 삶에서 사랑하는 것이 무엇인지 떠올려보셨으면 좋겠습니다. 나아가 사랑하는 것을 계속해서 사랑할 수 있도록 움직이는 사람이 된다면 더욱 좋겠고요! 자신이 옳다고 믿는 가치를 지키며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삶은 조금 힘들더라도 아름답거든요! 모두 그런 기쁨을 오래 느끼며 살아갔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