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생 때 전학을 오면서 만나게 된 동글. 그 인연이 7년째 단단하게 이어지고 있다. 오늘은 에디터 이다혜가 아닌, 동글의 이야기를 실어보려고 한다.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문학과 예술을 사랑하는 동글이라고 합니다(SNS 닉네임입니다). 국문학 전공 학생이자 연뮤덕으로, 온갖 예술과 세상일에 관심이 많답니다. 오늘은 에디터 님의 친구로서 인터뷰하게 되었습니다. 반가워요~
Part 1. 문학과 동글
시를 쓰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국문학을 전공한 이후 창작 및 합평 소모임에 들어가 활동하게 되었습니다. 소모임 부원이 되면 창작물을 제출하는 것이 일반적이라, 사실은 뭐라도 써서 내기 위해 시를 쓰게 되었어요. 시를 쓰고 합평할 때, 누군가 제가 쓴 시를 제대로 읽어주는 경험이 짜릿하게 즐거웠어요. 그래서 지금은 처음보다 단단한 마음으로 시를 쓰고 있습니다.
시를 쓰는 자신과 쓰지 않는 자신은 어떻게 다르다고 생각하시나요?
우와! 저의 본질을 찌르는 질문입니다!
저는 제 전공 분야인 문학을 정말 좋아하고 잘하고 싶어요. 이렇게나 마음 바쳐 좋아하는 분야가 유일하고, 대학 입학 후에는 저보다 뛰어난 분들이 많아 보니 점점 ‘못하는’ 제 자신을 견디기 어려워졌어요. 조금씩 자학하다보니 21살 여름방학에는 글을 읽고 쓰기 어려운 슬럼프가 오기도 했었어요.
슬럼프에 허덕이는 동안 극복을 미루기도, 조급해하기도 하면서 깨달은 것은! 저는 문학을 못하는 제 모습도 끌어안아야 한다는 사실입니다~ 문학은 제가 좋아하는 분야이기 때문에 제게 각별한 것이지, 그 자체로 제 목적이 아니니까요! 이렇게 생각하니까 문학을 못하는 상태에 있는 자신도 인정하면서 나아갈 수 있었어요.
이것이 시를 쓰는 자신과 쓰지 않는 자신의 차이에 대해 제가 내린 답입니다! 제가 시를 쓰는 이유를 꼽아보면 (1) 생각과 감정의 기록, (2) 세상에게 하고 싶은 말 정도인데요. 시를 쓰는 전 제 생각을 기록하고, 세상에게 말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하지만 시를 쓰지 않을 때도 자신을 기록하고, 세상에게 하고 싶은 말을 생각하거나 다른 방식으로 말하고 있을 거예요. 저 자신과 제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서요.
문학으로부터 위로 받았다고 느껴진 순간이 있으셨나요?
많은 순간 그랬습니다. 특히 입시를 준비할 때 문학에게서 많은 위로를 받았어요.
국문학을 전공한 후로는 문학 텍스트를 꾸준히 읽을 환경이 되었는데, 입시를 준비하던 때는 문학을 접할 시간이 없어서 정신이 피폐했어요. 그래서 고등학교 3학년 때 자습실에서 자율학습을 하는 척 하면서 전자기기로 시와 단편소설을 종일 읽었습니다. 새로운 작품을 구글링하는 재미도 쏠쏠했습니다. 이때 모은 많은 문학 텍스트를 되새김질하면서 제 삶의 굴곡을 버텨나갔던 것 같네요.
아트인사이트 이용자에게 추천하고 싶은 시
이병률 시인의 <청춘의 기습>을 추천하고 싶어요. 문장과 메시지가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수많은 시들 가운데, 삶의 수많은 곡절을 지나가는 분들께 드리고 싶은 시입니다.
청춘의 기습
그런 적 있을 것입니다
버스에서 누군가 귤 하나를 막 깠을 때
이내 사방이 가득 채워지고 마는
누군가에게라도 벅찬 아침은 있을 것입니다
열자마자 쏟아져서 마치 바닥에 부어놓은 것처럼
마음이라 부를 수 없는 것들이
이해할 수 없는 것들은
이해할 수 없는 것들이어서 버릴 수 없습니다
무언가를 잃었다면
주머니를 가졌기 때문입니다
인생을 계산하는 밤은 고역이에요
인생의 심줄은 몇몇의 추운 새벽으로 단단해집니다
넘어야겠다는 마음은 있습니까
저절로 익어 떨어뜨려야겠다는 질문이 하나쯤은 있습니까
돌아볼 것이 있을 것입니다
자신을 부리로 쪼아서 거침없이 하늘에 내던진 새가
어쩌면 전생의 자신이었습니다
누구나 미래를 빌릴 수는 없지만
과거를 갚을 수는 있을 것입니다
Part 2. 공연과 동글
공연을 볼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요소가 무엇인가요?
대개 (1) 작품의 메시지, (2) 연출, (3) 배우들의 연기 순으로 중요하게 여깁니다. 가리는 것 없이 관극하는 편이지만 극에 대한 평가를 위 요소들을 기준 삼아 하는 것 같아요. 작품의 메시지는, 연출과 연기가 어우러져 관객이 작품의 메시지를 찾아낼 수 있도록 하는지와 그 메시지가 어떤 것인지를 제 나름의 기준을 세워서 생각해보는 편입니다.
하지만... 글을 쓰려고 애쓰는 사람으로서, 웬만한 공연은 제 취향이 아니더라도 많은 분들의 노고를 의식하며 열심히 보려고 합니다. 모든 공연예술 종사자 분들 응원합니다! 앞으로도 많이 소비하겠습니다!
가장 좋아하는 공연과 그 이유는?
2024년 두산아트센터 연강홀에서 초연되었던 <라이카>입니다! 사람을 만나고 헤어지는 일로 힘들 때 큰 위로를 받은 뮤지컬입니다. 제 인생 최고의 극이에요! 이 공연을 처음 보고 한 달 아르바이트비를 고스란히 티켓값으로 쏟아부었답니다.
<라이카>는 우주로 보내진 개 라이카가 죽지 않고 어린 왕자가 살고 있는 행성, B612로 가서 벌어지는 일을 담은 뮤지컬입니다. 이별해서 상처받은 경험이 있는 존재들이 새로운 인연을 만나고, 삶을 살아가기 위해 용기내어 선택하는 과정이 아름다운 연출과 연기로 펼쳐집니다. 삶이 우연히도 아프고 아름답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는 뮤지컬이라고 생각해요. 제가 삶을 바라보는 관점과 닮아있으면서도 다시 볼 때마다 새로운 깨달음과 행복을 주는 극이라 정말 좋아합니다.
공연이 인생에 준 영향은?
공연은 제 도파민이자 휴식처입니다! 즐겁기 위해서, 위로받기 위해서 공연을 보다 보니 공연을 공부하고 싶어졌어요. 제가 공연예술 종사자가 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되지 않더라도 공연은 저라는 사람을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로 있을 겁니다.
Part 3. 동글의 인생
지금의 도연 씨를 만든 사소한 습관을 꼽자면?
새로운 것을 시도할 때 질러버리는 습관이 있습니다. 새로운 것을 배우고 싶을 때 좀 생각하다가 일단 학원 등록해버린다거나, 잘할 수 있을까 고민되는 대외활동에 일단 지원해보는 식입니다. 일단 일을 시작하면 열심히 하는 편이라서 이 습관이 제 능력과 취향을 많이 개발시켜주었어요. 그래서 좋아하는 것이 많은 사람으로 민첩하게 살고 있습니다.
인생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는 무엇인가요?
행복과 선택입니다. 제 행복은 저를 위해 중요합니다. 그리고 제 행복과 제가 사랑하는 사람, 사회의 선을 위해 올바른 선택이 중요합니다. 제가 생각하는 유토피아는 사회적 논의가 일상적인 사회에서, 발생하는 논의에 모든 사람이 참여해 공동선을 구축해나가는 사회입니다.
삶에 놓여진 수만 갈래 선택의 갈림길에서 저와 사회를 위해 옳은 선택을 하고 싶습니다.
어떤 순간에 살아있음에 행복을 느끼시나요?
못할 줄 알았거나 예상치 못한 일을 해냈을 때 행복을 느낍니다. 안되던 운동 동작에 성공했을 때, 어떤 음식을 먹고 느껴보지 못한 새로운 맛을 느꼈을 때, 능력이 부족해 예전에 쓰지 못했던 글을 썼을 때 등이요.
특히, 과거에 풀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던 인연과 대화해서 이해하게 되었을 때 삶이 아름답고 행복한 것임을 다시 믿게 됩니다.
Part 4. 동글과 에디터
제 첫인상은 어땠나요?
저와 에디터 님은 열여섯 때 처음 만났어요. 전학생이었던 에디터 님이 제 친구와 친해져서 처음 인사하게 되었고, 둘이 이야기할 기회가 잘 없다가 같은 부활동 수업에서 더 친해진 것 같아요. 에디터 님은 기억 못하실 것 같은데, 부활동 수업에서 따로 앉아 있다가 에디터 님이 저를 불러주신 장면이 전 오래 기억났어요. 작고 동그란 아이가 “도연아~ 이리 와~”라고 해주었는데, 참 동그랗고... 다정하다고 생각했던 기억이 납니다.
우리가 닮았다고 느끼는 지점 하나, 다른 지점 하나를 꼽는다면?
즐겁다고 느끼는 지점이 비슷해서 놀 때 수준이 비슷한 것 같아요. 그리고 둘 다 예술을 즐기고, 사회의 선에 대해 생각하고 참여한다는 점이 닮았네요. 먹는 것을 좋아한다는 점도 닮아서 자주 같이 놀고 먹습니다. 최고!
에디터 님의 체력이 더 좋은 것 같아요. 좋아하는 일에 몸과 마음을 갈아넣으며 몰두할 수 있는 능력 정말 부럽습니다. 그리고 에디터 님이 압도적으로 옷을 잘 입습니다. 이 틈을 타 얘기해보자면, 에디터 님 정말 단단하고 다정한 사람입니다. 곁에 있을 수 있어서 좋아요~
저와의 대화가 도연 씨의 생각이나 글에 영향을 준 적이 있는지
에디터 님과의 대화가 제가 연뮤에 처음 발을 들여놓게 한 계기였습니다! 중학생 때, 에디터 님이 <어쩌면 해피엔딩>을 보고 오셔서 신나서 수다를 떨었던 적이 있습니다. 당시 저는 컴맹에 길치라 제가 살던 동네를 잘 벗어나지를 않았었는데... 연극을 예매하고, 보고 올 줄 아는 에디터 님이 멋져 보여서 저도 직접 극을 예매해서 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답니다! 그리고 처음으로 뮤지컬을 본 후 단단히 빠져 지금까지 뮤덕이 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에디터 님이 읽고 추천해주는 책이 제게도 소중한 책이 되는 경험도 많았습니다. 아멜리 노통브의 <너의 심장을 쳐라>가 대표적이에요. 에디터 님 따라 읽었는데 누군가 가장 좋아하는 소설을 물어볼 때 떠오르는 책들 중 하나가 되었습니다. 생각해보니까 십대 때 에디터 님의 단단하고 싱그러운 취향을 옆에서 주워들은 경험이 제 자아의 일부를 차지하고 있는 것 같네요.
Part 5. 엔딩
요즘 가장 자주 떠올리는 문장은?
분명히 실패작이 될 것이다. 사실 내가 쓴 모든 작품들은 하나같이 다 실패작이다. 그렇지만 나는 내가 어떤 작품을 쓰고 싶어 하는지를 매우 잘 알고 있다.
조지 오웰의 문장입니다. 좋아하는 아티스트가 SNS에 언급해서 알게 된 문장인데 마음에 내내 걸리더라고요. 제가 어떤 작품을 쓰고 싶어 하는지를 알기 위해 더 많이 울고 웃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만약 시 한 편으로 인생을 요약해야 한다면, 제목은?
<연>으로 짓고 싶습니다. 제 삶은 우연, 실연, 인연이 얽히고 풀어진 흔적과 비슷한 것 같아요. 또 ‘연’은 제 이름 중 한 글자이기도 해서, <연>이라는 제목의 시를 한 편 쓰겠습니다.
자유 발언을 부탁드립니다.
아트인사이트에 제 말을 실을 수 있다니 영광입니다. 단단하고 다정한 질문을 해준 내 친구, 에디터 다혜에게도 많이 고맙습니다. 이 글을 보신 여러분 모두 운수 대통하실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