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소영 작가님의 <어떤 어른>을 읽다가 재미있는 페이지를 만났다. 자신의 삶을 시간 순으로 적어 내려가는 부분이었다.
김소영(8세) : 초등학교 입학 #사회생활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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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영(48세) : 독서교실 선생님 겸 작가가 됨 #오늘
김소영( ) :
나도 따라 적어본다.
8세 : 초등학교 #입학
18세 : 입시 시작 #작곡
28세 : 대학원 졸업 #영상음악
38세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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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칸들이 맞고 틀리고는 중요하지 않다. 미래를 예측하기 위한 기록이라기보다, 시간의 흐름 속에 있는 나를 상상해 보는 일이니 말이다.
한 줄 한 줄 적다 보면 10년이라는 시간이 얼마나 많은 변화를 품을 수 있는지 새삼 실감하게 된다. 그렇게 쌓인 10년들이 결국 한 사람의 인생이 된다. 긴 시간이 한 페이지 안에 담긴 모습을 바라보고 있으면, 인생이라는 것이 생각보다 덧없게 느껴진다.
그런 생각 끝에 마주한 영화는 <바이센테니얼 맨(Bicentennial Man)>이었다.

영화 <바이센테니얼 맨>은 제목 그대로 200년을 살아가는 한 존재의 이야기다.
1999년 크리스 콜롬버스 감독이 연출하고 로빈 윌리엄스가 주연을 맡은 <바이센테니얼 맨>은 아이작 아시모프의 소설 <이백 살을 맞은 사나이>를 원작으로 한다. 개봉 당시에는 큰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AI가 인간의 삶 가까이에 자리 잡은 지금 다시 바라보면 이전과는 다른 의미로 다가오는 작품이다.
이야기는 뉴저지의 한 가정에서 시작된다. 가족을 위해 최신형 가사로봇 NDR - 114를 선물하면서 앤드류는 한 집안의 일원이 된다. 설거지, 청소, 요리, 정원 손질까지 완벽하게 해내는 로봇이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기계답지 않은 질문과 호기심을 보이며 단순한 가전제품 이상의 존재감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작은 오류에서 시작된 지능과 자아는 앤드류가 자신의 존재를 찾아가는 긴 여정의 출발점이 된다.

200년은 한 사람의 생애를 몇 번이고 반복할 만큼 긴 시간이다. 그렇다면 그 시간 동안 그는 무엇을 배우고, 무엇을 잃으며, 끝내 어떤 존재가 되어갈까.
주인공 앤드류는 점점 인간을 닮아간다. 감정을 배우고, 사랑을 하고,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며 수많은 만남과 이별을 겪는다. 하지만 앤드류가 인간이 되어가는 것은 단순히 새로운 능력을 얻는 일이 아니다. 누군가와 관계를 맺고, 사랑과 상실을 경험하며 자신만의 시간을 살아가는 과정이다.
영화를 보다보면 어느 순간 앤드류는 더 이상 로봇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인간처럼 생겼기 때문이 아니라 인간처럼 시간을 살아냈기 때문이다.

기쁨과 슬픔을 겪고, 기다림과 선택을 반복하며 살아온 시간이 쌓일수록 그는 점점 한 사람의 인생을 살아가는 존재가 된다.
이 영화를 보는 동안 <허(Her)>와 <애프터 양(After yang)>이 떠올랐다. 세 작품 모두 AI를 이야기하지만, 끝내 바라보는 것은 인간이다. AI라는 존재를 통해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것은 무엇인가 생각하게 한다.
사랑을 할 수 있다는 것, 누군가를 기억한다는 것, 유한한 시간 속에서 울고 웃으며 함께 살아간다는 것.

어쩌면 인간다움은 뛰어난 지능이나 완벽한 몸이 아니라, 유한한 시간 속에서 자신만의 의미를 찾아가는 과정인지도 모르겠다.
200년을 살아간 로봇의 이야기는 오히려 내게 유한한 시간을 살아가는 인간의 삶이 얼마나 소중한지 일깨운다. 동시에 이 시간조차 결국 지나가 버린다는 현실을 보여준다. 긴 시간을 살아가는 존재를 통해 비로소 끝이 있는 삶의 가치를 돌아보게 되었으니 말이다.
영화를 보고 난 뒤 다시 빈칸를 바라본다.
(38세) :
(48세) :
(58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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