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여름은 참 쉽지 않다. 항상 불쾌지수, 최고온도, 살인적인 더위 어쩌구저쩌구하며 지내온 여름이지만 이번 여름은 특히나 쉽지가 않다. 자의적이든(식재료가 없거나) 타의든(출근해야 하거나) 밖으로 나가야만 하는 일이 생겨 큰맘 먹고 집을 나서면, 정말이지, 열 걸음도 채 되지 않아 머리가 무거워져 자연스럽게 어깨가 말리고, 눈꺼풀이 무거워져 눈이 반쯤 감기고, 발걸음이 무거워져 신발을 자꾸만 끌게 된다. 불쌍한 신발. 예민하지 않은 날에는 그래도 최대한 신발을 혹사하지 않으며 걸으려고 노력하지만, 만약 예민한 날이다? 짝 좀 찾아보겠다고 맴맴 울어대는 매미 소리까지 거슬려서 신발도 끌고 인상도 쓰고 위아래로 난리다.
이런 의미 없는, 텍스트로만 봐도 "왜저래" 싶은 신경질을 받아주는 딱 하나의 존재가 있다.
그건 바로 음악이다. 음악은 기쁨, 슬픔, 짜증, 신경질 그 무엇도 아무렇지 않게 받아준다. 그 모든 감정과 융화하며 어떤 날에는 감정을 집어삼키고, 어떤 날에는 감정을 극대화하고, 또 어떤 날에는 감정을 아무렇지 않은 것으로 만들어준다.
나는 요즘 매일매일 잠들기 전 하는 생각이 있다. 내일 상쾌하게, 무사히, 늦지 않게 잘 일어나고 싶다는 것.
내가 바라는 건 잘 일어나는 것밖에 없어
[Paramore: Hard Times]
'All that i want is to wake up fine'이라는 가사로 시작하는 이 노래는 우울증과 힘든 상황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런데, 가사를 모르는 상태로 뮤직비디오를 보면 우울증을 소재로 한 노래임을 알아차리기는 쉽지 않다. 보컬리스트 Hayley Williams의 익살스러운 표정과 활동적인 액팅, 만화같은 구름과 날아다니는 우주선, 밴드 멤버들과 악기를 감싸는 CG는 그들을 개구장이같이 보이게 만든다. 긍정적이고 경쾌한 리듬에 우울한 가사를 가진 이 독특한 노래는 팬들에게 'Depression Funk'로 불리기도 한다.
침대 밖으로 몸을 꺼내는 게 힘들 때 이 노래를 틀면, '이 모든 게 의미가 있나' 생각을 하다가도 기합과 함께 벌떡 일어나게 된다. 특히, 후렴구에서 반복되는 "Hard Times"라는 가사를 따라부르며 오늘 하루를 살아가기 위한 준비를 하다보면 어느새 머릿속은 부정적인 생각 대신 'Hard Times'의 경쾌한 흐름으로 가득 차버린다. 의도하지 않아도 그렇게 된다. 아마 이 노래가 내 감정과 융화하여 그 모든 부정을 집어삼켜준 것 아닐까.
[Paramore: Still Into You]
두 번째 여름나기 노래는 패러모어가 기존에 추구하던 EMO 코어에서 한층 밝아진 팝록 사운드의 변신을 알린 대표적인 곡이다. Hard Times에서도 그러하지만 Still Into You는 러브송답게 더욱 청량한 보컬의 헤일리, 머리를 흔들 수밖에 없는 리듬의 흐름을 보여준다. 이 노래는 라이브를 할 때 몸을 주체하지 못하고 무대 위를 방방 뛰어다니는 헤일리의 모습을 보는 것이 특히 매력이다.
정열적인 붉은 머리와 눈을 검게 칠한 헤일리가 시원하게 노래부르며 무대 위를 활보하는 모습은 관객으로 하여금 절로 웃음이 나오게 만든다. 보는 이가 공연을 온몸으로 감각하게 만들어주는 패러모어의 라이브를 보고 가는 걸 추천한다. 역대급으로 꼽히는 'All I Wanated' 라이브도 함께 말이다.
[Paramore: All I Wanted]
난 달을 바라보며 감정이 요동치도록 내버려뒀어
이번 노래는 여름밤에 드는 모든 내 감정을 담아주고 있는 인디 팝 혼성 듀오 Cafune(카푸네)의 'Tek it'이다.
[Cafune: Tek it]
I watch the moon, Let it run my mood
달을 바라보면서 내 감정이 요동치도록 내버려뒀어
Can't stop thinking of you
네 생각을 멈출 수가 없어
I watch you (And I watch as things play out like)
너를 바라봐 (그리고 일이 이렇게 흘러가는 걸 지켜보지)
So long, nice to know you
안녕, 만나서 반가웠어
I'll be moving on
이젠 너를 놓아주려고
이 노래는 끝나가는 두 사람의 관계에 대해 이야기한다. 상대를 이해할 수 없다는 말과 실망이 담긴 가사는 결국 관계가 끝났음을 받아들이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분명 밝은 하이틴같이 흘러가던 음정은 후렴으로 와닿자 "I watch the moon, Let it run my mood"라는 오묘한 가사와 멜로디로 전개된다. 이 노래를 들을 때의 내 감정은 종잡을 수가 없다. 기분이 좋아지는 건 맞지만, 노래가 감정에 융화되어 슬픈 감정이 극대화되기도 하고, 노래가 감정을 집어삼켜 내 감정을 아무렇지 않은 것으로 만들어주기도 한다.
하나 확실한 것은 이 노래가 날 스쳐갔던 사람들은 무엇을 하고 지내는지, 10년 뒤 나는 무엇을 하고 있을지, 내일 점심밥은 무엇을 먹을지 등 별별 생각이 다 드는 여름밤을 담아준다는 것이다.
이 글을 읽는 사람들의 감정을 담아주는 노래는 무엇일지 궁금해지는 저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