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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inion] 아홉, 불완전의 시간 [영화]

무심코 그러나 분명히

by 최승윤 에디터
2026.10.03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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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지원 감독의 영화 「터치, 툭」은 운전면허학원에서 일하는 재은과 그곳의 수강생 동혁의 이야기다. 제 27회 전주국제영화제 한국단편경쟁 대상을 수상했다.


      운전면허학원에서 일하는 재은은 수업이 진행되는 방 안을 들여다본다. 재은의 시선은 교복을 입은 남자아이의 뒤통수를 향한다. 수업이 끝날 때쯤 재은은 문 앞에서 행주를 들고 기다린다. 행주는 그 아이와 얼굴을 마주하기 위한 명분이 되어준다. 그의 이름은 동혁이다.

       

      동혁은 재은에게 빌렸던 수업책을 반납한다. 책의 안에는 ‘소희’라는 이름이 여럿 적혀있다. 동혁과 소희의 관계는 끝났지만 동혁의 마음은 여전히 소희에게 가 있다. 동혁은 다시 한 번 더 책을 빌리고 늦은 밤 재은은 동혁에게 운전 연수를 시켜준다.

       

      동혁과 대화할 때 재은의 어미는 끝이 위로 올라간다. 누군가를 좋아하는 마음을 품었을 때 그를 의식해서 달라지는 말투다. 재은은 동혁에게 마음이 있다.

       

      동혁과 재은은 하천을 바라보며 대화를 나눈다. 재은의 시선은 멀지 않은 곳에서 다리를 건너는 여고생 네 명에게로 향한다. 교복을 입고 친구들과 떠들며 하교하는 아이들, 그러나 학교를 가지 않는 재은. 재은의 마음속에는 켜켜히 무언가 쌓이고 있다. 동혁은 11월 11일이 무슨 날인지 묻는다. 재은은 빼빼로데이라고 답하지만 동혁은 농업인의 날이라고 장난스레 답한다. 다른 의미가 없어보이는 평범한 대화 속에서도 그들의 마음은 서로를 바라고 있지 않다는 것이 느껴진다. 11월 11일을 사랑을 확인시켜주는 기념일이라고 답하는 재은, 그러나 그 흐름을 이어가지 않는 동혁의 대답을 통해 이들의 마음을 암시적으로 느낄 수 있다.

       

      빼빼로를 먹으며 이들은 대화를 한다. 재은은 동혁에게 소희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며 그의 사진을 보여달라 말한다. 자신이 좋아하는 동혁이 좋아하는 사람이 궁금하다. 동혁은 재은과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사실상 그의 말은 소희에 대한 이야기로 이어진다. '소희는 스트레스가 심하다, 그럴 때마다 불닭볶음면을 여러 개 먹는다.' 재은은 그 말에 ‘여자애들은 대부분 그렇다’고 답한다. 재은은 자신이 느낀 현실 그대로를 말한 것이기도 하지만 그 전부터 재은 안에서 끓고 있던 마음이 조금은 표면적으로 드러난 순간이기도 하다. 질투다. 동혁은 소희가 피겨를 했고 운동하는 아이들은 식단에 집착이 심하다고 말한다. 그렇게 말하는 동혁은 야구공을 들고 위아래로 야구복을 입고 있다. 마치 재은은 이해할 수 없는 그들만의 세계가 있다는 듯이.

       

      재은과 동혁은 운전연습을 위해 마련된 도로 위에서 자전거를 타고 달린다. 그곳을 돌면서 이들은 자유로워 보인다. 운전 시험에 떨어진 적이 있고 이곳에서 자동차로는 자유롭게 달릴 수 없었던 동혁도 자전거 위에서는 바람을 가르며 바퀴를 굴린다.

       

      두 사람은 하나의 우산을 나눠쓰며 한 손으로는 자전거를 끌고 집으로 간다. 동혁이 전화를 받기 위해 멈춰선다. 통화의 상대는 소희인 것 같다. 재은은 그것을 눈치채자 자전거를 끌고 우산 바깥으로 멀어진다. 먼저 가버린다.

       

      재은은 학교에 간다. 교실에 남아서 친구들과 불닭볶음면을 먹고 있는 소희와 눈이 마주친다. 두 사람은 어쩐지 아는 사이처럼 보인다.

       

      동혁은 필기시험에 합격한다. 그는 재은에게 하이파이브를 하기 위해 손을 들어보이지만 재은은 그를 안는다. (두 사람의 카톡내용이 보인다. 그들의 이름이 드러난다. 직원과 학생으로 칭해지던 이들은 이제 재은과 동혁으로 칭해진다.)

       

      재은은 단체 상담을 간다. 네 명의 아이가 앉아 있고 그곳에는 소희도 있다. 이들은 자신에게, 혹은 누군가에게 쓴 편지를 자신이 아니라 다른 이가 읽어주는 활동을 한다. 상담선생님은 남의 편지를 읽으면서 다른 이들을 이해할 수 있게 된다고 말한다. 재은은 편지를 읽는다. 소희가 동혁에게 쓴 편지다. 관객은 재은의 목소리로 소희의 편지를 들으며, 동혁이 운전하는 도로주행차를 뒤따라가는 재은의 시야를 본다. 그 블랙박스 화면 안을 들여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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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국 미완의 마음으로 많은 것이 남는다. 이들은 열아홉 살이다. 아홉이라는 숫자가 주는 불완전성이 있다. 무언가를 배울 때 자신의 안에서 느끼는 흔들림, 그 미숙함을 계속 마주하게 된다. 운전면허라는 소재도 흥미롭다. 일반적으로 성인이 되었을 때 떠올릴 수 있는 이미지 중 하나이지만 만 나이로 계산해보았을 때 고등학교 3학년이면 면허를 딸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따라서 이들은 열아홉이지만 누군가는 학교를 그만두고 학원에서 일을 하고, 야구를 한다. 그 경계의 공간, 철저히 학교 바깥에서 일어나는 상황을 보여준다.

       

      재은은 동혁을 좋아하지만 뜻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상황들이 연속된다. 그 안에서 많은 마음들이 쌓인다. 타인을 이해할 수 있는 방법으로 선택된 편지 읽기를 통해 재은은 소희의 편지를 읽게 된다. 동혁과의 대화 속에서 이해할 수 없었던 소희라는 존재를, 재연은 과연 이해할 수 있게 되었을까. 편지를 읽기 전 재은은 창문을 연다. 창문에는 빗방울이 맺혀져 있다. 비 오는 날씨는 어쩐지 동혁과 함께 자전거를 끌고 동네를 걷던 그 날로 재은을 데려다놓는다.

       

      영화의 초입에서 재은은 학원 책상에 엎드려 졸다가 일어나고, 그 장면은 바로 뒤이어 학원 사무실에 엎드려 있다가 일어서는 재은의 모습으로 겹쳐진다. 그리고 고개를 숙였던 재은이 다시 머리를 들게 되는 장면은 이야기의 가장 마지막, 운전대 위에서다. 여전히 앞에는 동혁이 운전하는 연수용 노란색 자동차가 있다. 재은은 동혁을 좋아하지만 그 때의 마음과 운전대를 쥐고있는 순간의 마음은 분명히 다르다.

       

      상담 장면 속에서 다른 친구가 이야기를 할 때 소희는 거울을 보며 자신의 머리를 만진다. 그리고 불닭볶음면을 먹을 때 소희의 주위 친구들도 많이 먹는 모습이 보인다. 그다지 대수롭게 여겨질 법한 일이 아닌 것들도 대수로워지게 되는 것은 동혁이 소희를 좋아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아무것도 아닐 수 있는 하루들에 자꾸 마음이 들끓는 것은 재은 역시 누군가를 좋아하기에 그렇다.


      이들이 있는 곳은 수학학원이나 영어학원이 아닌 운전면허학원이다. 지금껏 해왔던 공부와는 전혀 다른 또 다른 세상이 펼쳐지는 곳이다. 낯설고 처음 해보는 일투성이다.

       

      영화에서 이들의 사정을 알 수 있는 단서는 찾기 어렵다. 재은이 학교를 왜 그만두었는지, 동혁은 왜 운전을 배우려고 하는지, 소희가 동혁에게 보여주겠다고 한 그 마음은 무엇이었는지 말이다. 따라서 이들이 어떤 일을 하고 어떤 상황을 마주하게 될지에 대해 생각하기보다는 그들 안에 쌓인 마음에 집중하게 된다. 열아홉, 아직은 감정을 다루고 숨기는 데 익숙하지 않은 나이. 자신의 마음에 따라 충동적으로 행동하기도 하고, 자신의 마음대로 이루어질 수 없다는 사실을 마주하게 되면서 벽들을 만나게 되는 시간.

       

      제목처럼 이들은 터치, 닿았을까. 직접 만지고 주무르고 때리는 것이 아닌 툭, 닿았는지조차 의심되는 조심스러운 순간의 조각을 영화는 담아냈다. 터치는 악수와는 다르다. 일방적으로 닿을 수 있는 것, 그리고 붙잡기에는 상대가 나에게 가지는 마음을 확신할 수 없는 것. 그것이 닿는 것이다. 그러나 또 다른 한편으로는, 함께 눈을 보고 이야기를 나누지만 닿지 않고 닿을 수 없는 감정 역시 터치의 의미로 생각해볼 여지가 있다.

       

      무언가를 처음 배우게 되었을 때 기존의 나는 그 익숙했던 곳에 남겨두고, 다시 바보가 되고 실수를 쏟아낸다. 마음대로 되는 것이 하나도 없다. 영화는 그 아홉의 시간을 보여준다. 재은이 운전대를 잡고 ‘교육중’인 노란 차를 바라보듯이, 그 교육중이 동혁에게 붙은 딱지이지만 재은을 향하고 있지 않은지 생각해보게 된다. 앞 차가 출발하지 않는 이상 재은은 출발할 수 없다. 신호 앞에 갇힌 마음에 대하여, 끝을 알 수 없는 대기에 대하여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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