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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inion] 도마뱀 꼬리도 리필 되나요? [동물]

아쉽게도 우리 도마뱀 꼬리는 리필이 안됩니다.

by 김주하 에디터
2026.10.01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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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이름은 김오곡


       

      우리 집에는 크레스티드 게코 도마뱀 한 마리가 산다.

       

      이름은 김오곡.

       

      다섯가지 곡물이 섞인 것 같은 색깔을 보유하고 있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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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콩알만한 시절, 처음 데려온 날의 김오곡

       

       

      작고 동그란 몸에 커다란 눈, 그리고 눈 위로 삐죽삐죽 올라온 속눈썹 같은 돌기까지. 처음 만난 크레스티드 게코는 무섭다기 보다 그냥 귀여웠다. 그래서 아마 별 고민 없이 ‘키워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그렇게 우리 집에 오곡이가 살기 시작했다.

       

      가까이서 키워보니 귀여운 것만큼 신기한 것도 많았다. 그래서 오늘은 2년차 마뱀 집사인 내가 우리 애 관찰일기를 써보기로 한다.

       

       


      오곡이 의외의 사실



      (1-1) 자라나라 꼬리꼬리?

       

      가장 처음 알게 된 사실은 크레스티드 게코의 꼬리는 다시 자라지 않는다는 것이다. 다른 도마뱀들은 꼬리를 잃어도 다시 자라는 경우가 많은데, 크레스티드 게코는 한 번 떨어진 꼬리가 다시 자라지 않는다. 꼬리를 잃게 되도 생명에 지장은 없지만 나무를 타고 이동할 때 몸을 지탱하고 균형을 잡는 데 도움을 주는 역할을 한다. 그래서 오곡이의 꼬리를 볼 때면 귀여워서 가끔 만지지만 잡아당기기는 절대, 절대, 금지이다.

       

       

      (1-2) 속눈썹 킹왕짱

       

      그리고 이 도마뱀은 이름부터 ‘크레스티드’인 이유가 있다. 눈 위에 난 돌기가 속눈썹처럼 보여서 ‘속눈썹 도마뱀’이라고도 불린다. 그리고 크레스티드 게코는 눈꺼풀이 없어서 눈을 감지 못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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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신 투명한 막으로 눈이 보호되고, 혀를 이용해 눈을 닦고 수분을 유지한다. 처음에는 이것 때문에 오곡이가 하루 종일 깨어 있는 줄 알았다. 하지만 같이 살다 보니 나름대로 오곡이가 자고 있는지 확인하는 방법도 생겼다.

       

      눈 위의 속눈썹을 보면 된다. 속눈썹이 아래로 축 처져 있으면 자는 중이고, 반짝반짝 살아 있으면 깨어 있는 것이다. 도마뱀 한 마리와 살다 보니 소소하게 관찰하며 느긋함을 즐기는 여유도 생겼다.

       

       

      (1-3) 탈피하는데 (여기)도 탈피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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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크레스티드 게코는 자라면서 주기적으로 허물을 벗는데, 신기하게도 눈알 또한 아주 얇은 허물이 생긴다.

       

      어느 날 우연히, 그대로 벗겨진 허물 마스크를 발견하고 진짜 눈 모양 그대로 생겨 있어서 너무 신기했다. 도마뱀을 키우면서 별걸 다 본다. 그러곤 벗은 탈피 껍질을 섭취하는데 그 이유는 총 세 가지가 있다.

       

      첫 번째 탈피 껍질에는 비타민과 미네랄 등의 영양분이 들어있다. 두 번째는 천적에게서의 흔적을 없애기 위함, 세 번째는 세균이 번식할 가능성이 있어 위생으로 인해 섭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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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간간히 운이 좋다면 오곡이가 미처 먹지 못한 아주 귀여운 장갑(?)을 얻을 수 있다.

       

       

      (1-4) 얼음땡

       

      이 친구는 몇 시간이고 같은 자세로 멈춰있을 수 있다. 가끔 보면 진짜 시간이 멈춘 것 같다.

       

      꼼짝도 안 하고 있는 걸 보면 도를 닦는 도뱀인게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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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냥 하염없이 멀뚱멀뚱...

       

       


      오곡이 사건파일



      탈피사건

       

      한 번은 탈피가 제대로 되지 않은 적이 있다. 발가락부터 몸통, 꼬리 끝까지 곳곳에 허물이 계속 남아 있었고, 탈피껍질 자체도 얇고 약해서 평소와 확연히 달라 보였다. 혹시 문제가 있는 건가 싶어 이것저것 찾아봤지만 나와 비슷한 상황에 대한 정보는 거의 없어서 한동안 꽤 애를 먹었다.

       

      혹시나 해서 오곡이가 지내는 곳을 햇빛이 직접 닿지 않는 곳으로 옮겨줬고, 다행히 그 다음부터 탈피껍질이 점점 튼튼해지더니 몇 번의 탈피를 거치면서 다시 정상적으로 돌아왔다. 그 일을 겪고 나서는 탈피할 때마다 더 자세히 확인한다. 특히 발가락이나 꼬리 끝에 허물이 남은 채로 방치하면 혈액순환을 방해해 괴사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해서, 탈피가 끝난 뒤에는 꼭 한 번씩 확인해준다.

       

       

      상처생긴 오곡이

       

      그리고 오곡이는 생각보다 점프를 잘 하고, 많이한다. 문제는 점프 방향을 잘 못 잡을 때가 있다는 것이다. 계속 뛰다가 유리창에 그대로 부딪혀서 코에 상처가 난 적이 있다. 그래서 까진 부분에 약을 발라준 적이 있는데, 항상 까져서 항상 코등만 색이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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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고 또 웃긴 건 그렇게 사고를 쳐놓고 아무렇지도 않게 돌아다닌다는 것이다.


      도마뱀 하나 키우면서 별걸 다 공부한다.

       

      야생에선 도대체 어떻게 살아남는 거람?

       

       

       

      오곡이 사육 일기



      사실 크레스티드 게코를 키우는 데 엄청난 일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그래서 초보자가 키우기 좋은 반려 파충류로도 많이 알려져 있다. 하지만 ‘키우기 쉽다’는 말이 ‘아무렇게나 키워도 된다’는 뜻은 아니다.

       

      온도랑 습도를 맞춰줘야 하고 물도 잘 챙겨줘야 한다. 특히 습도가 너무 낮으면 탈피할 때 문제가 생길 수 있어서 신경을 쓰게 된다.

       

      수분이 부족할 때는 꼬리가 평소보다 구불거리는 모습이 보이기도 한다. 그래서 오곡이 꼬리가 이상하게 구불거리고 있으면 물은 잘 먹었는지, 습도는 괜찮은지 확인한다.

       

      먹이도 챙겨야 한다. 사료는 슈퍼푸드를 먹이며, 2일에 1번 섭취한다. 먹는 양은 얼만큼이고, 언제 배부른지 알 수 있는지 궁금증이 생기는데 이것 또한 도마뱀마다 다르다. 배부르면 고개를 휙 돌리며 안 먹는 제스처를 취하는 마뱀이 있는가 하면, 우리 오곡이는 입에 묻은 슈퍼푸드를 바닥이나 다른 곳에 묻혀 닦아버린다. 깔끔쟁이 김오곡.


      이 외에 귀뚜라미를 특식으로 섭취하기도 하며, 필요한 영양소가 부족하지 않도록 칼슘이나 비타민도 신경 써야 한다. 칼슘이 부족하면 뼈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어서 생각보다 중요한 부분이다.

       

       


      오곡이와 동거의 장단점



      가장 큰 장점은 역시 귀엽다는 것이다.

       

      우리 마뱀 오곡이는 정말 잘 생겼다. 저 나뭇잎을 꼬옥 쥐고 있는 손 조차 너무 귀엽다. 도마뱀 손이 이렇게 귀여워도 되는 건가 싶다.

       

      가만히 벽에 붙어서 멍하니 있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나도 같이 멍해진다. 이른바 ‘도멍’, 도마뱀 멍때리기다. 특별히 뭘 하는 것도 없는데 그냥 보고 있게 된다. 밤이 되면 갑자기 활발해져서 여기저기 뛰어다니고, 낮에는 눈썹을 내리고 좁은 틈에 꾸겨져 편안한(?) 잠을 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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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고 가끔 심심하면 묘기도 부려준다.

       

      얼마나 심심한건지 감도 안 올 정도로, 천장에 매달려 거꾸로 걸어다닌다.


      도마뱀은 생각보다 키우는 난이도가 높지 않다는 것도 장점이다. 매일 산책을 시킬 필요도 없고, 집 안을 돌아다니며 사고를 치지도 않는다. 혼자 자취하는 집에서 가끔 움직이는 소리에 귀 기울이게 되고, 그 안에 작은 생명이 하나 살고 있다는 사실이 꽤 든든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물론 단점도 있다.

       

      가장 큰 단점은 역시 안고 잘 수 없다는 것이다.

       

      강아지나 고양이처럼 품에 안고 쓰다듬다가 같이 잠드는 상상을 했다면 크레스티드 게코는 조금 다르다. 온도에 민감하며, 도마뱀은 체온이 차갑기 때문에 귀엽다고 계속 만지고 있을 수도 없다. 오곡이는 내 품에 포근하게 안겨 있는 대신 손 위를 돌아다니다가 갑자기 점프한다. 그래서 핸들링을 할 때도 오래 붙잡기보다는 오곡이가 스트레스받지 않도록 짧게 끝내는 편이 좋다. 특히 점프할 수 있기 때문에 다칠 위험이 없는 환경에서 조심스럽게 다뤄야 한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가장 어려운 것은 귀뚜라미다.

       

      귀여운 오곡이를 위해 살아 있는 귀뚜라미를 준비해야 한다는 것이 너무 어렵고 무섭다. 오곡이는 정말 잘 먹었지만, 나란 마뱀집사... 부담감 x 999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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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진 주의하세요 ※

       

       

      그래 너가 그렇게 맛있다면... 내가 한 번 더 도전해볼게.


      마뱀집사의 마음은 복잡해져만 간다.

       

      *


      처음에는 그저 귀여워서 데려왔다. 하지만 함께 살다 보니 귀여움 뒤에 알아야 할 것들이 꽤 많다는 것을 알게 됐다.

       

      꼬리가 다시 자라지 않는다는 것, 눈을 감지 않고 잔다는 것, 밤이 되면 갑자기 뛰어다닌다는 것, 탈피를 제대로 하지 못하면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것. 그리고 내가 매일 확인하는 작은 변화 하나하나가 오곡이에게는 꽤 중요한 신호일 수 있다는 것.

       

      콩알만했던 오곡이는 벌써 머리도 크고, 꼬리도 두꺼운 멋진 성체로 자라는 중이다.


      귀여워서 시작한 일이 어느새 책임이 되었고, 그 책임 속에서 또 다른 귀여움을 발견하고 있다. 오늘 밤에도 아마 야행성 오곡이는 내가 자려고 누우면 슬슬 움직이기 시작할 것이다. 어김없이 유리창에 부딪히는 소리를 ASMR 삼아 잠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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