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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inion] 이 영화가 게임 원작이었다고? [게임]

게임과 영화의 만남 이거 좋다...♥

by 박아란 에디터
2026.09.01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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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조작했던 캐릭터가 현실의 사람이 된다. 끊기는 프레임도, 입력된 대사도 아닌 새로운 모습으로 태어난다. 가장 좋아했던 게임 속 장소가 현실로 다가온다. 작은 화면 너머로만 보던 거리가 스크린 위에서 움직이기 시작한다. 게임이 영화가 된다는 건 이런 일이다. 생각해보면 우리는 이런 세계를 꽤나 자주 만났던 것 같다.


      이번에는 각자만의 방식으로 게임 원작의 세계를 보여준 영화 세 편을 소개한다. 게임의 설정을 그대로 옮긴 작품부터, 게임의 세계관을 확장한 작품, 그리고 ‘이게 게임 원작이었다고?’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대중성 있는 영화까지. 게임이 영화가 되는 세 가지 방법을 만나보자.




      기묘한 분위기를 좋아한다면, <8번 출구>



      8번 출구.PNG

       

       

      방심하는 순간 영원히 이곳에 갇힌다!

      무한루프 속 이상 현상을 찾아 탈출하라!


      끝없이 반복되는 지하도에 갇힌 '헤매는 남자'

      아래의 규칙에 따라 8번 출구로 탈출해야만 한다.


      1. 단 하나의 이상 현상도 놓치지 말 것.

      2. 이상 현상을 발견하면 즉시 되돌아갈 것.

      3. 이상 현상이 없다면 앞으로 나아갈 것.

      4. 8번 출구를 통해서 밖으로 나갈 것.

       

       

      루프라는 독특한 소재와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전개로 큰 사랑을 받은 일본 인디게임 <8번 출구>. 이 게임은 리미널 스페이스 풍의 틀린 그림 찾기 게임으로 ‘이상 현상 게임’을 인기 장르의 반열로 올려놓았다. 다양한 게임 방송에 소개되며 24년을 뜨겁게 달군 화제의 게임은, 25년 말 동명의 영화 <8번 출구>로 실사화되는 쾌거를 이뤘다.


      관찰과 몰입의 힘은 스토리를 이겼다. 게임 <8번 출구>는 단순히 틀린 그림을 찾고, 출구를 개방하는 간단한 플레이 방식을 가진 게임으로, 특별한 스토리가 없는 작은 볼륨의 게임이다. 하지만 그 트릭이 기발하고 독특해 기대하지 못한 재미를 안겨준다. 게임 내 요소들은 대부분 갑자기 튀어나오거나 움직이는 점프스케어나 으스스한 호러 게임의 형태를 하고 있다. 어디서 어떤 현상이 나올지, 다른 점은 무엇인지 면밀히 관찰하다 보면, 어느새 출구에 도착한 플레이어를 볼 수 있다.


      영화 <8번 출구>는 기존의 게임 실사화 영화들이 받는 혹평에서 벗어나 꽤나 성공적인 흥행을 이뤘다. ‘이상 현상을 발견하지 못할 경우 영원히 8번 출구가 나온다’라는 무한 루프의 악몽과 원작 규칙을 반영한 데에 이어, 게임 내에서는 등장하지 않았던 SNS, 주인공의 과거 등 확장된 세계관을 보여준다. 단순한 루프 게임의 소재에 현대인의 보편적인 모습을 더하며 게임과 영화 사이의 간극을 줄이고 스크린에 옮겨냈다.


      화제의 게임을 실사화한 만큼 출연진도 인상적인데,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아이돌 그룹 아라시의 나노미야 카즈나리와 한국에서도 높은 인지도를 가지고 있는 배우 고마츠 나나가 주연을 맡았다. 또한 게임 내에 등장하는 유일한 캐릭터이자 핵심 트릭 요소인 ‘걸어가는 남자’의 코우치 야마토가 비교적 높은 비중으로 등장하며 씬스틸러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항간에 따르면 해당 배우는 반복되는 역 내 풍경을 재연하기 위해 자전거를 타면서 세트장을 분주히 오갔다는 재밌는 비하인드도 있다.

      게임과 영화, 두 매체에 대한 뛰어난 이해와 자연스러운 재해석을 기반으로 ‘성공적인’ 탈바꿈한 <8번 출구>. 게임 원작을 기반으로 한 실사 영화 중 최초로 칸 영화제 초청을 받은 작품임은 물론, 독특한 소재와 이해하기 쉬운 세계관을 다루고 있기에 게임 플레이 경험 없이도 재미있게 관람할 수 있는 영화인 점은 분명하다.




      게임 실사화의 전설, <레지던트 이블 시리즈>


       

      레지던트 이블.PNG

       

       
      라쿤 시티 지하에 위치한 거대한 유전자 연구소 '하이브'에서 어느 날 치명적인 바이러스가 유출된다. 연구소를 통제하는 슈퍼 컴퓨터 레드퀸은 연구소의 모든 문을 차단한 뒤 연구원을 죽이며 인간에게 대항하기 시작한다.

      정부는 레드퀸과 바이러스를 막기 위해 특공대를 파견하고, 여기에 기억상실증에 걸린 앨리스(밀라 요보비치)가 합류한다. 이들은 3시간 이내에 레드퀸을 제압해야 하지만, 연구원들이 모두 좀비로 변했다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사태는 더욱 심각해진다.
       

       

      게임 원작 실사 영화에서 <레지던트 이블 시리즈>를 빼놓으면 섭섭하다. 가장 성공한 실사 게임 영화 프랜차이즈인 <레지던트 이블 시리즈>는 오리지널 시리즈 4편과, 2020년대에 개봉한 리부트 2편, 총 6편으로 제작되었으며, 한화로 약 1조원 이상의 수익을 기록했다.


      게임 <바이오하자드>는 일본의 게임사 캡콤에서 제작한 좀비 액션, 서바이벌 장르의 호러 게임 시리즈다. 일본과 한국에서 불리는 이름은 <바이오하자드>지만, 북미 수출 당시 원제목을 사용하지 못하게 되어 <레지던트 이블>이라는 이명이 붙게 되었다.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 게임은 생체 재해를 일으키는 블랙 기업에 맞서 싸우는 이들의 이야기를 그려내며 그 안에서 살아남아야 한다는 긴장감을 전한다. 2026년 3월 기준 2억장 이상의 판매량을 기록하는 캡콤 사의 간판 게임 <바이오하자드>는 2002년 밀라 요보비치 주연의 실사화 시리즈를 전개하기 시작하며 또 다른 전설을 쓴다.


      실사화 영화는 사실상 <바이오하자드>의 설정을 따온 액션 영화로 제작되었다. 영화는 좀비 서바이벌, 호러 장르라기 보다는 SF 블록버스터 노선을 선택했다. 노선 변경은 해당 시리즈에 대중 팬을 모은 이유지만, 원작 팬의 원성을 사기도 했다. 핵심 빌런 역할을 하는 엄브렐라 사, T-바이러스 등 메인 설정을 따왔지만, 주인공 앨리스의 여정은 100% 영화 오리지널 스토리로 이루어져 있다. 또한 일부 원작 팬들에게서는 ‘액션에 대한 모독’ 등과 같은 악평을 듣기도 했으나, 대중에게는 훌륭한 킬링타임용 액션 영화로 큰 즐거움을 전했다.


      원작을 충실히 따르지는 않았으나, <레지던트 이블 시리즈>는 게임 설정을 통해 제작된 훌륭한 작품이다. 단순 설정을 통해 스토리를 창조해 내며 게임의 가능성과 확장성을 보여준 것에 의의를 두는 것이다. 비록 2020년대 이후 제작된 리부트 시리즈는 흥행에 실패했지만, 레지던트 이블 시리즈는 결코 끝나지 않는다. 즐거운 소식은 바로 얼마 남지 않은 9월 17일, 레지던트 이블 실사화의 리부트 격인 <레지던트 이블: 0번째 밤>이 개봉한다는 사실이다! 아쉽게도 <레지던트 이블: 0번째 밤> 역시 세계관을 빌린 평행 세계 격의 오리지널 스토리를 전개하지만, 기존의 액션이 아닌 호러에 집중했다는 점이 기대감을 조성한다. 가장 기대되는 점은 감독 잭 크레거가 원작 시리즈 <바이오하자드>의 진성 덕후라는 점이 아닐까.




      이게 게임 원작이었다고? <언차티드>



      언차티드.PNG

       

       

      모든 것을 걸었다면 세상 누구보다 빠르게 찾아야 한다!


      평범한 삶을 살던 ‘네이선’(톰 홀랜드)은 인생을 바꿀 뜻밖의 제안을 받는다.

      그의 미션은 위험한 트레져 헌터 ‘설리’(마크 월버그)와 함께 사라진 형과 500년 전 잃어버린 천문학적인 가치를 지닌 트레져를 찾아내는 것.


      그러나 몬카다(안토니오 반데라스)의 위협과 추격 속,

      누구보다 빠르게 미지의 세계에 닿기 위해 결단을 내려야만 하는데…

       

       

      심심한데 액션 영화나 볼까? 하는 마음에 선택했던 이 영화, 사실은 게임 원작이라고? 액션이나 어드벤처를 좋아한다면 분명 이 영화와 게임도 좋아할 것이다.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나 <툼 레이더 시리즈>를 좋아하면 당신은 이미 언차티드를 봤을지도 모른다.


      미국 게임사 너티 독이 개발한 액션 어드벤처 게임 <언차티드>는 2007년 PS3에 처음 등장하며 3인칭 액션 어드벤처의 새로운 역사를 썼다. ‘전설적인 해적이나 탐험가들이 남긴 유적을 찾는다’라는 현대판 보물찾기 스타일의 매력적인 소재는 물론, 능글맞은 주인공 ‘프랜시스 드레이크’를 등장시키며 액션 어드벤처의 재미를 극대화했다. 특히, ‘시네마틱 액션’이라는 개념을 정착시킨 게임으로도 유명한데, 벽타기와 파쿠르 등의 액션 요소, 총격전 등의 전투 요소와 고대 퍼즐을 푸는 재미를 실제 손으로 조작하며 감상할 수 있다. 본편은 총 4개로 구성되어 있으며, 2편인 <언차티드: 황금도와 사라진 함대>는 게임 역사상 최고의 후속작으로 평가될 만큼 큰 사랑을 받으며 2009년 올해의 게임상(GOTY)를 휩쓸었다.


      그렇게 시간이 흐른 2022년, 플레이스테이션 프로덕션의 첫 실사 영화로 <언차티드>가 세상에 등장한다. 스파이더 맨의 ‘톰 홀랜드’ 주연의 이 영화는 최종적으로 4억 달러의 수익을 내며 역대 게임 원작 영화 흥행 순위 5위에 안착한다. 배우뿐만 아니라, 트레저 헌터물이라는 대중성 있는 장르에 집중하여 게임을 현실로 재연해 내며 대중성을 잡았다.

      해당 영화 역시 원작 게임의 모든 타임라인보다는 대략적인 설정을 따랐으나, 게임 총괄 디렉터 닐 드럭만이 제작에 참여한 만큼, 원작을 상기시키는 장면이 다수 등장했다. ‘비행기 화물 씬’은 3편 <언차티드: 황금 사막의 아틀란티스>편에서, ‘해적선 보물창고 씬’은 4편 <언차티드: 도둑의 최후>편에서 영감을 받아 연출한 장면이다. 원작 팬들 사이에서의 평은 여전히 갈리고 있지만, ‘게임 원작’ 기반의 명작은 아니더라도 팝콘 무비로서 충분한 가치를 증명했다.

       

      *


      1993년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를 시작으로 게임 원작 기반의 영화는 꾸준히 제작되고 있다. ‘치킨 송’으로 화제를 모았던 영화 <마인크래프트>는 속편을 제작하고 있고, 닌텐도 사의 대표 작품 격인 <젤다의 전설 시리즈>는 2027년 개봉을 목표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오픈월드 어드벤처 ARPG로서 막강한 팬덤을 거느리고 있는 <엘든 링> 역시 실사화 촬영을 마쳤다는 소식을 전했다.


      영화 뿐만 아니라 다양한 콘텐츠 업계에서 게임이나 만화 등 이미 검증된 IP를 쓰는 일이 많아지고 있다. 그런 흐름에서 게임의 영화화는 비즈니스적 안정성과 글로벌 팬들의 파워가 결합되는 영역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원작 팬들의 입장에서는 영화화가 마냥 달갑지는 않다. 게임의 설정이나 스토리를 차용하면서도, 게임만이 가진 매력을 살리기 어렵기 때문이다. 매체의 변화, 구현 가능성 등 현실적인 벽이 있음을 이해하지만, 원작의 이야기와 스토리를 충실히 담아낸 작품을 기대하는 것을 멈출 수 없다.


      그렇다고 해서 실사화가 ‘원작을 배신하는 행위’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내가 직접 움직이고, 보고, 애정을 담았던 하나의 세계가 또 다른 모습으로 태어나는 것 역시 나름의 즐거움이 된다. 그러니 이번 주말에는 잠시 게임을 멈추고, 내가 플레이했던 세계가 살아 움직이는 모습을 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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