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이라. 지금의 나에게 서울이란 어떤 존재냐면…
일단은 너무 멀어. 통학을 기준으로 생각한다면 너무너무 멀어! 사람도 많고, 복잡하고, 시끄럽고, 건물도 높고, 조용히 살아갈 수는 없는 느낌이야.
그리고 아름다워. 지친 몸을 이끌고 저녁 일곱 시 쯤 용산역에서 수원으로 향하는 기차를 타면, 그림 같은 한강이 펼쳐져. 그 순간을 기다리나 봐. 저녁 시간의 한강을 바라보기 위해서 힘든 하루를 보냈나 싶은 생각이 든다니까.
그럼 몇 년 전으로 돌아가 볼까?
너도 서울에 살지 않았지. 아, 그것도 역시 공통점이었네! 우리가 다른 공통점이 많았던가? 꽤 있었다고 생각했는데, 그건 아마 네가 맞춰준 거겠지. 넌 폭력적인 면이 있으면서도 나한테만은 상냥했잖아. 아무래도 난 조금 머리아픈 사람인 것 같아. 그런 면에서 희열을 느꼈으니까.
그럼 물어볼게. 너는 어땠어? 너에게 서울은 설레고 두근거리는 공간이었어? 왜, 타지에 살던 사람이 서울에 처음 오면 그런 생각이 들잖아. 서울에 발을 들인 것만으로도 ‘서울 사람이 된 건가’ 하고 기대감에 부풀어버린다니까. 혹은 끝내 괴롭고 잊어버리고만 싶은 곳이 되어버렸어? 집으로 갈 때 보이던 푸른 한강의 물이 붉게 변해 있었어?
지금에서야 묻냐고? 어쩔 수 없었어. 나는 카르마를 믿는 사람이어서, 이후로 모든 것을 스스로 감당했다고 느꼈거든. 그러니까 이제서야 죄책감을 조금 씻어내렸다는 말이야. 나도 할 수 있는 게 없었다는 걸 알잖아. 나밖에 구해줄 수 있는 사람이 없었다고?
알아. 그럴지도 모르겠다.
계속 생각했어.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은 나뿐이었다고. 그래서 이렇게 글을 적어봐. 너 번호도 바꿨으니까. 달라질 건 없겠지만 드문드문 자책하고 있었어. 그리고 넌 모르겠지만 나 역시도 똑같은 끝을 맞이했고.
돌아오고는 서울에 가기 싫어졌어. 질려버렸어. 단지 잠시동안 꿈을 꾼 것 같더라. 꿈은 시간이 지날수록 잊혀지잖아. 일 년 정도가 흐른 뒤에는 너도 잊힌 사람이었어. 곧 복학이라 다시 서울에 가게 될 거야. 그래서 네 생각이 났나 봐.
서울을 알려준 건 너였어. 새로운 세상을 새겨준 건, 내가 몰랐던 것들을 알려준 건 너였잖아. 아, 혹시 이제는 아무렇지 않아졌어? 시간이 많이 흐르긴 했지. 그럼 끝까지 이기적으로 굴어볼게. 이제 우리는 똑같이 서울을 바라볼 수 있는 걸까?
위선자여도 안부 정도는 건넬 수 있잖아.
그래서, 넌 지금 서울이 어때?
됐어. 답은 하지 말아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