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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클래식 작품에서의 인종주의, 어떻게 헤쳐나가야 할까? ②

자코모 푸치니 오페라 ‘나비부인’

by 최수인 에디터
2026.08.16 16:00

①편에서는 스트라빈스키 〈페트루슈카〉와 모차르트 오페라 〈마술피리〉에서 등장하는 블랙페이스 등 인종주의 논쟁에 대해 알아보았다. ②편은 우리와 조금 더 연관되어 있는 작품을 다뤄볼 것이다. 바로 푸치니 오페라 〈나비부인〉이다.


〈나비부인〉은 이탈리아의 작곡가 자코모 푸치니가 작곡한 오페라로, 제목에서 엿볼 수 있듯 ‘초초상(나비라는 뜻을 지닌 일본어)’이라는 일본인 여성 캐릭터를 주연으로 하는 작품이다. 어째서 우리와 조금 더 연관되어 있는 작품인가, 하면 바로 오리엔탈리즘이 내재되어 있는 작품이기 때문이다. 오리엔탈리즘은 기본적으로 서양에서 동양을 보는 인식을 뜻하는데, 부정적인 인식뿐만 아니라 언뜻 긍정적으로 보일 수도 있는 신비함, 호기심 등을 통한 ‘대상화’까지 함께 말한다.


오리엔탈리즘 그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나, 부정적으로 받아들여지거나 인종차별로 나아갈 여지가 있어 경계해야 한다. 소개한 작품은 비판할 여지가 충분하다. ①편에서 두 작품을 백인 시선에서 본 흑인 스테레오 타입이라 소개했듯 ②편의 작품은 백인 시선에서 본 동양인 스테레오 타입인 것이다.


〈나비부인〉은 꾸준히 비판받아 왔음에도 극장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작품이다. 그만큼 뛰어난 작품성을 가진 무대에서, 도대체 어떤 부분이 문제가 되는지 알아보자.

 

 

 

자코모 푸치니, 〈나비부인〉



〈나비부인〉의 원형은 프랑스의 피에르 로티가 쓴 자전적 소설 《국화 부인(Madame Chrysanthème)》에서부터 시작된다. 프랑스 해군 장교와 일본 여성의 사랑 이야기였던 이 소설은, 미국의 존 루서 롱이 미국 해군 장교와 게이샤로 각색하여 《나비 부인(Madame Butterfly)》으로 출간했다. 다음으로는 데이비드 벨라스코가 이 작품을 희곡으로 각색하여 공연되었는데, 푸치니는 이 연극에 감명받아 오페라 〈나비부인〉을 작곡했다. 프랑스에서 미국을 거쳐 이탈리아까지 오게 된 것이다. 서양에서 이 이야기가 불러왔던 파급력을 엿볼 수 있다.


푸치니의 〈나비부인〉은 1904년 초연되었으며 1907년까지 개작을 거쳤다. 작품의 배경 역시 1900년대 초반이다. 나가사키 주둔 미국 해군 장교 ‘B. F. 핑커톤’은 가벼운 마음으로 게이샤인 ‘초초상’과 결혼한다. 일본에 있는 동안만 동거하고, 미국에 돌아가면 정식으로 다른 여자와 결혼할 생각이다. 그러나 초초상의 생각은 다르다. 그녀는 결혼을 진지하게 생각하여 평생 핑커톤만 바라보려 한다.


결국 핑커톤은 본국으로 떠나고 초초상은 그를 하염없이 기다린다. 그와의 사이에서 생긴 아이도 함께, 다른 남자에게 시집가는 것도 마다한 채다. 긴 기다림의 끝 3년이 지나고, 핑커톤이 돌아오지만 그것은 새로운 아내와 함께였으며 심지어 본인의 피가 섞인 아이를 데려가려고 온 것일 뿐이었다. 이러한 진실을 알게 된 초초상이 방으로 들어가 자결하며 비극은 마무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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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Natalie Krovetz (Ash Lawn Opera)

 

 

‘초초상’은 너무나도 극명하게 서양인이 생각했던 동양인 여성의 스테레오 타입이다. 한 남자만을 바라보는 지고지순함과 순종적이고 헌신적인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할복으로 삶을 끝낸다는 점에서는 어떻게 보면 주체적이라고 생각할 수 있으나, 3년간 연락도 되지 않는 핑커톤을 무작정 기다린다는 점에서는 소극적인 면모가 보인다. 게다가 ‘할복’이라는 일본의 문화를 아름다운 비극적 죽음과 그를 통한 남자 주인공의 후회로 포장하는 마지막 부분은 오리엔탈리즘의 극치를 보여준다.


게다가 미국 해군 장교인 핑커톤은 상당히 제국주의적으로, 일본 여성인 초초상을 인간보다는 잠깐 함께 놀 흥밋거리, 장난감 정도로 생각한 듯하다. 그의 무책임함을 탓하는 미국 영사관 샤플리스 역시 말로만 걱정할 뿐 적극적으로 핑커톤을 말리거나 초초상을 돕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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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Emma Suominen (Finnish National Opera and Ballet)

 

 

그럼에도 불구하고 3막 내내 무척이나 아름다운 음악이 흐른다.


돋보이는 것은 ‘핑커톤’과 ‘초초상’의 대비되는 음악적 테마다. 미국인인 벤자민 프랭클린 핑커톤은 미국의 국가 ‘별이 빛나는 깃발(The Star-Spangled Banner)’의 선율, 일본인인 초초상은 일본의 민요와 기미가요를 테마로 잡았다. 일부는 당초 푸치니가 일본의 음악으로 받아들여 모티브로 삼았으나 나중에 밝혀진 바로는 중국의 음악도 포함되어 있었다.


이 비극적인 이야기와 함께 동양적 선율의 독특함과 최종 3막 구성의 전체적 완성도는 나비부인을 명작 반열에 올렸다. 오리엔탈리즘이 아니었으면 이런 음악이 탄생하지 않았겠지만, 여전히 현대적 시각에서 바라봤을 때의 아쉬움은 존재한다.


국내에서는 여전히 원작 그대로 올라오는 추세다. 2023년 성남아트센터에서 정구호 연출이 〈나비부인〉을 서기 2576년 미래의 우주라는 완전히 새로운 배경으로 각색해 올리는 파격적 시도를 하기도 했으나, 2024년 푸치니 서거 100주년을 맞아 올라간 〈나비부인〉 공연 중에는 새로운 시도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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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M. Butterfly (1993)

 

 

이와 관련해서 연극 〈엠. 버터플라이〉도 주목할 만하다. 이 작품은 데이비드 헨리 황이 1988년 집필한 희곡으로, 우리나라에서는 2012년 초연 이후 2024년에 오연을 맞았던 바 있다.


연극은 주인공 ‘르네 갈리마르’가 과거를 회상하며 시작된다. 오페라 극장에서 〈나비부인〉 ‘초초상’을 맡은 ‘송 릴링’을 보고 첫눈에 반한 그는 아내가 존재하지만, 송의 매력에 빠져 불륜 관계를 맺게 된다. 결국 아내와 이혼하며 송과 함께 살지만, 송은 사실 여장남자로 중국의 스파이였다. 그동안 르네의 곁에 머문 것도 국가기밀을 빼돌리기 위해서였다. 결국 르네는 괴로워하며 자살한다.


〈엠. 버터플라이〉는 극중극으로 〈나비부인〉을 등장시킴과 동시에 르네라는 서양인 남성이 동양인 여성에 대한 환상에 빠져 어디까지 무너질 수 있는지 보여준다. 오리엔탈리즘을 완전히 비웃는 시선이다. 그의 자살로 마무리되는 결말 역시 〈나비부인〉 마지막 장면 초초상의 자살과 대척점에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는 〈엠. 버터플라이〉라는 새로운 작품이 등장함으로써 〈나비부인〉의 오리엔탈리즘 비판이 완성되는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볼 수 있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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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Robbie Jack, Corbis/Getty Images (Birmingham Royal Ballet)

 

 

〈나비부인〉 이외에도 표트르 차이콥스키의 〈호두까기 인형〉 역시 인종차별 이슈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중국 춤’에서 옐로우페이스, 중국 이민 노동자의 옷차림을 연상시키는 복장 등 동양인으로 꾸민 무용수들은 동작 역시 우스꽝스럽게 표현한다. 하지만 21세기 들어 이러한 문제점이 꾸준히 도마 위에 오르며 안무와 의상의 변경 등을 꾀해 개선하려는 노력이 있었다.


이러한 작품들이 우리나라에서 역시 무대에 자주 올라가는 만큼, 그 아름다움 뒤의 오리엔탈리즘이라는 그림자를 인지하고 소비해야 할 것이다. 아무런 문제의식 없이 관람하는 것이 아니라, 명작의 아쉬운 부분을 꾸준히 이야기하고 어떻게 바뀌어야 할지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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