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끝나지 않는 도전, 멈추지 않는 변주 [음악]

aespa(에스파)의 첫 정규 앨범 [Armageddon]
글 입력 2024.06.16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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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1월, 싱글 ‘Black Mamba’로 데뷔한 에스파는 이후 ‘Next Level’, ‘Savage’, ‘Girls’ 등 강렬한 분위기의 음악을 선보였다. ‘Spicy’와 ‘Better Things’로 청량한 음악과 발랄한 매력을 보여주기도 했지만 ‘Drama’로 다시금 에스파만의 강렬함을 보여주고 있다. 그들의 팬들은 이러한 사이버펑크 장르를 녹인 강렬한 매력을 ‘쇠맛’이라고 칭하며 에스파의 정체성에 이름 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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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_Armageddon 앨범아트 ⓒ SM Ent.

 

 

지난달 27일 에스파 첫 정규 앨범 [Armageddon]이 발매되었고, 한층 더 짙어진 에스파의 ‘쇠맛’을 담아냈다. 그들의 앨범은 그것으로 끝일까? 정체성을 잘 담아냈다는 사실 이외에도 [Armageddon]이 보여주는 놀라운 모습은 끊이지 않는다. 지금부터 에스파가 [Armageddon]을 통해 보여주고, 제시하고 있는 독보적인 방향성을 살펴보고자 한다.

 

 


1. 에스파의 정체성


  

현재 국내 음악 시장, 좁게는 케이팝 시장이라고 했을 때, 이지리스닝이 그 흐름을 주도한다고 할 수 있다. 누구나 쉽게 들을 수 있는 곡, 멜로디를 받아들일 때 큰 노력이 필요하지 않은 곡, 기존의 케이팝 음악이 가진 특성을 많이 부정하기도 하는 곡들을 우리는 ‘이지리스닝’이라고 한다. 쭉 뻗어 나가는 고음이 없고 튀는 사운드가 없으며 곡 구성이 다이나믹해서도 안 된다. 하지만 그러한 동시에 누구에게나 무난하게 좋아야 한다. 따라서 좋은 이지리스닝 곡은 많은 사람에게 소구할 수 있으며, 그러한 음악은 무난하게 음악 플랫폼 차트의 상위권을 차지하게 된다. 이러한 음악 시장의 트렌드에 기반하여 이지리스닝 곡은 대중적인 팬덤을 구성하기 위해 전략적으로 쓰이기도 한다.

 

하지만 에스파는 시장 흐름에 편승하기보다는 그들만의 독자적인 방향성을 유지하고 있다. 에스파는 데뷔부터 차별화된 전략을 구사한 것으로도 유명한데, 신인의 풋풋함을 전할 수 있는 청순하거나 발랄한 컨셉이 아닌 강렬하고 화려한 컨셉을 택했다. 또한, ‘광야’라고 불리는 독특한 세계관을 기반으로 가상 세계 속의 아바타를 또 다른 멤버로 두고 있다. 이러한 세계관과 컨셉을 음악, 가사에 녹여내 전한다. 리스너들은 SM엔터테인먼트 음악 중 특유의 강렬함을 담은, 소위 ‘SMP’라고 정의되는 컨셉의 계보를 잇는 그룹이 보이그룹이 아닌 걸그룹이라는 부분을 특이점으로 꼽기도 한다. 이처럼 데뷔부터 이행해 온 모든 전략이 현재 에스파의 독보적인 위치를 만들었다. 이번 정규 앨범에서도 에스파의 ‘쇠맛’은 완성도 높은 결과물로 전해지고 있다.

 

 

 

2. 뮤직비디오


 

1) ‘Supernova’ - 에스파의 ‘쇠맛’은 주로 뮤직비디오나 컨셉 포토와 같은 아트워크에서 한눈에 확인해볼 수 있다. 지난달 13일 에스파는 ‘Supernova’를 선공개하며 그들의 첫 정규 앨범의 시작을 알렸다. 앨범 소개에 따르면 ‘Supernova’는 무게감 있는 킥과 베이스 기반의 미니멀한 트랙 사운드가 인상적인 댄스곡이라고 하며, 그에 걸맞은 뮤직비디오가 공개되어 화제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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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_aespa 에스파 컨셉 포토 ⓒ SM Ent.


 

‘Supernova’의 뮤직비디오는 난해함과 동시에 그것을 독특한 매력으로 승화시켰다. 난해한 만큼 뮤직비디오 내용에 대한 해석과 함께 많은 반응이 쏟아졌다. 뮤직비디오 영상의 댓글에 나타난 여러 반응 중 ‘Y2K의 흐름에서 혼자 3000년대로 가버린 에스파’라는 평을 볼 수 있다. 기존의 사이버펑크를 더욱 발전시켜 이번 퓨처리스틱 컨셉을 제시하고 있다. 뮤직비디오는 그것을 시각적으로 구현하여 하나의 콘텐츠로 제작해낸 것으로, 획기적인 컨셉을 비주얼 요소로 쉽게 전달한다. 어느덧 난해하다는 평은 독보적이라는 평가로 전환된다.


2) ‘Armageddon’ - 앨범과 동명의 타이틀곡이자 ‘Supernova’과 함께 더블 타이틀 체계를 이루는 ‘Armageddon’은 지난달 27일 공개되었다. ‘쇠맛’으로 불리던 ‘Supernova’와는 달리 ‘흙맛’으로 비유되는 ‘Armageddon’은 강렬한 신스 베이스 사운드와 올드 스쿨하면서도 트렌디한 트랙이 돋보이는 힙합 댄스곡으로, 에스파의 독보적인 음악 색깔을 담아냈다고 한다. 이에 걸맞게 뮤직비디오 또한 뛰어난 영상 예술 작품으로 탄생했다.

 

뮤직비디오 감독 및 제작 스태프에 의하면, ‘Armageddon’의 전체적인 컨셉은 ‘코즈믹 호러’이다. ‘코즈믹 호러’란 미지의 것에 대한 공포 즉, 인간이 결코 대적하거나 거부할 수 없고, 이해조차 할 수 없는 어떤 것에서 오는 무력함과 무가치함을 기반으로 한 공포를 뜻한다고 한다. ‘Armageddon’의 뮤직비디오는 시각적 요소로 해당 장르적 특성을 효과적으로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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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_aespa 에스파 ‘Armageddon’ MV ⓒ SM 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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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_aespa 에스파 ‘Armageddon’ MV ⓒ SM Ent.


 

뮤직비디오 감독의 SNS를 통해 알려진 바에 의하면 SM엔터테인먼트 측에서 ‘일반적인 뷰티샷을 어느 정도 포기하더라도 과감하고 새로운 그림을 만들어 주셨으면 좋겠다’라고 전해왔다고 한다. 케이팝 뮤직비디오에서는 어쩌면 파격적일 수 있는 방향성이다. 그러한 방향성을 기반으로 많은 이들의 작업을 거쳐 화려하면서도 기괴하고, 어딘지 모르게 그로테스크함이 느껴지는 영상이 완성되었다.


이지리스닝이 아닌 곡을 내세우고, Y2K의 유행은 따르지 않고, 일반적인 뷰티샷을 포기한다. 이처럼 에스파는 현재 케이팝 시장의 흐름에 따르지 않고 기존의 법칙을 모두 부수고 있다. 하지만 사람들은 이러한 획기적인 시도에도 오히려 독보적인 컨셉을 버리지 않아 좋다고 반응한다. 어떠한 장르, 분야의 발전을 위해서는 누군가는 새로움을 시도해야 한다. 그리고 에스파는 주저하지 않고 새로움을 시도하고 있으며 그것이 그들만의 매력이자 정체성이 되었다. 하지만 처음으로 발매하는 정규 앨범의 진가는 거기서 끝이 아니다.


 

 

3. 다양한 트랙


 

에스파는 이번 앨범을 통해 광야를 넘어서 다중우주에서 펼쳐지는 에스파 세계관의 새로운 챕터 서막을 열었다. 그것은 발매 전 공개된, 흔히 트랙비디오라고 불리는 영상을 통해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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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_aespa 에스파 컨셉 포토 ⓒ SM Ent.


 

총 세 편의 영상으로 공개된 에스파의 ‘Universe’ 영상. 트랙비디오의 형태로 수록곡을 부분 선공개했다. 팝콘을 탐구하는 괴짜 연구원의 모습을 담은 ‘Long Chat’, 민트초코 괴물이 등장하는 ‘Licorice’, 직접 뮤직비디오를 촬영하는 밴드의 모습이 담긴 ‘Live My Life’. 이처럼 다양한 컨셉의 영상을 통해 다중우주 속 여러 에스파의 모습을 그려냈다. 두 개의 타이틀곡과는 또 다른, 독특하고도 다채로운 매력을 담아 에스파의 뛰어난 컨셉 소화력을 보여준다.


이번 앨범의 수록곡은 컨셉뿐만 아니라 장르적 다양성에도 주목해야 한다. 1번과 2번 트랙으로 수록된 타이틀곡을 포함해 총 10곡으로 구성된 트랙의 흐름은 아주 드라마틱하다. 2번 트랙 ‘Armageddon’이 끝나면 ‘Set The Tone’이 그 흐름을 잇는다. 2번과 3번 트랙은 같은 힙합 댄스곡이지만 올드 스쿨 사운드가 특징적인 ‘Armageddon’과 달리 ‘Set The Tone’은 당당하고 에너제틱한 분위기가 돋보인다. 힙합 장르의 흐름을 4번 트랙 ‘Mine’까지 잇고, ‘미니멀한 트랙’은 전반적으로 고양돼 있던 분위기를 차분하게 만들어 준다. 모든 것이 리셋된 듯한 분위기 속에 5번 트랙 ‘Licorice’의 트랩 비트가 강렬하게 등장하며 초반과는 다른 방향성으로 분위기가 고조되기 시작한다. 6번 트랙 ‘BAHAMA’는 마치 여름 휴양지에서 듣는 썸머송과 같아 시원하고 활기찬 에너지가 전해진다. 이 에너지를 그대로 ‘Long Chat’이 잇고, 이후 8번 트랙부터는 전반적으로 따뜻한 위로를 담아 전한다. ‘Prologue’는 모던 팝 장르, ‘Live My Life’는 팝 펑크 장르, ‘목소리(Melody)’는 발라드로,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수록하여 후반부를 채웠다. 이처럼 에스파는 같은 ‘힙합 댄스곡’이라는 장르 내에서도 다양한 변주를 시도했고, 후반부에는 여러 장르의 음악을 수록하여 앨범을 더욱 다채롭게 구성했다.


*

 

이로써 에스파는 독보적인 색깔을 가짐과 동시에 그 어떠한 것도 도전할 수 있는 아티스트로서 자리매김했다. 그들의 다양성이 꾸준히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것이 새로운 시도의 물꼬를 터 케이팝의 다양성으로 발전하길 희망해본다.

 

 

[박서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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