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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inion] 울산과 뉴욕에서 묻는다, 힘이란 무엇인가 [전시]

Hyundai Translocal Series: Ho Tzu Nyen

by 한정아 에디터
2026.10.31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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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What is power?

      힘이란 무엇인가? 

       

      현대 트랜스로컬 시리즈의 두 번째 전시는 이 물음에서 시작된다. 이번 전시는 싱가포르 미디어아트 작가 호 추 니엔(Ho Tzu Nyen)가 "힘이란 무엇인가"라는 공동의 질문에 대해 울산과 뉴욕에서 답한다. 단순히 동일한 전시를 동시개최하는 것이 아닌, 뉴욕과 울산이 가진 각자의 지역적 문화적 배경을 기반으로 공동의 질문을 함께 탐구한다는 점에서 흥미를 느꼈다. 울산에서는 어떤 방식으로, 뉴욕에서는 어떤 방식으로 대답을 풀어나갈지 궁금했다. 마음 같으면 울산시립미술관과 뉴 뮤지엄 모두 직접 방문하여 비교해보고 싶지만, 비행기는 비싸서 기차를 타고 울산에만 다녀왔다.

       

       


      울산시립미술관, P for Power : Double Life of 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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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힘이란 무엇인가? 물질적인 힘(F=MA), 아는 것이 힘이다, 팔씨름 최강자, 힘들다 고되다, 힘내 (Cheer up!) 따위를 생각하며 울산시립미술관 버스 정류장에 내렸다. 대학생 할인을 받아 700원에 세 개의 전시를 감상할 수 있다. 이중섭을 잠시 뒤로 하고 울산시립미술관 XR랩에 들어서면 넓은 공간에 3방면으로 설치된 스크린이 나를 반긴다. 벽에 기대어 앉아 펼쳐진 스크린을 보고 있으면 내가 마치 AI가 되어 머신러닝 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24대의 프로젝터와 입체적인 사운드 시스템은 나로 하여금 스크린 속으로 빠져들게 만든다. 산업도시 울산에서 수집된 사운드와 이미지만이 여기가 울산이라는 것을 가끔 상기시켜준다.


      What is Power? 이라고 묻는 어린 아이의 목소리. 조근 조근 대답해주는 어른의 목소리. 끊임없이 묻고 파고드는 어린 아이의 목소리. Now go to bed로 대화를 마무리하는 어른의 목소리로 전개되는 60분 가량의 작품이다. 다섯 명의 어린 아이들은 해리포터, 브레이킹 댄스, 일본 애니메이션, 뉴스 인터뷰, 고전 명화를 넘나들며 변주하고 중첩된다. 각각의 스크린의 전개 속도 또한 미묘하게 다르고, 사운드가 서로 겹치기도 한다. 이런 충돌과 지연을 통해 새로운 감각을 전달한다.


      What is Power? 이라는 물음은 항상 같지만, 어른의 대답은 항상 다르고, 아이의 반응도 다르다. 나는 마치 내가 어린아이가 된 것처럼 진리의 대답을 듣기를 원하지만, 어림도 없다. 나도 그저 해리포터가 되고, 브레이킹 댄스를 추면서 질문에 대한 대답을 스스로 해나가야한다.


       

      힘은 강제뿐 아니라 친밀함에서도 흐른다. 

      애착은 취약성을 낳는다. 


      힘은 투표하는거란다. 

      투표하지 않는 것도 의미가 있단다. 


      힘이 뭐예요? 

      힘이 항상 강해보이는건 아니란다

      다른 사람들이 먼저 움직이게 만드는 거지

      강함과 약함은 어떻게 구분하나요?

      시간이 아주 지나기전까지는 구분하기 어려울 때가 많지 

      이제 자러 가렴

       

       

      호 추 니엔(Ho Tzu Nyen)은 “힘은 __이다” 라고 닫은 채로 말하지 않는다. 권력과 지배를 넘어 삶을 지속하는 동력과 타인과 맺는 관계으로의 힘을 바라볼 수 있는 구멍을 마련해준다. 나아가 그저 서로 다른 시대와 장소의 인물과 사건, 이미지를 중첩시키며 지식이 생성되고 유통되는 방식을 보여준다. 디지털 기술과 인공지능을 활용하여 이미지의 중첩과 그 속에서 피어나는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한다. 관객들로 하여금 더 다양한 이미지를 불러일으키도록 촉발하여 힘의 정의와 역사를 새로 써내린다.

       

       

       

      뉴 뮤지엄, P for Power: Up dow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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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 트랜스로컬 시리즈'의 두 번째 전시인 《현대 트랜스로컬 시리즈: 호 추 니엔(Hyundai Translocal Series: Ho Tzu Nyen)》 전시 전경 출처 : Photo : Steven Probert Studio

       

       

      울산에서는 Left Right, 뉴욕에서는 Up down로 대답한다. 뉴 뮤지엄에서는 호 추 니엔(Ho Tzu Nyen)의 작품이 미술관 신관의 유리 엘리베이터 스크린에 설치되어 미술관 안과 밖을 유기적으로 연결한다. 관객이 누르는 엘리베이터 버튼에 따라 등장하는 실제 크기의 어린 주인공은 관객들에게 힘에 관한 질문과 수수께끼를 건넨다. 관객의 선택 (엘리베이터 버튼)에 따라 스크린은 새롭게 구성된다. 이처럼 끊임없이 변화하는 작품을 통해 작가는 완결된 정의로서의 힘이 아닌, 계속 다시 쓰이는 힘의 역사를 보여주고 있다.

       

      직접 방문하여 어떤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르면 어떤 아이가 등장하는지, 울산에서 등장한 아이와 동일한 아이인지, 같은 이야기를 전달하는지 경험해볼 수 있다면 좋았겠다. P for Power: Double Life of P 작품 속에서 자연스럽게 드러나는 산업 도시 울산의 이미지와 사운드처럼, P for Power: Up Down 작품에서는 뉴욕의 어떤 소스를 적극적으로 활용했는지 보고 싶다. Melting Pot으로서의 뉴욕을 담아냈으려나. 엘리베이터라는 개방된 장소에 작품을 설치하여 관람객의 접점을 대폭 확대한 점도 주목할만 하다. 울산시립미술관은 비교적 폐쇄적인 XR랩이라는 특수 전시장에서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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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mage From : New museum, New Site-Sepcific Commision by Ho Tzu Hyen Makes Us Debut at the New Museum as Part of the Hyunadi Translocal Series

       

       

       

      울산과 뉴욕, Hyundai Translocal Series


       

      현대 트랜스로컬 시리즈는 현대자동차가 국내외 예술 기관들의 초지역적인 협업을 지원하는 파트너십 프로젝트이다. Translocal, 지역과 지역의 경계를 머물고 연결되는 프로젝트이다. 전시나 문화예술에 조금만 관심이 있다면 MMCA 현대차 시리즈, 프로젝트 해시태그 등 현대자동차가 현대 예술 프로젝트를 적극적으로 후원해온 사실은 알 것이다. 이제 현대자동차는 국내 예술인 육성을 넘어, 예술계 전반의 선순환을 위해 팔을 걷어 붙이고 힘을 쓰기 시작했다.

       

      그 중 가장 대표적인 현대 트랜스로컬 시리즈는 작년 9월을 시작으로 청주와 영국을, 올해 10월에는 울산과 뉴욕을, 다음달 11월에는 용인과 브라질을, 또 다가올 2027년에는 서울과 아부다비를 연결하는 프로젝트를 선보일 것으로 기대된다. 뿐만 아니라, 기존에 진행해오던 런던 테이트 모던, LA 카운티 미술관, 휘트니 미술관 등 여러 예술 기관들과의 파트너십을 10여년 더 연장하며 앞으로 활발한 활동을 보여줄 것을 암시했다.


      현대자동차가 10년 중장기 프로젝트로 내세운 Trans-의 가치는 예술이 지향하는 가치와 본질적으로 가까이 맞닿아 있다. 경계를 넘어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하는 것. 우리는 모두 완벽히 닮아있다고, 우리는 완전히 다양하다고 말하는 것이 아닌 그 중간 지점에 서서 담론을 만들어나가는 과정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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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울산에 내려가 만난 질문, What is Power. AI가 무서운 속도로 발전하고 있는 요즘, 이 질문에 밑줄을 두 번 세 번 치고 싶다. 벗어나려 하기 전까지 힘은 그저 주변 환경으로 느껴진다는 어른의 목소리가 맴돈다. 내 주변에 작용하는 힘은 얼마나 많을까? 당장 내가 사용하고 있는 키보드에 흐르는 미세 전류부터, 이게 과연 진실일까 의문이 드는 역사 교과서, 일찍 일찍 다니라는 우리 엄마의 카톡, 날파리가 들어간 밀크티를 환불받는 나.... 힘이란 아주 작은 것부터 거대한 것까지 다양한 형태로 끊임없이 옮겨다니는 듯 하다. 어떤 답을 하느냐보다 더 중요한 것은 어떤 질문을 하느냐. 질문에는 시대가 담겨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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