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장 자취생으로 살아남아라
자취를 시작하면 모든 게 새로울 줄 알았는데, 막상 살아보니 생각보다 할 일이 많다. 필요한 물건을 사고, 밥을 해 먹고, 청소하고, 관리비까지 내야 한다. 그렇게 하나씩 해결하다 보니 어느새 내 집을 꾸미는 재미도 알아가는 중이다. 오늘은 초보 자취생의 생존기를 기록해 보려 한다.
1. 필수품을 사자
본가에서 냄비, 그릇, 식기류, 도구 등 많이 가져왔지만 자잘하게 필요한 것이 너무 많았다. 분명 웬만한 건 다 챙겨 왔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생활하다 보니 하나씩 없는 게 눈에 들어온다.
우선 침대! 본가에선 이층침대를 사용했기 때문에 꼭 저상 침대에서 자고 싶다는 로망이 생겼었다. 아래에 소파와 빔프로젝터를 두고 취미생활을 했기 때문에 만족했지만, 자기 전 불 끄기, 여름엔 선풍기 위치가 애매해 더움, 오르내리기 귀찮음 등 약간의 단점이 있었다. 그래서 이번 자취 땐 꼭 저상 침대가 갖고 싶었다.
1년 잠깐 살 집이라 뭔 매트리스냐, 이층침대 때 쓰던 토퍼 깔고 살아라라는 말을 들었으나 3cm 토퍼는 너무나도 볼품없었다.
힘들게 통근하는데 잠이라도 잘 자야지라는 생각에 2주간 고민 끝에 가성비 매트리스를 시켰고, 지금은 엄청나게 만족이다. 근데 매트리스를 사니 이불 커버도, 매트리스 커버도 사야 된다니. 침대 하나만 사면 끝날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추가로 필요한 게 많았다. 지갑에 구멍 뚫리듯 돈이 쑥쑥 나간다.

이럴 수가.
씻고 나오니 발을 닦을 매트가 없었다. 수건 같은 발매트는 위생이 좋지 않을 것 같아 요즘 광고에 계속 뜨던 규조토 발매트를 샀다. 우리 집이 전체적으로 화이트 톤이라 밋밋했는데 땡땡이무늬의 귀여운 도트 발매트를 두니 포인트가 되고 좋았다.
이렇게 하나씩 필요한 물건을 사다 보니 자취는 시작하기 전부터 돈이 많이 드는 일이라는 걸 실감하고 있다. 꼭 필요한 것만 사려고 해도 생활하다 보면 필요한게 계속 생긴다.
2. 당근을 적극 이용하라
나중에 이사를 또 할 생각을 하니 큰 가구를 들이기엔 짐도 늘어나기 때문에 매트리스만 두고 살고 있었다. 그러던 중 당근에 올라온 퀸사이즈 원목 매트리스 깔판!
슈퍼싱글 사이즈인 나였지만 요즘 저상 침대 프레임을 좀 더 크게 사서 옆 사이드를 남긴다길래, 괜찮겠지 하고 덜컥 나눔을 받아왔다.
나눔 장소가 다행히 근처라서 호기롭게 들고 걸어갈 생각이었다.
1층까지 내려드릴게요. 차 타고 오셨어요?
ㄴ 아뇨, 걸어왔어요.
이걸 들고 걸어가신다고요..?

무거운 걸 들고 걸어가겠다 하니 매우 놀라던 당근님. 하지만 차도 없는 자취생은 어쩔 수 없었다. 몇 분 안 걸리는 거리니까 괜찮겠지 했는데, 막상 들고 걸어가려니 생각보다 무거웠다. 낑낑대며 집에 도착하니 땀범벅이 되어 있었다.
그래도 먼지를 싹 닦고 매트리스 아래 깔아주니 오, 생각보다 더 크지만 바닥과 침대가 구분지어져서 확실히 공간 분리가 된 느낌이다.

가져오길 잘한 것 같다. 집의 분위기가 싹 바뀐다.
큰돈을 들이지 않고도 집 분위기를 바꿀 수 있다는 게 당근의 가장 큰 장점인 것 같다. 물론 직접 물건을 가지러 가야 하는 수고로움이 있지만, 이렇게 잘 맞는 물건을 발견하면 괜히 뿌듯하다. 앞으로도 필요한 물건이 생기면 당근부터 찾아보게 될 것 같다.
3. 다이소는 정말 다 있음
자취생의 구원자는 다이소 아니겠는가.
주방용품, 커튼, 계량컵, 소분용기, 청소용품까지 다 다이소에서 구매한다. 자취를 하다 보면 필요한 물건이 계속 생기는데, 그렇다고 하나하나 비싼 제품으로 사기엔 부담스럽다. 이럴 때 다이소만 한 곳이 없다.
특히 자취를 처음 시작하면 어떤 물건이 필요한지도 잘 모른다. 일단 생활하다가 불편한 점이 생기면 그때 필요한 물건을 사면 된다. 계량컵이나 소분용기처럼 있으면 편하지만 꼭 필요할까 싶었던 물건들도 막상 구매하고 나면 꽤 유용하게 사용한다. 청소용품도 종류가 다양해서 집을 관리하는 데 필요한 것들을 하나씩 구비하기 좋다.
그리고 커튼까지 다이소에서 구매할 수 있다는 사실! 처음에는 생활용품만 사러 갔다가도 구경하다 보면 필요한 물건이 하나둘씩 눈에 들어온다. 분명 하나만 사러 갔는데 이것저것 담아 계산하고 나오는 일이 꽤 많다. 이렇게 쓴 돈만 3억원 정도 되는듯하다.
다이소라고 무조건 저렴한 것만은 아니지만, 자취를 시작하면서 필요한 물건을 한 번에 부담 없이 구매하기에는 좋아 수시로 가는 듯 하다. 특히 큰돈을 들이고 싶지 않은 자취생에게는 없어서는 안 될 존재랄까.
다세권에 사는 자취생은 남부러울 것이 없다.
4. 나만의 집 분위기를 만들어라
적적한가?
ㄴ No.
쓸쓸함은 없지만 아직 사람의 온기가 없어 차갑게 느껴진다. 아무래도 9 to 6로 일을 하고 오니 집주인조차 집에 잘 없기 때문에 아직은 그 온기가 부족한 것 같다.
처음 본가의 그 시끄러움과 왁자지껄함이 없어 외로우면 어떡하지 고민했던 게 무안할 정도로 편안하며, 피곤해서 적적함을 느낄 새도 없이 잠들어버린다.

첫 자취란 이런 것일까?
할 일을 하다 보면 잘 시간이 되고, 자기 전 잠깐 유튜브를 시청하며 바쁘게 하루를 지나 보낸다. 집에 돌아와 잠깐 쉬고, 밥을 먹고, 내일을 준비하다 보면 하루가 금방 지나간다. 혼자 있는 시간이 생각보다 외롭지도 않고 오히려 편안하다.
집에 조금씩 익숙해지면서 나만의 시간을 보내는 방법도 생겼다. 요가 매트를 깔고 운동도 하고, TV로 영화를 보기도 하고, 친구를 초대하기도 하며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쉴 수 있는 공간이 되어가는 중이다.
이런 집에 더 정을 주고 싶어 구매한 것은 이불 커버와 러그, 그리고 커튼과 분리용 커튼이다. 일체형 원룸이라 현관이 훤히 드러나던 우리 집에 다이소 커튼을 사서 공간을 분리했고, 거실의 커튼 또한 은은한 시스루 다이소 커튼을 달아줬다. 취향의 이불 커버도 구매했다.
자취하면 꼭 이 러그를 사야지 생각했지만 막상 자취를 하니 지출이 많아 사야 할지 말아야 할지 엄청난 고민을 했다. 없어도 사는 데 지장은 없지만, 러그 하나만 깔아도 집이 훨씬 포근해질 것 같았다. 하지만 몇 달을, 정말 고민하고 또 고민하며 구매한 러그까지 깔아주니 집 분위기가 조금 더 포근하다.
확실히 집에 정이 가기 시작한다.
처음부터 완벽하게 꾸며진 집은 아니었지만, 필요한 물건을 하나씩 사고 마음에 드는 소품을 더하다 보니 점점 내가 좋아하는 공간으로 바뀌고 있다. 아직은 부족한 것도 많고 앞으로 필요한 물건도 생기겠지만, 이렇게 조금씩 내 취향을 담아가는 재미가 있다.
이렇게 쌉고수 자취생이 되기에 한 발짝 다가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