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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지역과 현장 중심의 인류세를 감각하고 탐구하다 – 패치 인류세

인류세 연구의 동향, 패치 인류세와 패럴 아틀라스 Feral Atlas 들여다보기

by 신지원 에디터
2026.10.26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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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구 온난화, 기후 변화, 기후 위기와 같은 말은 더 이상 사람들에게 어떠한 감응도 일으키지 않는 듯한 생각이 드는 요즘이다. 무서운 속도로 성장하는 인공지능 기술과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는 전쟁은 소위 ‘환경’ 문제로부터 우리를 점점 둔감해지게 만드는 듯하다. 하지만 생태계의 격변은 해가 지날수록 화면 속의 데이터, 이론적 가설이 아닌 인류가 직접 감각하는 경험으로 다가왔다. 이 자명한 사실 앞에서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동시대의 예술을 비롯한 모든 학문은 어떤 방식으로 나아가야 할까? “인류세 Anthropocene” 연구는 이러한 고민에 대한 다채로운 희망의 실마리를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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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dward Burtynsky, Coal Mine #1, North Rhine, Westphalia, Germany (detail), 2015, photo © Edward Burtynsky, courtesy of Nicholas Metivier Gallery, Toronto

       

       

      2000년, 기후화학자 파울 크뤼천 Paul Crutzen이 처음으로 인류로 인해 표준 조건에서 한참 벗어난 지구의 심각한 변화들에 주목하고자 인류세라는 개념을 제시했다. 이후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인류학 분야를 비롯해 지구의 생태계 변화를 논할 때 빠지지 않는 용어로 자리매김했다.

       

      인류세라는 지평 속에서 진행되는 유수의 다학제적 프로젝트들은 그야말로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는 문제들을 직면하고 탐구하여 해결하는 데 집중한다. 그 중심, 그리고 최일선에는 저명한 인류학자 ‘애나 로웬하웁트 칭 Anna Lowenhaupt Tsing’이 있다. 처음 인류세 개념을 접할 때부터 알았던 익숙한 이름이다. 애나 칭을 통해 인문학, 사회과학, 자연과학, 예술 간의 협업을 추구하는 프로젝트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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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패치 인류세 Field Guide to the Patchy Anthropocene>, 애나 로웬하웁트 칭 외, 해나무

       

       

      그럼에도 <세상 끝의 버섯>과 같은 애나 칭의 대표 저서를 직접 읽어보지 못한 것이 늘 아쉬움으로 남아있었다. 그렇기에 애나 칭의 가장 최신 연구 저서, <패치 인류세 Field Guide to the Patchy Anthropocene>의 국문 번역판을 마침내 읽게 되었을 때, 정말 뜻깊었다. <패치 인류세>는 한 마디로 인류세 개념에 이미 익숙한 사람들에게는 한층 더 새로운 차원의 지역과 현장 중심의 ‘패치 인류세 Patchy Anthropocene’에 관한 지평을 넓혀주고, 인류세를 처음 접하는 사람에게는 제대로, 재미있게 인류세 연구에 대해서 알려주는 종합 안내서와 같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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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eral Atlas

       

       

      특히 이 책이 대규모 디지털 생태 지도 프로젝트 “패럴 아틀라스 Feral Atlas”에 기반했다는 지점이 가장 주목할 만 하다. 패럴 아틀라스: 인간 너머의 인류세 현상 (feralatlas.org)은 애나 칭과 시각인류학자이자 크리에이티브 프로듀서인 제니퍼 데거 J. Deger, 환경인류학자 올더 켈러먼 색세나 A. Saxena, 건축가이자 공간/시각 디자이너 페이페이 저우 F. Zhou를 비롯한 연구팀의 아카이브 사이트이다. 패치 인류세에 관심있는 독자라면 누구나 해당 프로젝트에 접속해 약 80편에 달하는 현장 보고서와 양질의 참고 자료를 인터랙티브한 방식으로 체험하고 읽을 수 있다. 인류세 담론에서 예술, 큐레이팅이 가질 수 있는 무수한 역할 중 하나를 선보인 사례로서 많은 이들에게 패럴 아틀라스를 탐방해 보길 권한다. 그렇다면 패치 인류세의 개념을 제대로, 재미있게 이해하게 될 것이다.

       

      디지털 생태 지도라는 연구팀의 기획과 시도는 책에서 이야기하는 ‘패치’의 개념과 직결된다. 정확히 패치 인류세란 무엇이며, 기존의 거시적 인류세 담론과 어떤 점이 다른 것일까?

       

      가끔 인류세라는 말이 너무 거창하고, 거시적이며 멀게 느껴진다는 생각을 한 적 있을 것이다. 도나 해러웨이 Donna Haraway와 같은 학자들 역시 다소 모호하게 느껴지는 표현 대신 특정적으로 ‘자본세’, ‘대농장세’와 같은 말이 혼용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러한 용어 자체에 대한 논의 속에서 인류세는 실제 현 세기를 명명하는 표현으로 채택되지는 않았지만, 전 학계에서 통용되며 자리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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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eral Atlas

       

       

      애나 칭은 여기서 한 단계 더 나아가, ‘전지구적’ 관점에서의 인류세가 아닌 지역과 현장 중심의 패치 인류세 개념을 정의하고 그에 관한 초학제적 연구와 그 결과물을 내보인다. “패치는 나무 이파리에 난 반점 하나에서부터 대양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규모에서 나타난다”는 말이 애나 칭의 인류세 현장 연구의 핵심이다. ‘경계를 넘나드는 것’이 기존 담론의 중요한 형성자라면, 패치 인류세는 지역적, 특수적 ‘규모를 넘나들기’를 제안한다. 저자들은 전지구적 모델, 데이터 분석에 비해 미시적으로 보일 수 있는 개별 현장 연구의 중요성도 못지않다고 이야기한다. 기후 변화를 늦추기 위한 단일 규모 뿐만 아니라, 실제 문제 해결에 더 다가갈 수 있는 다중 규모에서의 실천이 패치 인류세 연구가 제시하는 목표인 것이다.

       

      인간 활동에 의해 초래된 기후/환경의 가속 변화, 그로 인해 초래되는 (인간, 자연 모두가 영향을 받는) 나비 효과들은 우리가 직접 살면서 경험하는 현상이다. 이 현상들의 분석에 있어서 그 배경에 자리한 우리라는 주체, 상황이 벌어지는 장소, 지역에 축적된 역사를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패치 인류세는 이 모든 요소들의 집합체로서 현장을 분석하고, 그렇게 탄생한 패치들을 지도처럼 이어 붙여 인류세 현상을 이해하고자 하는 흐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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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eral Atlas

       

       

      따라서 패치들은 필연적으로 기후 불평등, 신식민주의 등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는 침략과 강탈, 착취의 역사와 지형을 비추게 된다. 정치, 사회, 문화적 맥락과 환경 연구를 분리할 수 없는 만큼, 애나 칭과 연구팀이 다시 쓰고 있는 ‘새로운 자연사’는 경계와 규모를 넘나들며 그 복잡성을 살펴 보길 권한다. 나 역시 책을 통해 모든 인간 현상을 뭉뚱그려 살피기보다 제국주의적/산업적 인프라가 야기한 지역별 이탈 ferality 현상에 초점을 맞춰 볼 수 있었다. 이는 곧 ‘나는 어떤 방식으로 내가 속한 ‘패치’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인가’에 관한 고민으로 귀결되었다.

       


      “경계를 넘나들며 함께 작업하지 않으면 인류세 현상에 제대로 이해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현장에 기초한 호기심은 대화의 시작이 될 수 있다.”


      – 애나 칭

       

       

      이제는 각 분야의 전문가들, 그리고 다학제적 연구가 기본이 되는 시대이다. 여기서 다시 한 번 디지털 생태 지도 패럴 아틀라스를 논하고 싶다. 우리는 패럴 아틀라스를 일종의 예술 프로젝트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사이트는 그 자체로 세상을 위계 속에 형성하는 지도의 기존의 개념을 ‘와해’하며 예술이 내재하는 무한한 가능성, 감수성과 상상력을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나 <패치 인류세>의 마지막 장, ‘인식론’에서 발견한 지도의 큐레이팅 방식이 가장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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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eral Atlas

       

       

      “포개 쌓기” 개념은 정말로 다양한 아카이빙 프로젝트에 접목시킬 수 있을 만큼 흥미롭다. 패럴 아틀라스는 지도라는 명칭 아래 표, 이미지, 콜라주, 애니메이션, 사운드 등 다양한 미디어를 제공하는데, 이러한 방대한 자료들을 깔끔하고 균일하게 분류해 제시하지 않고 느슨하고 관대한 방식으로 보여준다. 일목요연하게 잘 정리된 일률적인 사이트가 지식을 통합하는 데에는 더 효율적일 것이다. 그러나 연구팀은 ‘패치적 사고’에 기반해 그들이 새로 쓰는 자연사의 맥락과 맞는 방법을 찾아냈다. 감상자들은 인터랙티브 놀이처럼 구성된 화면 속에서 각종 자료들을 선택, 탐색하며 주어진 보고서를 과정적으로 이해하게 된다. 또한 연구자들도 정보를 표준화해야 한다는 압박에서 벗어나 다양한 차원의 시각을 모으고 유지하는 관대한 지식 실천에 임하게 된다.

       

      프로젝트의 크리에이티브 프로듀서인 제니퍼 데거는 패럴 아틀라스, 그리고 패치 인류세 담론 자체가 ‘예술과 과학 사이의 대화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100명이 넘는 인류학자, 과학자, 디자이너 그룹이 그들의 아이디어를 모으는 협업 과정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겼던 것 중 하나는, 그들이 분야를 뛰어넘어 확장시킨 개념을 어떻게 시각적으로 구현하느냐 였다. 따라서 그들은 많은 배경을 지닌 예술가들의 그림, 콜라주, 사진 등의 작업을 관련 보고서와 함께 제공하며, 학제 보고서의 통상적 틀을 넘었다. 실제로 패럴 아틀라스에 방문해 살펴보면, 그들의 의도된 형태가 일종의 예술 행위처럼 느껴진다. 미적이지만 미적 대상 그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는 이러한 협업을 살펴보며 예술이 다양한 가능성의 장 field임을 다시 한 번 깨달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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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eral Atlas

       

       

      애나 칭과 수많은 다양한 분야의 종사자들이 함께 만든 디지털 생태 지도, ‘패럴 아틀라스’와 그 속의 세밀한 이야기를 담은 책, <패치 인류세>를 오늘날 지역과 현장 중심 인류세 연구의 동향을 알고 싶은 이들에게 적극적으로 권하고 싶다. 인간중심의 정치, 경제, 역사, 예술의 한계를 넘어 이탈한 비인간, 지역 중심의 담론으로 우리를 초대하는 친절한 안내서가 되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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