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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inion] 의미 있는 누군가가 곁에 있다는 건 – 룩백 [영화]

서로에게 빛이 되어주는 존재라는 것은

by 김희정 에디터
2026.10.23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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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룩백>을 봤다. 사실 원작의 내용도 제대로 모르는 상태로 본 영화였는데,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좋았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특유의 가족애와 아름다운 색감이 인상적인 영화였다.

       

       


      그림으로 이어진 두 소녀의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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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룩백>에는 후지노와 쿄모토, 두 명의 소녀가 등장한다.

       

      후지노는 만화 그리는 것을 좋아하는 4학년 소녀로, 학년 신문에 네 컷 만화를 연재하며 재미있는 스토리와 특유의 그림체로 주변 사람들에게 많은 칭찬을 받는다. 그렇게 자신이 가장 뛰어나다는 자신감을 안고 지내던 후지노는 어느 날 자신보다 더 뛰어난 실력을 가진 쿄모토의 존재를 알게 되고 좌절감에 빠진다.

       

      후지노는 쿄모토보다 그림을 잘 그리고 싶어서 매일 집에 틀어박혀 친구도 만나지 않고 그림에만 열중하지만, 계속해서 벌어지는 실력 차이에 결국 그림을 관두기로 한다.

       

      그리고 졸업식 날, 쿄모토의 졸업장을 전해 달라는 선생님의 심부름으로 후지노는 처음으로 쿄모토의 집에 방문하게 된다. 쿄모토는 등교를 거부하고 있었기에 둘은 서로의 얼굴도 제대로 모르는 사이였다. 오직 그림으로만 서로를 알아볼 수 있었다.

       

      그러던 중 후지노가 낙서한 종이가 우연히 쿄모토의 방으로 흘러 들어가게 되고, 이를 계기로 쿄모토는 후지노에게 자신이 후지노 만화의 팬이었음을 고백한다. 이를 들은 후지노는 다시 그림을 시작하겠다고 다짐했고, 이후 둘은 함께 공모전에 출품하기 위한 단편 만화를 그리게 된다.

       

      이렇게 후지노와 쿄모토는 서로에게 절대로 없어선 안 될 존재가 된다.

       

       

       

      서로가 서로의 세계가 되어간다는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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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쿄모토는 등교 거부를 하는, 소위 말하는 ‘히키코모리’다. 쿄모토는 대인관계가 어려워 학교에 가지 않았고, 자신의 방에만 틀어박혀 하루 종일 그림을 그렸다. 스케치북이 쌓이고 쌓여 방 안을 가득 채울 정도로 오로지 그림에만 열중했다.

       

      그랬던 쿄모토를 세상 밖으로 꺼내 준 것은 후지노였다. 후지노와의 우연한 만남을 계기로 쿄모토는 집 밖으로 나서기 시작했고, 후지노의 집에서 함께 만화를 그리며 이전과는 다른 삶을 살게 되었다.

       

      쿄모토와 후지노가 함께 지하철을 타고 번화가에 나가 또래 아이들처럼 노는 장면에서는 괜히 뭉클한 마음이 들 정도였다. 학교에도 가지 않을 정도로 대인관계를 어려워하던 쿄모토에게 후지노가 얼마나 큰 존재였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고, 의미 있는 누군가가 곁에 있는 것만으로도 자신이 갇혀 있던 세상을 깨고 밖으로 나갈 수 있다는 사실이 왠지 감동적이었다.

       

      서로가 서로의 구원이 되는 이야기는 참 매력적이다. 쿄모토는 후지노로 인해 세상 밖으로 나오게 되었고, 후지노는 쿄모토 덕분에 가고자 하는 길을 갈 수 있게 되었다.

       

      영화 제목인 <룩백>처럼 늘 뒤를 돌면 서로가 있었다. 책상에는 캐릭터 그림을 그리는 후지노가, 바닥에는 그림을 그리는 쿄모토가 말이다.

       

       

       

      자신만의 길을 향해 나아가는 용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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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영원할 것 같았던 둘의 관계도 한 사건을 계기로 완전히 갈라지게 된다. 후지노와 쿄모토가 함께 구상하던 만화의 정식 연재가 확정된 날, 쿄모토가 남몰래 품어 왔던 꿈인 ‘미대 진학’을 위해 앞으로의 만화를 함께 할 수 없겠다고 말한 것이다.

       

      이 장면을 보면서 쿄모토의 용기 있는 모습이 정말 멋지다고 생각했다. 사실 쿄모토는 영화가 진행되는 내내 수동적인 인물로 그려졌다. 늘 쿄모토 곁엔 후지노가 있었고, 만화 편집자와 대화할 때도 항상 후지노가 주도적으로 이야기했다. 가끔은 쿄모토가 후지노에게 휩쓸리는 듯한 느낌이 들 때도 있었다.

       

      그랬던 쿄모토가 후지노 덕분에 새로운 세계로 나아가고 싶다는 꿈을 갖게 되었다. 후지노의 도움 없이 혼자 살아가고 싶다는 큰 꿈을 말이다. 그리고 자신의 이야기를 후지노에게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후지노가 “넌 안될 거야!”라고 말해도 자신의 의지를 굽히지 않았다. 자신만의 기준과 소신이 생긴 쿄모토의 모습은 처음 후지노를 만났을 때와는 딴판이었다.

       

      그래서 쿄모토를 너무 응원해 주고 싶었다. 자신의 의지로 살아가려는 쿄모토에게 계속 자신을 믿고 나아가라고 해 주고 싶었다. 쿄모토에게는 그런 힘이 있다고 얘기해주고 싶었다.

       

       

       

      그 모든 것은 너의 잘못은 아니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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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쿄모토의 결말은 사실 꽤 충격이었다. 쿄모토가 다니던 미술대학에서 어떤 남성이 학생들이 자신의 그림을 베꼈다며 흉기 난동을 부렸고, 그 피해자가 쿄모토였다는 것이다. 이 사실을 접한 후지노는 큰 충격에 빠져 연재하던 만화를 휴재하고 쿄모토의 장례를 치르러 간다. 그리고는 자신이 쿄모토를 만나지 않았더라면 나은 결과가 있지 않았을까 생각하며, 자신이 존재하지 않는 세계의 쿄모토를 상상한다.

       

      하지만 결국 상상 속에서도 후지노의 존재는 필요했고, 이 비극의 원인은 절대 후지노가 아니다. 그래서 이 부분이 참 좋았다. 모든 일의 원인을 자신의 탓으로 돌리지 말라는 메시지를 주는 것 같아서 말이다. 현재 시점에서 과거의 일을 후회하고 자책하는 건 참 쉬운 일이다. 이미 정답을 알고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상상 속이라면 무엇이든 바꿀 수 있을 것만 같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우리는 늘 앞날을 모른 채 행동한다. 후지노도 쿄모토의 미래를 몰랐고, 쿄모토도 마찬가지였다. 둘이 만나지 않았더라도 현재의 비극이 달라졌을지는 알 수 없다. 그래서 마지막 장면에서 자책하는 후지노를 보면서 후지노를 안아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네 잘못이 아니라고, 괜찮다고 말해주고 싶었다.

       

       

       

      마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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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쿄모토의 방을 빼곡히 채운 풍경화와 교차하는 두 사람의 네 컷 만화. 서로가 있는 곳에서 각자의 평안과 안녕을 빌며 영화는 끝이 난다. 영화가 끝난 후에도 왠지 모를 여운이 오래도록 이어졌다.

       

      어두컴컴한 세상 속에서도 한 줄기 빛을 바라보며 살아가는 것이 삶이라고 생각한다. 늘 서로의 등 뒤에 있었던 후지노와 쿄모토에게도 서로는 그런 빛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 빛은 서로가 더 이상 곁에 있지 않다고 해서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함께했던 시간을 기억하고 추억하며 계속 살아가면 된다. 그렇게 마음속에 남은 빛을 품고 살아가는 것, 어쩌면 그것이 우리가 삶을 이어가는 방식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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