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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inion] 살아남기 위해 어디까지 선택할 수 있을까 [예능]

웨이브 <더 커뮤니티>에서 마주한 개인의 욕심과 공동체의 평화

by 강효정 에디터
2026.10.23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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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바이벌에서 마주한 인간의 본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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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 커뮤니티: 사상검증구역>은 내가 지금까지 봐온 국내 서바이벌 프로그램과 결이 다른 작품이었다. 정치, 젠더, 계급, 개방성이라는 네 가지 기준으로 참여자들의 성향을 나누고, 공동체 안에서 불순분자를 색출하는 게임이라니. 과연 이런 주제를 서바이벌 프로그램으로 다룰 수 있을까 싶었다.


      프로그램을 보는 내내 여러 질문이 떠올랐다. 내가 평소에 믿고 있던 가치관은 정말 옳은 것일까? 사람들 가운데 누구의 말이 옳고 그른지는 어떻게 판단할 수 있을까? 생존이 걸린 상황에서 인간의 욕심은 어디까지 향할까?


      서바이벌 프로그램에 출연한 이상 많은 상금을 얻고 최종 우승을 차지하는 것이 가장 직접적인 목표일 것이다. 참여자들은 제한된 환경에서 서로를 관찰하고 경계하며 살아남을 방법을 찾는다. 그 과정에서 자신의 이익을 우선하는 사람도 있고, 공동체 전체가 함께 살아갈 방법을 고민하는 사람도 있다.


      시즌 1에서 내가 끝까지 응원했던 인물은 벤자민이었다. 자신의 정체를 감추고 상황을 읽으며 사람들 사이에서 살아남으려는 처세술이 인상적이었다. 스파이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계속 응원했고, 그의 정체가 밝혀져 탈락했을 때는 프로그램을 지켜보게 했던 큰 동력이 한순간에 사라진 듯한 기분이 들었다. 누군가의 생존 전략을 응원하면서도 그 전략이 다른 사람에게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지 생각하게 된다는 점이 이 프로그램의 매력이었다.


      참여자들이 성향 테스트를 하는 모습을 보며 나도 직접 검사를 해봤다. 좌파와 우파, 페미와 이퀄, 서민과 부유, 개방과 전통. 네 가지 영역에서 내 성향이 한쪽으로 뚜렷하게 기울어져 나온 결과에 놀랐다. 만약 내가 이 프로그램의 참여자였다면 어땠을까? 우선 내 성향을 감추고 정체가 드러나지 않도록 반대되는 모습을 보여주려 했을 것 같다. 하지만 오랜 시간 유지해 온 가치관과 태도를 감춘 채 다른 사람들과 관계를 맺는 일은 결코 쉽지 않았을 것이다.

       

       

       

      생존과 공동체 사이에서



      프로그램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은 참여자들이 생명 유지권을 두고 선택하는 순간이었다. 오늘 하루를 살아갈 수 있다는 사실이 얼마나 소중한지, 생존이 위협받는 환경에 놓인 사람들은 짧은 시간 안에 실감하게 된다. 며칠 뒤 자신의 생명이 위태로워질 수 있는 상황에서 생명권을 최대한 많이 확보하는 것은 합리적인 선택처럼 보인다.


      그런데도 누군가는 자신의 생존을 우선하고, 누군가는 공동체 전체가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을 찾는다. 당장 자신에게 돌아올 이익을 포기하거나 생존에 불리해질 위험을 감수하면서 다른 사람을 돕기도 한다. 그런 모습을 보면 궁금해진다. 생존이 걸린 상황에서도 타인을 먼저 생각하는 사람은 어떤 삶을 살아왔을까? 무엇이 그 사람으로 하여금 자신보다 다른 사람을 먼저 생각하게 했을까?


      나는 인간이 기본적으로 이기적인 존재라고 생각한다. 성선설과 성악설 가운데 하나를 택해야 한다면 성악설에 가깝다. 사람은 누구나 어릴 때부터 자기 욕심을 채우고 싶어 하고, 때로는 다른 사람에게 해가 되는 선택을 하고 싶어 한다고 생각한다. 다만 그런 마음을 실제 행동으로 옮기는지는 또 다른 문제다.


      우리는 함께 살아가기 위해 지켜야 할 법과 사회적 규범을 배운다. 자신의 욕심을 모두 실현할 수는 없으며, 다른 사람의 권리와 안전도 존중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럼에도 규칙을 지키기보다 자신의 이익을 앞세우는 순간이 찾아온다. 결국 어떤 마음을 품느냐보다 중요한 것은 그 마음을 어떻게 다루고 어떤 행동을 선택하느냐일 것이다.


      이 프로그램은 참여자들이 살아온 환경과 가치관, 순간적인 판단력, 다른 사람을 대하는 태도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는 과정을 보여준다. 같은 상황에 놓여도 사람마다 선택은 다르다. 누군가는 당장의 생존을 위해 움직이고, 누군가는 모두가 함께 살아남을 길을 찾는다. 각기 다른 삶을 살아온 사람들이 한 공간에서 부딪히는 모습을 보며 이곳이 우리 사회의 축소판처럼 느껴졌다.

       

       


      경제와 권력이 움직이는 공동체, 시즌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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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즌 1을 무척 재미있게 봤던 만큼 <더 커뮤니티2: 보이지 않는 손>에 대한 기대도 컸다. 시즌 1이 정치와 젠더 등 이념과 가치관의 차이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냈다면 시즌 2는 경제적 이해관계와 권력의 문제를 전면에 내세웠다.


      개인 중심이었던 생존 방식은 팀 단위로 바뀌었다. 블루, 레드, 화이트, 블랙, 골드까지 다섯 팀이 등장하고, 각 팀은 고유한 능력과 아이템을 활용해 생존을 도모한다. 세력 간의 대립은 전쟁으로 이어지며 상대 진영의 재화를 약탈할 수도 있다. 팀 내부에서도 리더에게는 매일 밤 팀원의 생명권을 좌우할 권한이 주어진다.


      팀이라는 공동체가 생겼다고 해서 모두가 안전해지는 것은 아니다. 내가 속한 팀이 어떤 결정을 내리는지, 다른 팀이 어떤 전략을 세우는지에 따라 내 생존도 달라진다. 상대의 계략을 알아채지 못한 채 상황에 휘말릴 수도 있고, 위험을 피하기 위해 먼저 상대를 공격하는 선택을 할 수도 있다.


      누군가는 그런 행동을 잔인하다고 평가할 것이다. 하지만 이 프로그램에 참여한 목적을 생각하면 판단은 달라질 수 있다. 참여자들은 더 많은 상금을 얻고 끝까지 살아남기 위해 이곳에 왔다. 자신이 가진 능력과 기회를 활용해 최선을 다하는 것은 출연자로서 당연한 태도이기도 하다.


      물론 적극적으로 승리를 추구하는 사람에게는 비판이 따라온다. 이미 승리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도 왜 그렇게까지 하느냐는 질문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경쟁에 참여하기로 했다면 자신의 선택에 따르는 평가도 감수해야 한다. 시청자에게 좋은 사람으로 기억되는 것과 게임에서 승리하는 것은 서로 다른 목표일 수 있기 때문이다.


      시즌 2의 결말은 아쉬움이 남았다. 최종 우승 상금의 향방이 화이트와 골드 가운데 어느 쪽을 더 많이 선택하느냐에 달린 구조에서는 다른 팀들이 결과를 바꾸기 어려워 보였다. 앞서 쌓아 온 전략과 경쟁이 마지막 선택 앞에서 힘을 잃는 듯한 느낌도 들었다. 참여자들이 게임 안에서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 애써 온 만큼 결말에서도 그들의 선택이 더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었다면 좋았을 것 같다.


      또 하나 아쉬웠던 부분은 골드의 리더 리부트의 자진 하차였다. 팀원들을 이끌고 더 나은 방향을 찾아야 하는 리더가 스스로 프로그램을 떠나는 모습을 보며 충격을 받았다. 팀원들의 입장에서 생각하면 허탈하고 원망스러웠을 것 같다. 리더를 믿고 그 자리에 세운 팀원들은 결국 자신의 선택이 옳았는지 되돌아보게 된다.


      이 장면을 보며 리더를 선택하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생각했다. 리더십은 권한을 갖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자신이 내린 결정의 결과를 감당하고, 어려운 순간에도 구성원들과 함께 해결책을 찾는 태도가 필요하다. 공동체의 운명을 좌우할 수 있는 자리에 선 사람이라면 자신의 선택이 다른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생각해야 한다.


      만약 다섯 팀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면 나는 승우아빠가 있는 레드팀에 들어가고 싶다. 생명권을 만들어 낼 수 있는 블루팀의 능력도 매력적이지만, 매일 자신의 생존을 걱정하며 불안에 휩싸이기보다 서로를 굳게 믿으며 살아가고 싶다. 내 팀원과 영역 안에 있는 사람을 건드리면 반드시 되갚겠다는 각오로 임하는 승우아빠의 모습도 인상 깊었다.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도 자신이 지키고자 하는 사람과 영역을 분명하게 드러내는 태도가 멋있었다.


      참여자들은 처음에는 상금을 얻기 위해 게임에 들어왔을 것이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생존은 돈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사람 사이의 관계, 서로에 대한 신뢰, 윤리적 판단과 가치관이 결과에 영향을 미친다. 서로를 설득하고 견제하며 때로는 거친 말싸움을 벌이는 과정이 흥미로운 볼거리가 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우리는 왜 이런 서바이벌을 보는가



      두 시즌을 보고 나면 자연스럽게 현실 사회를 떠올리게 된다. 누군가의 행동은 많은 사람의 질타를 받고, 다른 누군가는 응원과 지지를 얻는다. 같은 행동을 두고도 사람마다 평가가 달라진다. 무엇이 옳은 선택인지 판단하는 기준이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어릴 때는 다른 사람을 배려하던 사람도 살아가면서 점점 자신의 이익을 우선하게 될 수 있다. 다른 사람의 사정을 살피기보다 자신의 목표를 이루는 데 집중하는 어른이 되기도 한다. 반대로 치열한 경쟁 속에서도 타인을 배려하고 손해를 감수하는 사람을 만나면 우리는 감동한다. 일상에서도 누군가의 작은 친절에 마음이 따뜻해지는 순간이 있다.


      나는 이런 양면적인 모습이 인간을 이해하기 어렵게 만드는 동시에 계속 관심을 갖게 하는 이유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자신의 이익을 지키고 싶어 하면서도 누군가의 선한 행동을 기대한다. 경쟁에서 이기고 싶어 하면서도 서로 믿고 의지할 수 있는 관계를 원한다. 더 많은 돈을 얻고 싶어 하면서도 돈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가치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현실의 경제적 격차는 갈수록 크게 느껴지고, 정해진 틀 안에서 열심히 살아가는 것만으로는 원하는 삶에 도달하기 어렵다고 생각할 때도 있다. 나 역시 일확천금을 꿈꾸며 로또를 산다. 매번 큰 당첨과는 거리가 먼 결과를 받아도 가끔 다시 구매한다. 현실의 벽을 실감하면서도 혹시나 하는 마음을 완전히 버리기는 어렵다. 사람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직장에 다니고, 창업을 준비하고, 공부하며 더 나은 미래를 꿈꾼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더 커뮤니티>처럼 무자비한 전쟁과 세력 다툼, 무시와 견제가 오가는 프로그램을 재미있게 지켜보는 걸까?


      나는 그 안에서도 인간다운 선택을 하는 사람을 발견하고 싶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극한의 경쟁 속에서 누군가는 자신의 이익을 위해 움직이고, 누군가는 타인을 지키기 위해 위험을 감수한다. 그 선택이 어떤 결과를 낳는지 지켜보며 우리는 인간의 본성과 관계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치열한 경쟁을 구경하면서도 마음 한편으로는 사람 사이의 정과 사랑, 서로를 향한 믿음을 기대하는 것이다.


      나 역시 양면적인 사람이다.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는 수단을 가리지 않고 나아가고 싶은 마음이 있다.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기회가 왔을 때 놓치고 싶지 않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내 행복을 위해 한 행동이 다른 사람을 아프게 한다면 그것은 과연 옳은 일일까?


      내가 원하는 것을 얻었다는 사실만으로 내 선택이 정당해지는 것은 아닐 것이다. 반대로 다른 사람을 배려하기 위해 언제나 내 몫을 포기하는 것이 옳다고 단정할 수도 없다. 결국 중요한 것은 어떤 목적을 가졌는지, 그 목적을 이루기 위해 어떤 방법을 선택했는지, 그리고 그 결과에 얼마나 책임질 수 있는지 아닐까.


       

       

      다음 선택을 앞두고



      <더 커뮤니티> 시즌 1, 2를 보며 인간의 욕심과 이타심, 권력과 책임, 공동체 안에서의 선택을 생각했다. 프로그램 속 참여자들은 제한된 시간과 자원 속에서 생존을 위해 끊임없이 판단한다. 그들의 선택을 보며 답답하거나 감탄하기도 하고, 때로는 내가 그 자리에 있었다면 어떤 결정을 내렸을지 상상해 보기도 했다.


      무엇보다 이런 프로그램이 우리나라에서 만들어졌다는 사실이 반갑고 고맙다. 두 시즌 모두 내가 평소에 깊이 생각해 보지 않았던 질문을 던졌고, 재미있게 시청하는 동안 인간과 사회를 바라보는 나의 관점도 돌아보게 했다. 벌써 시즌 3가 기대된다.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면 나 역시 크고 작은 선택을 하며 살아갈 것이다. 어떤 선택은 원하는 결과로 이어지고, 어떤 선택은 후회로 남을 수도 있다. 모든 상황에서 완벽하게 옳은 답을 고를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내가 무엇을 위해 행동하는지, 그 선택이 다른 사람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한 번 더 생각하고 싶다.


      후회할 일을 모두 피할 수는 없더라도 후회를 줄이기 위해 고민하고,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행동을 찾아 나서는 사람. 나에게 <더 커뮤니티>는 그런 삶의 태도를 돌아보게 한 인생 교과서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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