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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vve 오리지널 <더 커뮤니티: 사상검증구역>
글 입력 2024.03.16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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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바이벌 예능이 홍수처럼 탄생하고 있는 요즘, 흥미로운 서바이벌 프로그램을 발견했다. 바로 OTT Wavve(웨이브)에서 제작된 <사상검증구역: 더 커뮤니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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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끼리도 정치 이야기는 하는 거 아니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정치, 사상의 이야기는 민감한 이야기이다. 특히 젠더, 세대, 정치의 분열이 심해진 요즘엔 갈등을 넘어 혐오로 이어지기도 한다. <사상검증구역: 더 커뮤니티>는 제목처럼 ‘사상’을 다룬다. 프로그램은 출연진들을 진보와 보수, 페미니즘과 이퀄리즘, 서민과 부유, 개방과 전통, 총 4가지 사상 분야에서 점수를 매긴다. 그리고 각기 다른 사상과 점수를 소유하고 있는 이들의 서바이벌을 보여준다.

 

출연진들은 서바이벌 게임을 진행함과 동시에 커뮤니티 하우스 내에서 일종의 ‘정부’를 구성하고 ‘리더’를 선출하며, 직접 ‘수익 활동’에 참여한다. ‘생존’이라는 가장 커다란 목표를 가지고 협업하기도 분열하기도 한다. 경쟁자이자 공동체로 묶인 이들이 커뮤니티, 일종의 국가를 생성해 나가는 과정과 그들의 대화는 해당 프로그램이 여타 서바이벌 프로그램과의 차별성을 드러내는 요소이다.

 

민감한 주제를 두고 프로그램은 진행되며 토론을 실시하기에 엄청난 분열이 발생할 것이라는 예상과 다르게 초반엔 비교적 평화롭고 공동체 정신이 강력한 커뮤니티가 생성된다. 각자 극적인 성향 차이를 가지고 있음에도 동맹을 맺고 의지를 하던가 하면, 현실사회의 정치 성향과는 완전히 대립된 성향을 보인 리더에 투표하는 모습으로 놀라움을 주기도 한다. 이렇게 10명 남짓한 사람들이 세운 커뮤니티는 점차 작은 정부에서 큰 정부의 양상을 띄기도 하며 그들만의 촘촘한 규칙을 만들어간다.

 

게다가 커뮤니티 구성원들은 수익 활동을 위해 ‘익명 토론’에 참가하도록 되어있는데, 토론 주제는 <빈곤의 가장 큰 책임은 본인에게 있다>, <국가 발전에는 유능한 독재자가 필요한 시기가 있다> 등의 현실에선 매우 민감할 수 있는 주제들이라는 점이 흥미롭다. 초반 토론에서 출연진들은 익명의 가면 속에서 경청보단 각자의 이야기를 뱉어내기 바쁘다. 마치 창과 방패 같은 양상을 띈다. 그러나 토론이 몇 차례 진행될수록 토론의 질은 나아진다. 서로 의견을 피력함과 동시에 경청할 줄 알고, 상대편의 이해관계를 고려해 보기도 한다. 역시 토론의 승패를 가리기 위한 투표에선 출연자 개인의 성향을 벗어나는 선택을 하는 경우를 보긴 드물다. 그럼에도 서로의 이야기에 설득당하기도 하고, 토론을 마친 후에도 자신의 고정관념을 깨닫기도 한다.

 

이러한 이들의 모습은 커뮤니티 내에서 다양한 선택을 해야 하는 상황이 주어질 때도 드러난다. 현실과 이상이라는 분명한 이념이 존재하기에 각자의 의견의 간극이 줄어들진 않지만, 각자를 이해하는 것은 분명하다. 커뮤니티 속 맺어지는 이해관계에 따라 개인의 생각을 숨기거나 통제되기도 하지만, 이로써 이들은 생존을 위한 여정을 떠난다. 예상과 달리 같은 성향의 사람을 의심해 탈락의 위기에 놓이게 하기도 하고 정반대 성향의 사람과 의존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하는데, 이로써 이들은 보여준다. 성향 차이 이전, 우리는 모두 같은 사람이다. 그리고 우린 대화로 간극을 풀어내 볼 수 있다.

 

<더 커뮤니티: 사상검증구역>이라는 서바이벌 프로그램이 시청자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는 다양하겠지만, 가장 크게 와닿았던 점은 ‘대화’의 중요성이다. 익명의 가면으로 다양한 커뮤니티에서 싸움을 지속하고 있는 세상과는 달리 커뮤니티 내에선 대화로 각자를 살펴볼 줄 안다. 프로그램은 세상에 전한다, 우리는 인간이기에 대화로 공존할 수 있다.

 

치열한 서바이벌과 예민한 소재로 망설여졌지만 절대 이 프로그램을 보는 것을 후회하지 않는다. 다소 부담스러울 수 있는 주제임에도 추천하기도 한다. 나와는 다른, 타인과의 관계를 맺어가는 모습, 그 맥락에 존재하는 대화들 이런 것들이 프로그램의 재미를 분명히 해준다. 각자만의 커뮤니티와 이상이 뚜렷한 우리에게 신선한 충격을 주기도 한다.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는 분명 다채롭다, 그렇기에 우린 “대화”로 공존한다. 갈등을 넘어 혐오의 키보드 위에 지쳐버린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의 답을 찾은 것 같다.

 

 

[김유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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